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군자동에 있는 계절 디저트샵 윤숲
안녕하세요. 계절 디저트샵 윤숲을 운영하고 있는 파티시에 허윤이라고 합니다.
케이크나 과자와 같은 제과류를 만드는 사람을 파티시에, 페이스트리 셰프라고 불러요. 빵을 만드는 사람은 제빵사, 베이커라 부르고요. 옛날에는 파티시에가 그저 디저트만 잘 만들면 되는 직업인 줄 알았는데, 직접 매장을 운영해보니 고객들에게 디저트에 대해 디테일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능력과 판매까지 연결시킬 수 있는 서비스 능력 또한 겸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수업 중 직접 당근 밭을 가꾸고 수확까지 해서 집으로 가져가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런데 친구들이 수확한 당근 전부를 집이 아닌 밭에 두고 간 거예요. 알고 보니 친구들 중 대다수가 지방에 살고 있어 밭 한 두둑에서 수확한 당근을 집으로 전부 가져가는 게 무리였던 거였죠.
그 모습을 지켜본 저는 친구들이 밭에 두고 간 당근을 가공해 디저트 재료로 사용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밭에 있던 당근을 전부 집으로 가져가 갈고 다지면서 베이킹 재료로 사용해본거예요. 그런데 이 시간이 저에게 너무 큰 보람과 재미로 다가왔어요. 아무에게도 소비되지 않을 뻔한 농산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재미를 느낀거죠. 이 순간을 계기로 직접 수확한 제철 과일, 농산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고, 손님들에게 판매까지 해보고 싶은 꿈을 갖게 되었어요.
버터나 계란, 밀가루 같은 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재료잖아요. 그런 흔한 재료들이 파티시에나 제빵사의 손길을 거치면 맛있는 빵과 디저트로 탄생하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웃음)
특히 베이킹을 할 때 처음 ‘계량’이란 걸 하게 되는데요. 계량한 재료들이 어느 순간 완제품, 그러니까 그럴싸한 제품이 되어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그렇게 만들었을 때 뿌듯하고, 먹었을 때 뿌듯하고, 또 좋아하는 가족이나 친구,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배로 뿌듯해지는 거죠. 그게 제과제빵의 가장 큰 매력인 거 같아요.
제과요. 사실 저는 원래 제빵을 더 좋아해 베이킹을 먼저 배웠고, 제빵사를 꿈꾸기도 했어요. 그런데 고등학교 졸업 후 우연한 계기로 제과회사에서 일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요. 제과는 제빵보다 섬세한 스킬을 요할 때가 많더라고요. 저는 이전부터 다이어리를 꾸미거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는데, 색이나 데코 같이 디저트에 꾸밀 수 있는 요소가 많은 제과는 제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는 일이었던 거예요. 그렇게 제과에 푹 빠지게 됐어요.
제빵은 기계를 이용해서 반죽을 칠 때 ‘탁탁탁탁’ 하면서 찰진 소리가 나요. 그렇게 점점 찰기가 생기고 글루텐이 형성되면서 쫄깃쫄깃해진단 말이죠. 저는 그 느낌을 너무 좋아해요. 그 다음 '1차 발효'라는 걸 하는데 발효가 끝나면 반죽이 기존의 2배 정도 부풀어 있어요. 그때 따뜻하고 말랑말랑해진 반죽의 느낌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도 이렇게 빨리 창업하게 될줄은 몰랐어요. 막연히 제 이름을 건 빵집을 열겠다는 꿈만 꾸고 있었는데, 고등학교 창업동아리 활동을 하며 꿈이 구체화 되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매년 창업 계획 발표 대회가 열렸는데, 대회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선생님들께 현실적인 컨설팅, 피드백을 받으며 지금 당장 오픈할 수 있을 만큼의 창업 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었어요. 졸업 후에도 그 계획서를 스스로 구체화 하다보니 어느 순간 자신감이 생겨 취업 대신 창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그렇게 2018년, 21살에 윤숲을 오픈하게 됐네요.
졸업하고 제과 회사, 마카롱 가게,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저축한 2천만원으로 시작했어요. 그동안 베이킹 하려고 모아 놓은 기계나 기물들이 있어 초기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었구요. 게다가 보증금이 천만 원이었던 곳이라 첫 시작을 비교적 저렴하게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리틀포레스트'라는 영화를 정말 좋아해요. 일본판, 한국판 둘 다요. 영화에서 주인공이 제철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음식을 만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고 감명받아 저도 2018년 한 해동안 제철 농산물로 디저트를 만들어 보는 프로젝트 ‘리틀 포레스트 2018’을 진행한 적이 있어요. 이 프로젝트가 윤숲을 오픈하는데 큰 밑거름이 돼서, 제이름을 딴 ‘윤’과 프로젝트 이름 ’포레스트‘를 합쳐 ‘윤숲’이라고 지었어요.
또 다른 이유는 숲은 계절의 색을 가장 잘 담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가을을 예로 들면 숲에서 초록색, 노란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을 찾아 볼 수 있는 것 처럼요. 그래서 손님들이 이곳 윤숲에서도 제철 디저트를 통해 다채로운 계절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계절마다 그때만 빛나는 농산물들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 중 하나가 농산물 가공이었기 때문에, 제철 농산물을 가공해 손님들에게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디저트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리고 손님들이 윤숲을 통해 제철 농산물의 맛을 깨닫고, 더 많은 농가들의 농산물이 많은 분들의 먹거리로 소비되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구요.
본점은 딸기 케이크, 후르츠산도점은 상호명대로 후르츠산도가 가장 인기가 많아요. 딸기는 원래 봄과 겨울에만 수확 가능한데, 올해 여름은 하우스에서 재배한 딸기를 사용해봤어요. 그동안 여름 딸기는 비싸고 맛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우연히 먹게된 여름 딸기에서 겨울 딸기에서는 잘 못느꼈던 진한 장미 향이 강하게 나는 거예요. 윤숲에서 가장 인기있는 딸기케이크를 손님들에게 사계절 내내 제공해드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나요.
우선 농가들에게 연락 드려 농산물을 받아 사용해본 다음 맛과 신선도가 괜찮으면 다시 연락을 드려요. 직접 농가에 방문해볼 수 있는지, 가능하면 직접 가서 수확도 해볼 수 있는지 여쭤본 다음 지속적으로 거래 가능한지 환경인지 꼼꼼히 확인해보고 있어요.
백화점 관계자 분들께서 저희 매장을 좋게 봐주셨는지 먼저 팝업스토어 제안 요청을 주셨어요. 매일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강남까지 차로 오고 갔던 게 조금 힘들긴 했지만, 덕분에 윤숲 디저트를 더 많은 고객 분들에게 선보일 수 있어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제가 13살 때 처음 홈베이킹을 시작했으니 올해 벌써 14년차가 됐네요. 윤숲은 매년 계절감을 담은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가을, 겨울에는 여름 디저트를 미리 준비 해요. 매 계절마다 새로운 종류의 디저트를 개발하기 때문에 일이 질린 적은 없어요.
일을 하며 아쉬웠던 점은 매장에서 판매하는 디저트만 계속 만들다 보니 기술적으로 현재에 머무르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쉬는 날에도 매장에 나가 평소 만들지 않는 제빵이나 초콜릿 종류의 디저트를 만들어보고 연구하고 있어요.
제가 제과 회사에서 근무할 때 아쉬움을 느낀 적이 많았어요. '내가 사장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하는 것들이요. 그래서 저희 직원들은 제가 느꼈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매장 운영이나 직원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요.
한 직원이 저에게 '윤숲은 일터가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처럼 느껴진다'고 말해준 적 있어요. 실제로 직원들이 쉬는 날에도 매장으로 종종 놀러오곤 하거든요. 직원들도 제 진심과 노력을 알아주는 것 같아 정말 고마웠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매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일이야 정말 수도 없이 많지만, 지금은 저희 남편과 함께 매장을 운영 하고 있어서 남편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힘이 많이 되어주는 고마운 존재죠.
후르츠 산도가 일본식 과일 샌드잖아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컨셉 매장 인테리어를 떠올렸어요. 직원들과 핀터레스트에서 참고 사진들을 모아 여러번의 회의를 거친 끝에 지금의 윤숲 후르츠산도점이 탄생했죠.
제가 용인에서 윤숲을 운영하다 서울로 이사왔는데, 그때 새롭게 출시한 제품이 후르츠 산도였어요. 후르츠산도는 샌드위치 사이에 생크림과 과일을 듬뿍 넣은 디저트인데요.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 후르츠산도가 손님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았어요. 그런데 윤숲은 후르츠산도 외에도 다양한 제철 디저트를 선보이는 매장이었기 때문에, 인기있는 후르츠산도만 많이 생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그래서 아예 2호점을 후르츠산도 단독 매장으로 독립시켜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예요.
다쿠아즈는 기존에 판매하던 제품이었어요. 그런데 문득 다쿠아즈를 조금 다른 식으로 변형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죠. 예전에 마카롱 가게에서 일할 때 '생과일을 넣은 마카롱'이 정말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생과일을 넣은 다쿠아즈'를 만들어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다쿠아즈는 마카롱에 비해 조금 더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단맛도 조금 덜한 디저트라, 안에 들어가는 크림 테스트를 수없이 진행해야 했어요. 버터 베이스 크림, 생크림 베이스 크림 등등.. 다양한 테스트와 연구 끝에 지금 윤숲만의 다쿠아즈 후르츠산도가 나오게 됐죠.
지금 3호점을 계획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메뉴는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아마 구움 과자나 구움 케이크, 페스츄리 등을 판매할 것 같아요. 3호점 이름도 2호점처럼, 'OO점'으로 짓게 될 것 같아요. 너무 귀여울 것 같지 않나요?(웃음)
사실 윤숲이 3호점 오픈과 더불어 롯데백화점 입점도 하게 됐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우선 매장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매장 관리나 운영, 서비스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윤숲이 용인에서 첫 오픈할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방문해주시는 오랜 단골 손님분들이 계신데요. 지점이 늘어난다고 해서 그분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가 소홀해지거나 디저트의 퀄리티가 저하되는 일이 없도록 이 부분은 확실히 챙기고 싶어요.
조금 더 거창한 목표는 디저트 생산 공장을 만들고 싶어요. 윤숲에서 직접 만드는 디저트를 동일한 퀄리티로 대량 생산해 판매 규모를 늘리고 온, 오프라인의 더 많은 고객분들에게 저희들의 디저트를 제공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윤숲을 이름으로 한 디저트 교육의 장도 만들고 싶어요. 아직까진 정말 막연한 꿈이고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꿈을 위해 노력해보려구요.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