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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19. 2024

[33일째][6월19일] 맥주 마시며 쓰는 글

맥주캔을 깠다. 무더운 나날이지만 저녁만 되면 시원해져서 술 한잔이 땡기는 요즘이다. 한때 퇴근 전부터 핸드폰 연락처를 뒤적이다가 아무나 붙잡고 한잔하자고 전화를 해댔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냥 혼자 마신다. 요즘은 하루에 한 잔씩은 꼭 마시는 것 같다. 


날이 더워져서 그런가? 요새 회사 생활은 좀 힘들다. 직원이라고는 나 혼자라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다 보면 꼭 실수가 생긴다. 오늘도 혼났다. 예전에는 그럴 때마다 온종일 의기소침해지면서,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다. 언젠가 요즘 유행하는 성인 ADHD가 아닌지 의심이 들어 정신과에 전화 문의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예약자가 너무 많아 상담하려면 3개월 후나 가능하다고 해서 그냥 전화를 끊었고, 그날의 기분은 그렇게 잊혔다. 


지금은 그 정도로 힘들지는 않다. 일을 어느 정도 해보면 자기가 누구인지 알게 된다. 나는 그냥 실수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렇게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대한 노력해서 실수를 적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노력이라도 하면 그래도 일을 잘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인정은 해준다. 안되는 것을 되게 하지 말고, 되게 하는 것만 최선을 다해 되게 하자. 나에게는 그 정도면 되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맥주 한 캔을 다 비우고 있었다. 술이 더 땡긴다. 글을 쓰면서 한잔하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다. 더 마시고는 싶지만 그러면 한 캔으로는 안 끝나겠지. 얼마 전에 혼술하는 사람을 두고 뭐라고 한 적이 있는데, 내가 지금 혼술을 하고 있으니, 남 말할 처지가 못 되는구나 싶다. 이래서 사람은 역시 겸손해야 하는 거구나.


- 200자 원고지: 4.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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