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러니 영국 속담에 `자존심은 악마의 정원에 피는 꽃'이라고 한다. 자존심의 상처를 감수해야 할 때 우리는 자존심을 버린다고 말한다. 때로는 빗나간 자존심을 세우려다가 일생 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리 사회 곳곳에 버려진 자존심들의 쓰레기가 쌓여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신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남의 자존심을 짓밟기도 한다. 그래서 17c 프랑스의 캐토릭 성직자인 페늘롱(Fenelon)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는 것은 자존심뿐 `이라 했고 기원전 4c 로마 시인 클라우디아누스(Claudianus)는 `자존심이 가장 고상한 인격을 훼손시킨다`라고도 했다.
한편 서양 사람들은 이때 `to swallow one's pride`라고 말한다. `자존심을 억누르다`라는 뜻이다. `swallow`의 원뜻은 `삼키다`이다. 그들은 자존심이 상할 때 길거리나 어디에도 버리지 않는다. 대신에 목구멍으로 삼켜 버린다. 그래서 보다 깨끗하고 밝은 사회가 유지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남을 존경할 때만 존경받을 수 있다.` 미국의 사상가 에머슨(Ralph W. Emerson)이 한 말이다. 세상이 하 수상하니 당연한 얘기도 무슨 명언처럼 느껴진다.
허허(虛墟)/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