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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밀한필체 Aug 16. 2023

떠나야 할 시간

하고픈 것은 많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고, 그나마도 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미루고 미루느라 정작 나는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남아 있다.


7월부터 내가 꾸준하게 이어가고 있는 일은 간헐적 단식과 달리기뿐이다.


간헐적 단식의 텀은 점점 길어지고 있다.

오늘 12시에 일어나서 1시쯤 식사를 하려다가, 딱히 배가 고프지도 않아서 그냥 저녁 때 한 끼 충만하게 먹기로 했는데 3시쯤부터 배에서 자꾸 뭘 채워달라고 난리를 부리길래 분명 물 한 모금 안 마시니까 이 지경이겠거니 생각했다. 카페에서 커피 한 모금 마시니 그렇게 시끄럽던 뱃속이 푹 가라앉는 걸 보니 역시 내 생각이 옳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카페를 가려고 현관 문을 여는데 무슨 봉투 하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관리사무소에서 현관 문틈 사이로 꽂아넣은 임대차 기간 갱신 안내문이었다. 뜯어보고 나서야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아, 이제는 나갈 준비를 해야겠구나.


아마 다음 집을 알아본다면 구태여 이것저것 들여놓을 필요 없는, 필수 가전이 모두 구비된 풀옵션 투룸이나 오피스텔 정도를 알아보지 않을까 싶다. 언제 알아볼지는 모르겠다. 그런 곳이 있을까 싶다.

일단 그 집을 알아봐야 할 당사자가 원체 게으른 탓도 있는데다, 정작 그 당사자는 아직도 어떤 집이 맘에 드는지, 어느 지역에서 살아야 내게 유익한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똑부러진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는 건 분명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싫은 헛된 욕심으로 배가 불러서 그럴 것이다.


우선은 내가 무엇까지 포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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