마케터의 근시안을 경계하기
올해부터 구글이 쿠키수집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전면적인 제한은 아니지만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퍼포먼스 마케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우왕좌왕하는 경우도 보이고, CRM마케팅을 다시 꺼내 가동하며 제로파티 데이터의 정교성과 활용성을 높이고 있는 곳도 많다. 물론 주로 CRM 체계 구축이 일찍이 끝난 대기업이지만.
애플은 몇년전부터 쿠키 수집에 제한을 두고 있어서 퍼포먼스마케팅의 한계는 애플 시장점유율이 높은 국가에서라면 이미 체감되어 왔다. 분명 쿠키 수집 제한은 몇 년 전부터 퍼포먼스 마케팅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되어 대안에 대해 많이들 논의가 되고 있었고, 제로파티 데이터, 우리 내부 고객 데이터의 중요성과 활용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이야기 되었다. 그럼에도 퍼포먼스 마케팅을 강력한 무기인줄 착각하고 기대해 왔다면 그건 게으른것이다.
내 경우는 예전 B2B에 있을 때, 소셜미디어를 통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B2B가 무슨 소셜미디어냐라는 회사 내부 기류, 그리고 그걸 뭐 어떻게 활용하겠단 말이냐는 부정적 태도에 답답했던 적이 있다. 마케팅 4.0이 나왔을 때,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 하는 팀원이나 동료들은 아무도 없었다.
트렌드에 가장 민감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의외로 마케터들은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긍정적으로, 부정적으로 영향을 줄 환경의 변화에 너무 둔감하다. 당장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그걸 쳐내는데 바빠서 몇 년 후에 닥칠 일들은 어떻게 되겠지 하거나, 그런 이야기들 자체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일 시작할 팝업스토어 준비가 급한데 무슨 쿠키며 데이터 수집이며가 중요하겠냔 거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에 당장 영향을 미치는 일이나 정책의 변화라면 중요하게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도 급하지 않아 잊혀진다.
한 발만 뒤로 빠져 보면 뻔하니 답이 없는게 보이는데, 자신들은 그걸 모르고 엉뚱한 곳에 돈과 노력을 쓰고 결과가 별로라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 이야기해 줘도 자신의 믿음에 반하면 귀찮은 간섭이나 뭘 잘 모르는 훈수라고 생각되니 주위의 조언도 별로 의미가 없다. 답답하지만 망하거나 본전이라도 찾기를 기원해 주는 것 말고는 해 줄 것이 없다.
그런데 마케터들이 그런 성향을 보이는 이유가 설령 귀담아 듣는다 해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CRM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일을 개인이 제안하는 것도 쉽지 않고, 제안한다 해도 보고라인을 거쳐 투자 결정을 받게 된다는 것은 글쎄.. 되겠어? 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에 과연 내가 그 일을, 이 자리에서 하게 되겠어? 라는 생각도 있다. 특히 이직이 잦은 마케팅 분야에서는 자신이 세운 중장기 계획을 자신이 실행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다. 누가 하겠지, 난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우스개소리처럼 많이들 한다.
당장 하는 일이나 잘해! 라는 윗사람의 핀잔을 들을 걸 감안하고 미래를 준비해 가며 일하기는 사실 어렵다. 능력 밖이기도 하고. 하지만, 당장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큰 환경의 변화가 무엇인지는 좀 확인해가며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은 항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