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wym Nov 17. 2024

논비건이지만 비건 베이커리 사장입니다

서울 군자동에 있는 비건 베이커리 카페 오무오무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건 베이커리 카페 '오무오무'를 운영하고 있는 정성훈입니다.


출처: 오무오무



Q. '오무오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요. 


계란, 우유, 버터, 흰 밀가루, 정제 설탕. 이 5가지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아 '오무오무(五無五無)로 지었어요. 흰 밀가루 보단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고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통밀가루를 사용하고 있고, 정제된 설탕 대신 유기농 아가베시럽과 비정제원당을 사용하고 있어요. 설탕이 정제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식이섬유와 같은 영양 물질이 파괴되면서 혈당을 빨리 올리거든요. 우리가 빵을 먹었을 때 속이 더부룩한 이유도 빵 안에 정제된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이기도 하죠. 반면 비정제원당은 화학처리나 고온 가열을 하지 않기 때문에 원당의 영양소와 식이섬유가 그대로 남아 혈당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천천히 올라가게 해 줘요. 건강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다양한 선택지 중에서 건강한 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출처: 오무오무 인스타그램



Q. 캐나다에서 '건강한 비건문화'를 가지고 한국으로 오셨어요. 캐나다로 가게 된 이유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스토리가 궁금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 나가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때 당시엔 부모님의 반대로 가지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부모님의 지원 없이 혼자서 외국에서 살 수 있는 '워킹 홀리데이'라는 걸 알게 됐죠. 저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혼자 온갖 복잡한 서류를 준비하고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했어요. 그런데 정말 운 좋게도 붙게 되었죠.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했을 때, 처음 갔었던 곳이 로스터리 카페였어요. 그런데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매장 분위기와 일하는 직원들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고 ‘이 카페에서 무조건 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날 바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카페 사장님께 보여드렸더니, 운 좋게도 면접 제안을 주셨고 저를 좋게 봐주셨는지 바로 다음날부터 카페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캐나다에서 일하며 살아보니 이곳에서의 생활이 저에게 너무 잘 맞더라고요. 때마침 로스터리 카페에서 ‘네가 원하면 우리가 지원을 해줄 테니 더 있지 않겠냐’라고 말씀해 주셔서, 저는 영주권을 얻고 5년 동안 카페에서 일하며 캐나다에 계속 거주할 수 있었죠.


그러다 이곳에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한국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카페 분위기나 메뉴 구성, 아르바이트 친구들과의 소통 방법, 매장 운영의 전반적인 부분들이 제가 한국에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었거든요. 사실 한국과 캐나다를 오고 가면서 카페를 운영하려 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캐나다를 가지 못하게 됐고 카페 운영에만 집중하게 됐죠. (웃음)





Q. 캐나다의 비건 문화가 궁금해요. 그곳에서 어떤 비건 문화를 경험하셨고, 한국 비건 문화와 차이점이 궁금해요.


한국 비건 문화는 '윤리'와 ‘프리미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캐나다는 ‘체질’에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캐나다는 알레르기와 체질 상의 이유로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어느 식당을 가든 종업원이 손님에게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어떤 음식을 먹지 못하는지’ 꼭 물어보거든요. 혹은 손님들은 주문 전에 미리 음식의 원재료를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럼 종업원은 당연하게 레시피 북을 건네주고, 어떤 재료, 어떤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죠. 그리고 특정 재료가 포함되지 않은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같은 공간에서 만들어지면 교차 오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정보도 사전에 전부 설명해 줘요.





Q. 비건 베이커리 카페를 차리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는 사실 캐나다에 살기 전까지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에 대해 전혀 몰랐어요. 제 주변에 비건 친구들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한국에서 보통 친구와 식당에 갈 때 ‘너 앓고 있는 알레르기 있어?’라고 물어보지 않잖아요. 그런데 외국은 다르더라고요. 친구들하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데 전부 다 비건, 베지테리언 음식들만 가져오는 거예요. 바비큐 파티인데도 비건 재료들로 파티를 진행하는 거죠. 알고 봤더니 친구들 중에 비건이 아닌 사람은 저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때 처음으로 내 주변에 있는 지인, 혹 처음 만나는 누군가도 비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 카페에서 일하면서 버터와 우유, 계란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품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아직 한국엔 비건/논비건 모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아 비건 베이커리를 차리게 됐어요.





Q. 비건과 베지테리언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동물에서 비롯된 모든 음식을 먹지 않은 사람을 비건이라고 해요. 유제품이나 벌꿀도 먹지 않는 완전한 채식주의죠. 반면 고기나 생선을 먹지 않고 야채에 한정해 섭취하는 사람을 베지테리언이라고 해요.





Q. 비건을 실천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저는 사실 비건이나 베지테리언은 아니에요. 단순히 비건 문화를 전하기 위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일 뿐이죠. 비건은 다양한 선택지 중 하나인 거지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비건 음식을 판다고 해서 그 대표자가 꼭 비건일 필요도 없고요. 화장품을 여성이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꼭 여성이 만들어야 되는 게 아닌 것처럼 말이죠.





Q. 비건 베이커리를 운영하시면서 겪는 고충도 있을 것 같은데요.


비건이 아닌 사람이 비건 디저트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간혹 매우 언짢아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배신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블로그 후기 중에서도 비건 카페라고 해서 갔는데 유제품 라떼를 팔고 있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글을 작성하신 분도 계시고요.


그런데 사실 이건 편견이자 선입견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단순히 모든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비건과 건강식에 집중하고 싶을 뿐이에요.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분들께 비건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요. 이곳이 비건식만 판매한다면 일반식을 먹는 사람에 대한 또 다른 차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모두에게 이해받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아가며 무뎌진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Q.  오무오무 하면 인테리어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디서 영감을 받아 공간을 꾸미셨는지 궁금해요.


이곳은 40년 된 가정집이었어요. 번화가나 카페 거리가 아닌 골목에 숨어있죠. 저는 눈에 띄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꼭 주택을 개조하고 싶었고요. 제가 외국에 있을 때 느꼈던 느낌을 그대로 구현하고 싶었거든요. 캐나다 가정집에는 빵 굽는 냄새가 가득하고, 나무와 식물, 투박한 인테리어 가구들이 곳곳에 놓여있어요. 제 공간에도 그런 이국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모든 것들의 마감을 깔끔히 하지 않았고, 튀어나온 벽돌도 그대로 놔뒀어요. 오래된 할머니집 느낌을 생각하며 인테리어 했거든요. 


제 외국인 친구가 카페에 놀러 온 적이 있는데, 오자마자 캐나다 오두막 느낌이 난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방문하는 손님분들께서도 ‘군자 이런 곳이 없다’, ‘꼭 성수에 있을 것 같은 카페다’라고 말씀해 주시면서 정말 좋아해 주시고요. 인테리어에 공들인 보람이 있는 것 같아요. 





Q. 카페에 귀여운 일러스트가 많아요. 그중 비버가 카페 마스코트인 것 같은데요.

카페에 귀여운 캐릭터가 꼭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타깃을 20~30대 여성분으로 생각했고, 캐릭터는 캐나다에서 유명한 비버를 떠올렸죠. 이 그림은 비버가 크럼블을 먹으면서 흘리는 모습이에요. 빵 부스러기를 오무오무의 알파벳으로 표현해 봤어요.


오무오무는 동네 자그마한 카페지만, 저에게는 하나의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하고 싶었어요. 일산에서 오무오무를 운영했을 땐 브랜딩보단 카페 운영과 판매에 더 집중했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내서 브랜딩에 더 집중해 보기 시작했죠.



출처: 오무오무 인스타그램



Q. 군자가 아닌 일산에서 처음 오무오무 카페 운영을 시작하셨군요. 서울로 올라온 이유가 있을까요?

 

일산도 주택을 개조한 카페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애정이 많이 들었던 공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임대료가 오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른 공간을 알아보게 되었죠. 그때 당시 오무오무 디저트를 먹기 위해 먼 곳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자신감을 갖고 서울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던 중 군자라는 동네 골목에 주택 한채가 딱 눈에 들어왔고 바로 계약을 진행했죠. 군자는 언덕도 없고 두 개의 지하철도 지나가 접근성도 좋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출처: 오무오무



Q. 메뉴 중 '키즈 메뉴'가 있어요. 노키즈존 카페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더욱 새롭게 다가오는데요. 오무오무가 '예스키즈존'을 지향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오무오무를 ‘키즈 케어존’이라고 말해요. 어린아이들도 한 명의 사회 구성원이잖아요. 그 친구들도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매너를 배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노키즈존이 늘어나면, 아이들이 실내 공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되는지 배울 기회가 없어지잖아요. 부모님도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 모르고요. 생각보다 실내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모르는 부모님들이 정말 많아요. 그래서 이곳이 부모님과 아이들의 교육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키즈 메뉴를 추가했어요. 안내 사항에도 '부모님의 적극적인 케어를 부탁드린다'라고 적어놨고요. (웃음)


카페를 운영하며 느끼는 건 아이들을 케어 안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부모님들도 사실 첫 자녀를 키우는 경우가 많고, 카페에 아이들과 함께 가본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해요.



Q. 텀블러 할인, 포장 용기 할인도 진행하고 있네요.


저는 일회용품이 한 번 쓰고 버려지는 게 너무 아깝더라고요. 충분히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는데 왜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저의 기준을 다른 사람들에게 강요를 할 수 없으니, 메뉴 할인을 통해 환경보호 실천을 유도하고 있어요. 음료는 텀블러로 테이크아웃 해가면 1,500원이 할인돼요. 사람들이 일회용품 사용을 덜 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조금이라도 도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사장님이 개인적으로 실천하시는 환경보호에는 어떤 게 있는지 궁금해요.


가장 실천하기 쉬운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요. 이 텀블러도 4~5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텀블러를 계속 사면 그것도 의미가 없잖아요. 외국에 있을 땐 손님들이 몇십 년 된 텀블러, 깨진 머그컵까지 그냥 집에서 가져오세요. 외국은 이게 자연스러운 문화가 된 것 같더라고요. 한국도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고 ’이 사람 왜 유난 떨어’라는 시선으로 보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출처: 오무오무 인스타그램



Q. 비건 음식은 건강하지만 맛없다는 편견이 있어요. 반면 오무오무 디저트는 맛에 대한 평이 정말 좋은데요. 디저트를 만들 때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나요?


원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최대한 해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뻔한 얘기겠지만, 값싼 재료를 쓰면 맛에서 전부 티가 나요. 그래서 좋은 재료를 양껏 넣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비건이 아니다 보니 일반인들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 같아요. 비건식 하시는 분들은 입맛도 비건에 길들여져 일반식을 하는 분들에겐 낯설 수 있거든요. 





Q. 비건 베이커리 카페를 운영하면서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요?


주변 카페를 보면 잘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요. 브랜딩이나 매장 운영 부분이 전부 상향 평준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손님들이 기대와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상태인 것 같고요. 그 기준에 맞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데 가끔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리고 디저트 유행이 너무 빠르게 바뀌어요. 소비자들의 니즈를 비건 빵에도 반영하고 있는데, 그 주기와 빈도가 너무 빠르게 바뀌다 보니 따라가기 벅찰 때가 있는 것 같아요.





Q. 오무오무가 타 비건 베이커리 카페와의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비건을 고객 분들께 강요하거나 주입하지 않고 있어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모두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있죠. 오무오무가 비건식을 하시는 분들과 안 하시는 분들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Q. 앞으로 오무오무에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목표가 있는지 궁금해요. 혹은 오무오무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거창한 목표가 있진 않아요. 그저 물 흐르듯 이 자리에서 영업하고, 가랑비에 옷 젖듯 군자라는 동네에 스며드는 카페가 되고 싶어요. 갑자기 확 유명해지면 제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 될 수도 있고, 반짝하고 잊힐 수도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군자 하면 '오무오무'가 바로 떠오를 수 있었으면 해요.





Q. 마지막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는 하고 싶은 게 없었어요. 2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잘하는 것도 없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꿈이 뭐냐고 물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상당했죠. 그래도 저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는 살았어요. 그런데 결국에는 그 열심이 쌓여 어떤 쪽으로든 잘 풀리게 되어 있더라고요. 저처럼 꿈이 없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자신을 너무 이상한 사람 취급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꿈이 없어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봐요. 그것들이 축적돼서 미래의 나를 만들어 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대기업 퇴사 후 타코야끼 가게를 차렸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