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언덕
박 호
봄볕 아래
꽃망울 터지는 소리
서릿바람 몰아낸 저 붉은 용병들
진홍빛 향연은
덧없이 사라지는 한낮의 불꽃놀이
축제는 언제나 미완인 채
잠잠한 바람만 남기고
절정에서 이별의 막을 내리는 단막극
여운으로 남기고 간
사랑이 묻혀서 슬픈 기억들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어루만지며
천생인연을 찾아서 꿈속을 헤매듯
지상으로 내려와 제자리 맴돌던 바람은
어느 날
내 머리 속으로 들어와 시어가 되었지
봄 언덕은
한 점 바람의 땅.
<깊은 강물은 소리가 없다> 중에서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