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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영서 Dec 28. 2021

캐러멜 드리즐 인간이 브리저튼 사위가 되기까지

넷플릭스 브리저튼 감상기.


이장님의 낭랑한 목소리가 오동리에 울려 퍼지듯 레이디 휘슬다운의 가십이 유려한 내레이션으로 울려 퍼지며 막을 올린다.

우리 소가 송아지를 낳았슈. 뭐니 뭐니 해도 새끼를 많이 낳아야쥬

영국 상류사회에서 펼쳐지는 가족 만만세 19금 전원일기.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감상기.

(본편의 내용과 자의적인 해석이 많이 나옵니다.)


다복한 브리저튼 가문의 넷째 딸이자 장녀인 다프네의 연애와 결혼. 아 화려하구나. 예쁘구나. 눈이 즐겁구나. 매번 바뀌는 드레스와 여왕님의 가발, 통일감 있는 색로 대비되는 두 집안의 여러 여식들.

노란색 페넬로페와 항상 연하늘색 엘로이즈의 귀엽지만 이질적인 우정. 고증을 바탕에 깔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화려하고 아름다운 세상.


그중에서 가장 눈이 가는 색상은 다프네의 썸남. 공작님의 스킨. 피부색이다.

총 천연색의 보석과 수백 명의 스테프가 달려들어 만들어 냈다는 겹겹의 드레스와 화려한 소품의 조화 속에서 홀로 페로몬을 뿜어내고 있다.


골드 밀크 초콜릿 같다

골드 허쉬인가.

아니야 아니야. 이 남가 바로 캐러멜 마키아토에 올라가는 캐러멜 드리즐야.

당신이라는 인간의 70%는 물, 그리고 나머지는 설탕과 바닐라빈인가요?


지구 상에 스타벅스 매장이 4천 개가 넘어가는 이 마당에 스벅 캐러멜 드리즐 인간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은가. 스타벅스 매장이 가장 많은 미국 다음으로 천 6백 개 이상의 매장을 가진 사우스 코리아. 그리고 가장 스타벅스 밀집도가 높은 이 SEOUL을 놔두고 어디서 태어나셨나요. 왜 SEOUL에 있는 나는 넷플릭스로만 당신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캐러멜 드리즐인 주제에

난 달콤하지 않아. 내 사랑은 널 옥죄지. 난 나쁜 남자야. 왜냐하면 나는 가정을 줄 수 없으니까

미간에 주름잡고 본인의 치명적인 결함을 내보이며 으르렁 거리고 있기에 더욱 달콤한 캐러멜 드리즐 인간 그대. 미간에 주름잡고 속삭이거나 속눈썹 내리깔고 아이스크림 숟가락 핥을 때까지는 좋았다.

다프네와 쇼윈도 연애를 하며 서서히 사랑을 깨닫고 결혼하기까지는 정말 좋았는데.


 



여러 대중문화 매체 속에서 엄마 탯줄 안 놓고 징징거리는 불효자들은 너무 많이 봐와서 이제는 식상함마저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죽은 아버지 불알 꽉 잡고 용쓰는 불효자는 또 처음이라 그의 성정과정의 비밀과 트라우마가 드러날 때도 제법 신선했다.


그러나 19금 전원일기는 전원일기답게 업데이트되지 못한 과거의 피임법을 21세기로 승화하여 돌아가신 아버지 당신 불알도 내 불알도 꽉 졸라매서 '이 가문은 내 대에서 끝내버릴 것이야!' 라며 증오하는 아버지가 집착하던 가문의 존속을 자식을 보지 않는 방법으로 복수하기를 선택한 궤변론자가 등장한다.  

가문을 해체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 외 더 있겠으나 나 홀로 누릴 것 누리고 책무는 방치하며 핑계가 좋은데 헤이스팅스 가문의 모든 것을 자신까지는 홀로 즐기기로 선택했다는 것이다.

유교걸은 못마땅했다.

게다가 그가 선택한 피임 방법을 보면 이미 가문 바깥에 그의 친자가 한 다스는 있을 것 같은데. 이봐요 헤이스팅스 가문은 번성하고 있어요. 네가 모를 뿐 넌 이미 아빠일 것 같아.

조금 전까지 다프네의 드레스 자락의 사각거림처럼 간질거리던 연애의 기운. 다 어디로 사라졌지요?


아니 저 난봉꾼은 이때까지 여자랑 잘 때마다 계속 저 염병을 떨고 있었다는 것인가요. 저러다 다프네가 임신하면? 누구 애냐고 지랄하면 어쩌지? 다음 시즌에는 K-드라마 작가를 다섯만 불러줘요. 전원일기 엔딩이 싫어요. 성교육은 무슨, 아예 생식에 무지한 배우자를 저런 식으로 능멸한 남편이 마땅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세요. 이런 쪽으로 생각이 튈 때마다 결혼에는 골인했지만 아직 사랑의 소통에는 성공하지 못한 두 사람의 애정에 몰입이 와장창 깨지며 스토리 바깥으로 튕겨 나온다.


영국 상류사회에 모든 인종이 모여 신선한 PC 함을 보여주지만, 화려한 화면으로 눈을 압도하며 성교육에서 만큼은 다 큰 처자들을 백치 상태로 두는 불균형함이 얼마나 괴상한가를 부각하지 않고 묻어 버린다.


왕이 흑인 왕비를 사랑하고 맞이 하였으며 여러 인종이 상류사회에 당연하게 합류하여 있는 PC 한 사회에서도 명망 있는 가문의 여식들은 아기가 왜 생기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올바른 결혼 절차를 통해 운우지정에 눈떠도 생식의 개념을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저 임신을 하면 생리가 멈춘다는 것, 그리고 생리를 한다는 것이 바로 임신의 실패라는 것 정도는 겨우 알고 있는 정도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남자 형제 심지어 그중에는 바로 한 살 위의 남자 형제까지도 이미 알고 있는 '아기가 생기는 법'을 가장 맏언니 다프네부터도 그리고 가장 머리가 비상한 엘로이즈도 모르고 있으며 남자 형제들이 허둥지둥 말을 돌리는 장면과 쓸데없는 소리 말라며 눈치를 주는 어머니의 모습과 결혼 이후 왜 나를 백치 상태로 결혼시켰냐 엄마에게 분노하는 다프네의 모습이다.  

분노의 대상은 엄마가 아닌 것 같아.

너를 기만한 것은 남편이지.


다프네가 너무 일찍 캐러멜 드리즐 인간을 용서하여 조금 울적했다.

다프네. 다시 생각해봐. 그 남자는 아버지가 되기 싫다잖아.

육아휴직 쓰고 회사에서는 가정인 남자로 칭찬, 인정 등 받고 얻을 것 다 챙기며 정작 휴직기간 동안 육아 대신 대학원 다니고 육아책 써서 출판하고 자기 계발할 남자야.

아마도 이런 책 쓰겠지. '독신남, 육아휴직을 하며 진정한 아빠가 되다.', '어쩌다 보니 아빠 육아휴직'

육아할 시간에 책 쓰고 인터뷰하고 다니다가 육아의 결과만 독차지하려 드는 아빠가 될 거야.  


갑자기 쏟아지는 사랑의 비를 맞고 정신 무장한 다프네가 구석에서 징징거리며 자기 동굴로 도망갈 준비를 하면서도 힐끔힐끔 눈치 보는 캐러멜 드리즐 인간을 뒷목 잡고 끌어다가 조곤조곤 말로 패주고 나서야 둘의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진다.    

훨씬 나이 어린 여자의 진정한 사랑으로 구원받는 징징이 연상 남자를 그만 보고 싶은데 여기서 또 보고야 말았네.

그리고는 우리 소가 송아지를 낳았슈~

전원일기 엔딩으로 시즌1의 막을 내린다.


시즌 2에 캐러맬 드리즐 인간이 출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당연하다.

그는 아버지 부랄을 놓고 이제 브리저튼 가문과 완전히 융복합하였기에 더 이상 이 드라마에서 돋보일 수가 없다. 전원일기의 한 배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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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고마워요 휴먼 빙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는 밤이 있었는데 덕분에 잠시나마 시름을 잊었어요.

다들 이 맛에 드라마 보시는군요.

2021.12.07.


https://knoema.com/infographics/kchdsge/number-of-starbucks-stores-globally-1992-2021


https://www.youtube.com/watch?v=KhRhlumHMb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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