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옥계동에 있는 작은 카페
29살 최민혁입니다. 구미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사람과 커피를 좋아하고, 책을 읽기도 때때로 글을 쓰기도 해요. 작게 작게 하고픈 것들이 많아 세상을 즐겁게 살고 있죠.
보통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정리해요. 최근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었어요. 때론 지나치는 생각을 잡아 그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도 해요. 떠오르는 생각에 따라 주제가 매번 달라지기도 하죠.
저는 언제나 꿈꾸는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부터 만들어 왔던 꿈을 조금씩 실현하고, 조금씩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제 목표거든요. 저는 대학을 건축학과로 입학해, 교육학과로 편입했고 지금은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요. 어쩌면 연관이 없는 일들이지만 저를 설명하는 데에 있어 어느 것 하나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들인 것 같아요. 모든 게 꿈과 도전 그리고 성장과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요즘은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은 '혐오 가득한 세상에 다시금 꽃 피우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는 철학을 좋아해요. 어떤 것에 대한 근본을 찾는 것,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것, 어떤 현상에 대한 원인을 찾는 것. 논리적인 인과를 찾아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는 게 꽤 즐거웠거든요. 커피가 이와 비슷하다 느꼈어요. 여러 가지의 추출변수에 따라 같은 원두라도 다른 맛이 난다는 게 재밌었어요. 또 추출된 결과에 따라 어떤 변수가 문제였는지 파악하고 변수를 건드려 최상의 추출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신기했어요.
저는 답이 없는 걸 좋아해요. 호불호가 갈린다는 표현처럼 정답이 없는 것들이 있어요. ‘맛’이 그렇죠. ‘맛없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정말 맛이 없어요. 다만 그것조차 맛있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종종 있죠. 반대로 ‘맛있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정말 맛이 있어요. 하지만 그조차도 맛없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요.
커피가 그래요.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맛있기도, 혹은 맛없기도 해요. 또 맛없던 게 입맛이 바뀌면서 맛있게 되기도 하죠. 저는 이런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맞닥뜨리고 나서 확신이 들었어요. 커피는 평생 즐길 수 있겠다고 말이죠. 매해 새로운 원두가 출하되고 새로운 프로세싱이 개발돼요. 또 이걸 음용하는 사람도 너무나도 많죠. 한 가지 원두로도 정답을 낼 수 없는데, 세상은 답이 없는 문제를 수도 없이 출제를 하니 어떻게 질릴 수 있을까요(웃음).
저와 가까운 사람들은 저를 이미 알기에 대부분 응원해줬어요. 말린다고 그만둘 놈이 아니란 걸 아는 거죠. 부모님은 오히려 더 부추길 정도였어요. 네가 정말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모르겠고 일단 부딪혀서 경험해 보라고 하셨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은 조금 후회하시는 것 같지만요.
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은 꿈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사람들이 행복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 행복은 관계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렇다면 관계를 끈끈하게 또는 건강하게 이어나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떠오른 것이 ‘공감’이었어요. '공감'을 만드는 '공방', 제 공간이 어떠한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 다름 아닌 '공감'이길 바랐거든요. 사람들이 공감을 더욱 잘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것을 통해 사람들이 더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길 바라는 마음에 카페 상호명을 '공감공방'으로 지은 거예요. 이곳에서 손님분들이 더 따듯해지고 행복해지길 바라요.
어느 순간 모든 사람들이 아파 보였어요. 그런 생각이 들게 된 순간부터 세상이 썩 행복한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지 않은 것 같았죠. 오히려 반대였어요.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고 혼란스러워지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저는 모든 사람들이 아무 걱정 없이 놀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의 순수함을 간직했으면 좋겠어요.
저를 커피에 입문하게 만들어준 '케냐원두'와 커피가 진짜 맛있다는 걸 알게 해준 '코스타리카 원두'입니다. 농장명도 프로세싱도 기억 안 나지만 이 두 원두가 특별히 제 기억 속에 남네요.
네, 물론이죠. ‘케냐 원두’라고 하면 옛날에는 토마토와 야채류의 향미를 특징으로 꼽았어요. 커피에서 토마토 향이 난다는 게 참 신기하잖아요? 그래서 처음 드립커피를 도전할 때 독특할 것 같은 케냐커피로 도전했어요. 말마따나 정말 토마토 뉘앙스가 띄었고 내려주신 사장님이 잘 내려주신 건지 과하게 신맛이 나지도 쓴맛이 나지도 않게 밸런스가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덕분에 커피가 재밌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죠.
'코스타리카 원두'는 와이니한 바디감과 플로럴한 향, 끝에는 은은한 단맛이 받쳐주는 밸런스 최강의 커피였어요. 저는 커피를 마실 때 단맛과 신맛의 밸런스를 굉장히 중요시하는데요. 어느 것 하나 튀지 않는 커피죠. 누군가는 캐릭터가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저는 그 밸런스가 하나의 캐릭터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런 커피가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맛이라고 믿고 있어요.
ps) 지금은 현지를 보고 이 현지의 커피는 이런 맛이야!라고 단정 짓기 힘들어요. 예전에는 가공방식이 한정되어 있어 그 맛이 현지에 따라 크게 달라졌지만 지금은 가공법이 엄청나게 많아졌어요. 내추럴, 워시드, 허니, 아나애어로빅 등 이제는 각 농장에서도 그들만의 새로운 가공법을 만들고 있는 추세거든요. 커피는 이 가공법에 따라서도 뉘앙스가 크게 바뀌니 현지를 보고 맛을 추측하기란 굉장히 어려워졌죠.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람을 알아가는 걸 좋아해요.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다양한 지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감정선을 공감하는 게 즐겁잖아요.
저는 호기심이 많고 좋아하는 것도 많아서 취향을 물어보면 굉장히 대답하기가 어렵더라고요. 다만, 이 공간에서의 취향은 따스함과 편안함이었습니다.
뜬금없지만 '운동'이에요. 무휴로 일을 하니 정신이 피폐해지는 것 같아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 정신으로 손님들에게 웃음을 보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운동을 시작하니까 피곤해도 정신은 맑아져서 좋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고객들이 이곳에서 따스함과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죠.
약 4달간의 카페 운영 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었어요.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었기에 그랬던 것 같아요. 또, 미래를 걱정하는 것보다 미래를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컸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에 한 발자국 나아갔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한 정말 공감공방의 시간이었습니다.
베이킹을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커피를 좋아하기에 카페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실패와 가장 직결되기 때문이죠. 이제는 커피를 소비하기 위해 카페를 간다기보단 커피와 디저트를 소비하기 위해 카페를 가는 추세잖아요. 즉, 커피로는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힘들었죠.
오히려 트렌드에 따라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 지역에서는 잘 팔지 않는 특색 있는 음료와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공감공방의 차별화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기에 트렌드에 예민하기보단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요즘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기 위해 과카몰리를 만들고 있는데, 손님들 반응이 좋아 곧 출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카페를 방문했던 손님이 다른 지인을 데리고 재방문하셨을 때 행복해요. 보통의 경우에는 지인을 데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재방문하지는 않으니까요. 아마 대만족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시음회를 통해 친해진 단골손님과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커피를 좋아하는 친구인데, 시음회 때 제 커피를 마시고 극찬을 하면서 매번 찾아오는 친구였어요. 매일같이 와서 같이 음료에 대해 고민도 해주고 디저트 메뉴도 추천해 줬었죠.
그런 감사한 친구가 곧 군대 때문에 구미를 떠난다고 하더라고요. 선물 받은 와인이 있는데 한 잔 같이 하자고 했죠. 저는 남아있는 과일을 꺼냈고 그 친구는 집에서 큐브치즈를 가져와서 안주 삼아 먹었어요. 그 시간이 저한테는 너무 귀한 시간이었고 아직까지도 카페를 운영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는 경험으로 남게 됐네요.
치즈크림라떼, 체리라떼, 바나나푸딩이 있습니다.
바나나크림과 바나나 계란과자가 들어가 디저트예요. 미국에선 이런 크림질감의 디저트를 푸딩이라 지칭하더라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포동포동한 일본식 푸딩은 아니에요.
바나나푸딩 특징으로는.. 답니다. 오리지널 바나나푸딩은 너무 달아요. 그래서 저는 조금 덜 달게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거쳤고 이제는 조금 안정된 것 같아요. 정말 맛있으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꼭 한번 와서 먹어보세요.
중학생 때 친구들과 돈을 모아 몇 개월 기부를 한 적이 있었어요. 반년을 조금 넘게 기부를 했는데 어느 날, 후원 아동에게 편지를 받았어요. 지금은 내용도 기억 안 나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이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아요. 성인이 되고 언젠가는 꼭 다시 기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다른 이유로는 지인의 말 때문이었어요. 지인은 2년 동안 아동후원단체에 기부를 해왔는데, 다른 대상(노인, 불우이웃 등)이 아닌 꼭 아동후원단체에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어요. 그 이유는 '아이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아직까지도 가슴에 와닿아요.
말했듯 공감공방에 어울리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어요. 물론 커피와 음료도 잘하는 바리스타도 되고 싶고요. 카페라는 공간에 충실하면서도 공감공방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너무나도요. 좋아하는 일이 너무 많아 어떻게 연관 짓고 수행할 수 있을지가 문제예요.
대학교를 다닐 때 ‘소담소담’이란 이름으로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한 적이 있는데요. 여럿이 모여 서로의 안녕을 묻고 각자 하나의 주제를 발제해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는데, 그 모임이 저한테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래서 소담소담을 조금 변형해 공감공방의 첫 번째 콘텐츠로 기획하고 있어요. 특별하게 매력적인 포인트는 없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엔 많이 부족한 프로젝트지만 제게 행복이 되었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임의 소개라고 할 건 없어요. 그저 이 모임은 이야기하고 듣는 모임이기 때문이죠. 책모임처럼 책을 읽고 독후 감상을 나누는 것도 아니고 철학모임처럼 철학적 사고를 나누는 모임도 아니에요. 단지, 각자의 고민이나 생각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보기 위한 모임이라 보면 좋겠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어 시야를 넓히는 것이 모임의 목적이니까요.
요즘은 성공을 말할 때 돈을 이야기하잖아요.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야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돈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것도 어느 정도의 돈이 성공이라 부를 수 있는지도 저는 그리 좋게 보이진 않아요.
성공의 척도는 사실 사람마다 다 다를 수 있어요. 저는 행복을 성공의 척도로 보고 있어요. 이 또한 애매모호한 기준이지만 또 애매모호하기에 붙이기 나름이니까요. 저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굶지 않을 돈을 벌고 있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나름대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저 세상 사람들이 행복에 더욱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 인생에 인터뷰도 다 해보고 즐겁네요.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