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 생활에 참 안 맞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것이 일이 되었든, 밥을 먹든, 영화를 보든, 순서를 중요하게 따진다. 대화할 때도 일이 일어난 순서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 맥락이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그것을 이해하는 당위성도 생기는 법이다. 그러다 보니 회사 업무 보고 때나, 업무 지시 받을 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과형 인간의 숙명 같은 것인가 싶다.
최근에 사람 관계 문제로 좀 삐그덕거린 일이 하나 있었다. 회사에서 일어난 일인데, 여기 쓰기에는 설명을 너무 많이 해야 해서,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그냥 지웠다. (사실 어제 술이 땡겼던 것도 이 일 때문이다) 100일 글쓰기 하면서 회사 이야기를 종종 하긴 했지만, 이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니 아직 쓰면 안 될 것 같다. 나중에 상황이 정리되거나, 퇴사하고서 쓰는 게 좋겠다. 회사는 조그만데 왜 이렇게 안 맞는 사람은 많은 건지 모르겠다. 이 일 때문에 글감도 잘 안 떠오르고, 벌써 10시 반이 넘었고, 쓰다만 글을 제출하는 기분이라 마음에 안 드는데 더 쓰기도 싫다. 잠이나 자야겠다.
-200자 원고지: 2.8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