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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May 10. 2017

봄 언덕

봄 언덕


                   박 호


봄볕 아래

꽃망울 터지는 소리

서릿바람 몰아낸 저 붉은 용병들

진홍빛 향연은

덧없이 사라지는 한낮의 불꽃놀이


축제는 언제나 미완인 채

잠잠한 바람만 남기고

절정에서 이별의 막을 내리는 단막극

여운으로 남기고 간

사랑이 묻혀서 슬픈 기억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어루만지며

천생인연을 찾아서 꿈속을 헤매듯

지상으로 내려와 제자리 맴돌던 바람은

어느 날

내 머리 속으로 들어와 시어가 되었지


봄 언덕은

한 점 바람의 땅.


<깊은 강물은 소리가 없다> 중에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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