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제안 변화에 따른 아이덴티티의 변화
비즈니스를 하며 바꿀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 규제와 경쟁 환경의 변화, 기술의 발달, 고객의 니즈 변화 등 변화의 원인은 수 없이 많다. 가장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고객도 항상 변한다. 고객 자체가 바뀌기도 하고, 기술로 인해 문제가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과거에는 중요했던 문제가 중요하지 않게 되거나, 신경 쓰지 않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고객이 환경에 관심이 있다고 하지만 실제 소비에 환경이라는 잣대를 적용하지는 않았다면, 최근에는 100퍼센트 친환경적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환경에 덜 해로운 방식, 혹은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는 추세다.
규제 변화와 인식 변화로 비즈니스 환경 자체가 달라지면 기존에 지키던 원칙이나 규칙이 더 이상 효용이 없거나 폐기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운영 방법이 필요해진다. 이때 어떤 원칙을 유지하고 바꿀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순전히 비즈니스의 특성과 비전에 연계해야 한다. 특히 특정 산업 분야에서 철수하거나, 고객의 성격이 현저히 달라질 때, 기존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것인지, 새롭게 만들 것인지, 유지한다면 바뀌는 비즈니스 환경에 맞게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 지 결정해야 한다.
한 때 세계 모바일폰의 대세였던 노키아는 창립시에는 제지 회사였고 지금은 무선 네트워크 장비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모바일폰 브랜드로서의 노키아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사라졌다. 대신 네트워크 장비 브랜드 노키아는 모바일폰 브랜드였던 시절의 아이덴티티에서 유지할 것을 챙기고, 변화된 고객과 제품서비스 유형, 가치에 맞춰 변화했다. 최근의 로고 리뉴얼에서 보듯 디지털, 혁신이 추가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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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산업에서 퇴출되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아이덴티티를 전달하는 방식이 바뀌는 경우가 더 많다. 보통 아이덴티티는 보편타당한 개념으로 설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쉬운 금융생활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진 금융브랜드가 있다고 하자. 보안 관련 규제 강화로 고객이 더 이상 기존의 프로세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거나 프로세스가 복잡해질 수 있다. 아이덴티티를 더 이상 쉽지 않은 금융생활로 바꿀 것인가? 그럴 수는 없다. 보안규제를 지키면서도 고객에게 쉬운 금융생활을 하게 하기 위해 이전과는 다른 유형의 고객경험을 제공 하되, 여전히 쉽다는 전제에서 벗어나지 않을 새로운 방식을 찾는게 맞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로운 방법과 의미의 전달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변화는 누구라도 달갑지 않다. 비용을 수반하고 행동과 인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를 통해 원칙과 유연성 사이의 매직라인을 찾으면서 브랜드를 발전시킨다는 점에서 반겨야 할 불청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