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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규 Jun 26. 2024

[40일째][6월26일] C 선생님

우리 회사를 도와주시는 C 선생님이 오후 늦게 회사에 놀러 오셨다. C 선생님은 오시는 날은 (비공식적이지만) 회식하는 날이다. '아, 피곤해서 집에 일찍 가고 싶은데'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가야 한다. 전에 한번 일이 있다고 해서 안 갔더니, 다음날 "김 과장이 없어서 좀 심심했어, 그리고 음식을 너무 시켜서 남기기 좀 아깝더라" 이런 말을 들었다. 직원이 별로 없는 회사라 한 명이라도 빠지면 섭섭하다는 소리다.


C 선생님은 강사를 업으로 하시는데 우리 회사 교재를 10년 넘게 써주고 계셔서, 거의 직원이나 다름없다. (그리 따지면 나보다 연차가 높다) 성격이 외향적이고 말씀도 거침없으셔서, 사람을 늘 재미있게 해주는 분이다. 다만 말하다보면 이야기가 언제나 산으로 가는데, 자기 개인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이야기해서, 듣고 있으면 괜히 피곤해진다. 최근에는 공사다망해서 3개월 만에 회사를 찾아오셨는데, 그간 쌓인 이야기를 한 보따리를 풀고 갔다. 그중에 몇 개월 전에 모 강의처에서 일어난 일이 있었는데, 구청에서 어르신 일자리 소개받고 일하는 청소 노동자분과 실없는 분쟁이 생기는 바람에 성질이 나서 다투게 되었다면서, 결국에는 강의까지 그만 두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들으면서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왔다. 듣다 보니 C 선생님의 잘못도 아예 없지는 않지만, 무엇보다 강의처의 사회복지사들이 오래 같이 일한 C 선생님보다는 청소 노동자의 편을 들었기 때문에, 계속 같이 일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재수 없었다고 생각하시고, 다른 데 알아보시면 되죠"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냥 그 정도였다.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 갔다. 오늘은 이만 보고 다음에 또 뵙자고 했다. 여기서 끊지 않으면 12시가 넘도록 자기 이야기를 할 사람이다. 아마 다음달에도 이런 얘기를 또 듣고 있게 되겠지. 에휴.


- 200자 원고지: 4.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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