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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호 Dec 06. 2023

그때는 알게 될 거야

그때는 알게 될 거야


박 호


바람 부는 날엔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으리라

생각했었지 나무는

밀림 속에서도 외톨이가 있듯이 

눈감으면 외롭지 않을까

잠자는 나뭇잎을 흔들어 깨우며

짓궂은 바람이 불어와

나뭇잎 누운 길 따라 떠나가듯

그렇게 살다가는 나무도 바람처럼

깡마른 삭정이 나뭇가지 사이로

메마른 삶의 휘파람 소리가

볕드는 모세관을 타고 요동치던

그때도, 그렇게 생각했었지

세월이 흘러 삭풍이 불어오던 날

무심한 기러기 한 마리 앉았다 떠난

황혼 녘 강가 주상절리

황량한 바위 끝에 얼음꽃 피고

마지막 잎새 하나 떨어져 나가던 그때는

수명 다한 유성이

빛바랜 달의 뒤편 우주 속으로

홀로 사라지듯 그렇게

나무도 스스로를 알게 될 거야, 

그때는


월간 <순수문학> 2022 . 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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