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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wym Nov 13. 2024

대기업 퇴사 후 타코야끼 가게를 차렸습니다

서울 군자동에 있는 타코야끼 바 로컬 타코야끼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현지: 안녕하세요. 로컬 타코야끼 사장 김현지입니다. 매장의 전반적인 운영과 재방문율을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정민규: 안녕하세요. 같이 일하고 있는 정민규입니다. 저는 매장 신규 유입과 기계, 설비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재방문율을 담당하신다는 게 흥미로워요. 어떤 방식으로 고객 재방문을 유도하시나요?


김현지: 매장에 들어왔을 때 느껴지는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손님이 이곳에 또 오고 싶다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맛뿐만 아니라 친근감 있는 고객 응대와 서비스에 신경 쓰고 있어요.





Q. 매장 이름이 '로컬 타코야끼'에요. 이름에 담긴 의미가 있을까요?


김현지: 제 이름이 현지예요. 김현지, local. (웃음) 이곳 군자에서 태어났고 일본 음식인 '타코야끼'를 판매하고 있죠. 제가 태어난 '로컬'에서 '로컬 킴'이 '일본 로컬'의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담아 ‘로컬 타코야끼’로 지었어요.





Q. 의의로 매장에서 재즈 힙합이 나오네요. 일본 노래가 나올 줄 알았는데요.


김현지: 유행을 따르지 않고 저희 매장만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적당히 리듬 탈 수 있으면서, 그렇다고 너무 바른 템포는 아닌 재즈 힙합을 틀고 있어요. 민규가 직접 선정한 곡들이에요.





Q.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하셨어요. 회사 생활은 어떠셨나요?

 

김현지: 회사 생활 자체는 너무 좋았어요. 10년 동안 대기업과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일해오며 조직문화, 채용, 평가보상 등 전반적인 HR 업무를 해왔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직군의 전문가들과 협업, 소통하면서 일도 많이 배웠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다만 제가 인사업무를 선택해서 한 게 아니라 조직개편으로 인해 인사팀으로 발령된 거였기 때문에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지?’에 대한 의문은 늘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지금까지 10년 동안 해왔던 걸 앞으로 10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았고요.


결정적으로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건강 악화 때문이었어요. 스트레스성으로 건강이 악화되면서 원인 모를 알레르기와 호흡 질환으로 새벽마다 숨쉬기 힘든 지경까지 왔었거든요. 한 번은 땅콩알레르기처럼 기관지가 부어서 숨이 안 쉬어지는데, 2시간 뒤 출근을 해야 했죠. 그때 깨달았어요. '이렇게 사는 게 맞나?' 그날 바로 퇴사하겠다고 말했어요. 죽음의 고비를 넘겨보니 이렇게 살다 간 인생이 너무 허무하고 후회만 가득할 것 같았거든요.





Q. 퇴사 후 창업을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현지: 퇴사하고 쉬는 기간이 좀 있었어요. 저는 제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살면서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별로 해본 적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남들이 대학을 가니까 저도 대학에 갔고, 남들이 대기업 가려고 하니 저도 대기업을 목표로 공부했었으니까요.


그렇게 3개월 동안 집에만 있으니까 인생의 바닥을 한번 경험해봤어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몰라 하루종일 집에서 멍하니 있기만 했거든요. 그러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이고, 뭘 하고 싶을까'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는데, 민규가 저에게 딱 한마디를 해줬어요. ‘현지, 그렇게 생각만 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돈을 다 잃어도 되고 실패해도 좋으니 일단 도전해 봐요.’ 정말 그 한마디가 확 와닿더라고요.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 우울해지고 두려워지고 결국 아무것도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성수동에 가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생각의 경로가 단순했죠. 그렇게 3개월 동안 성수동 카페 오픈 준비를 도왔고, 그곳에서 20대 친구들과 함께 일했어요. 그런데 의외로 그곳에서 영감을 정말 많이 얻은 거예요. 젊은 친구들의 활기찬 에너지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저 스스로의 자만심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친구들 덕분에 아직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죠. 그리고 카페 오픈 준비를 돕다 보니 매장 운영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고, 50%만 준비가 되어도 일단 시작하며 부딪혀 봐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창업을 결심하게 됐죠.  


Q. 처음으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셨어요. 지금 하는 일은 어떠신가요?

김현지: 저는 너무 만족하고 있어요. 회사에 다닐 땐 제가 주체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지금은 제가 매장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보고 직접 실행해 보는 과정들이 너무 즐거워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기분이에요.





Q. 창업 아이템이 '타코야끼'인 것도 신선해요. 타코야끼는 어떤 음식이고, 수많은 음식 중 타코야끼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김현지: 퇴사하고 건강이 완치된 기념으로 교토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타코야끼 바에 들어갔어요. 퇴근 시간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타코야끼 한 접시, 맥주 한잔을 딱 먹고 쿨하게 집으로 돌아가시는 거예요. 맛도 맛이었지만, 공간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제가 머릿속으로 그려오던 아지트 같은 공간이었죠. 그래서 ‘이거다!’ 하고 군자에 타코야끼 매장을 차리게 됐어요.


그리고 음식이 너무 무거우면 아지트 느낌이 나지 않아요. 반면 너무 가벼워도 머물다 가기 애매한 공간이 되어버리고요. 따뜻한데 어느 정도의 정성이 들어가면서 가벼움과 무거움 그 중간에 있는 음식이 바로 타코야끼였어요.


정민규: 타코야끼가 길거리음식으로 많이 알려져 있어 가벼운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는데요. 사실 타코야끼 한 알을 구우려고 해도 15분이 걸리고, 15분 동안 불판 앞에서 계속 알을 굴려야 해요. 잠깐 한눈팔면 다 타버리고 불을 약하게 하면 알이 쪼그라들거든요. 그렇다고 미리 만들어 놓으면 맛이 없어지는 굉장히 까다로운 음식이라 정성이 정말 많이 들어가죠.





Q. 주 6일 동안 타코야끼 기계 앞에서 일하면 체력적으로 지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는데요.


김현지: 이미 번아웃이 한 번 왔었어요. (웃음) 오픈한 지 3개월 되던 날 정말 많이 아팠거든요. 10년 동안 사무실 의자에 앉아만 있었던지라 체력적으로 너무 무리가 됐었나 봐요. 그때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요즘은 일도 적응 했고, 손님분들이 타코야끼를 드시면서 ‘너무 맛있어요’ 이 한마디 해주시면 몸의 피로가 싹 풀리는 거 같아요.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고, 오히려 또 어떤 걸 도전해 볼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Q. 매장 도배부터 인테리어까지 직접 하셨어요. 공간을 꾸밀 때 어떤 디테일들을 신경 쓰셨는지 궁금해요. 


김현지: 동네 아지트가 되려면 동네 친한 언니 오빠 집에 놀러 간다는 느낌이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미면 처음엔 예뻐 보일 수 있겠지만, 그게 어느 순간부터 촌스럽게 느껴지거나 질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간에 사장의 정체성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촌스럽고 어설퍼 보여도, 이곳에 ‘나’라는 자체를 녹이자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매장에 비치된 소품, 벽에 붙여져 있는 포스터 전부 제 집에서 가져온 것들이에요.


그리고 바닥 보수도 직접 했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인터넷을 찾아보면서 했는데, 한번 실패한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페인트 사장님에게 ‘사장님 저 실패했어요.’라고 하소연했더니, 사장님이 ‘처음부터 잘하면 직업으로 해야지’라며 위로해 주셨죠. 매장 오픈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정민규: 매장 가운데에 있는 바테이블도 저희가 직접 만들었어요. 시중에서 판매하는 바 테이블은 앉았을 때 높이가 애매해서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원하는 높이에 맞게 목공도 직접 하고, 의자도 주문 제작했어요. 최대한 사람들이 편하고 아늑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Q. 로컬 타코야끼에서 판매하는 타코야끼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궁금해요.


김현지: 저희는 믹스를 사용하지 않고 반죽을 직접 해요. 그리고 가문어나 필리핀산 문어가 아닌 돌문어를 사용하고요. 문어는 항상 직접 손질하고 5~6번 씻어서 식감을 좋게 만들고 있어요.


정민규: 미리 만들어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몇몇 매장은 타코야끼를 미리 만들어 놓은 상태로 손님이 오시면 다시 가열해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주문 즉시 조리하고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반죽의 맛과 문어의 싱싱함을 위해서 이 방법을 택하고 있죠. 한 번 만들어 놓으며 어쩔 수 없이 안에 들어있는 문어가 질겨지거나 쪼그라들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타코야끼 안에 들어있는 문어가 살아있어요. (웃음)





Q. 회사 직장인에서 타코야끼 전문점 사장님이 되셨어요. 전문가가 되기 위해 고단한 노력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노력까지 하셨는지 궁금해요. 


정민규: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100번 넘게 만들어본 것 같아요. 레시피 배합도 계속 바꿔가면서 최상의 맛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일본 출장도 오고 가며 다양한 레시피를 연구하기도 했고요.


김현지: 타코야끼의 질감, 굽는 시간, 육수 베이스 등, 배합을 다르게 한 반죽 여러 개를 준비해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도 진행해 봤어요. (웃음) 맛의 디테일을 찾으려고 정말 노력 많이 한 거 같아요. 그렇게 최종 레시피를 개발하고 매장을 오픈해서 손님분들께 선보였는데, 왠지 자신이 없었어요. 손님분들이 맛있다고 해주시고, 심지어 일본인 손님께서 극찬을 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안 좋은 리뷰나 피드백을 받을 때 심하게 흔들리더라고요. ‘이게 진짜 맛있을까?’라는 불안감이 항상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번 더 일본 출장을 다녀왔어요. 하루 세끼 타코야끼를 먹고 사장님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면서 사용하는 소스, 만드는 방식들을 좀 더 디테일하게 배우고 왔어요. 그렇게 한 번 더 레시피를 수정한 끝에 지금 판매하고 있는 타코야끼의 맛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Q. 시오, 네기, 청양고추, 불닭, 사천짜장 등, 타코야끼 맛이 정말 다양해요. 어디서 영감을 받아 개발하신 건가요? 또 어떤 맛까지 시도해 보셨는지 궁금해요. 


김현지: 네기 타코야끼는 교토에서 먹었던 타코야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먹자마자 이건 꼭 판매해야겠다 싶었어요.


시오 타코야끼는 소스 없이 소금에만 찍어먹는 타코야끼인데, 제가 반죽과 문어에는 자부심이 있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국내에 흔하지 않다 보니 처음부터 판매하진 않았고, 손님들에게 한알씩 서비스로 드리다가 반응이 너무 좋아서 바로 메뉴에 추가하게 됐죠. 


청양고추 타코야끼불닭 타코야끼는 타코야끼를 한국인 입맛에 맞게 재해석해서 만들었고, 사천 짜장 타코야끼는 타 매장에서 '카레 타코야끼'를 판매하길래 '우리는 그럼 짜장을 만들어보자!'해서 개발하게 됐어요. (웃음) 생각보다 너무 맛있더라고요. 국내 유일, 저희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메뉴일 거예요.


정민규: 요즘 새로운 맛을 추가로 개발하고 있어요. 일본에서는 뜨거운 국에 밥을 말아먹는 오차즈케처럼, 뜨거운 국물에 타코야끼를 넣어 먹는 메뉴가 있더라고요. 주문부터 망설여지는 메뉴였는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맛있는 거예요. 엄청 파격적인 메뉴였죠. 그래서 지금 이 메뉴를 어떻게 한국식으로 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토마토 베이스로 한 소스도 만들어보고 있어요. 토마토 파스타처럼 '토마토'와 '탄수화물' 조합을 타코야끼에도 접목시켜 보려고요. 요즘은 일본을 카피하기보다 저희들만의 색깔을 입혀보기 시작하고 있어요.





Q. 메뉴 개발을 위해 타코야끼를 정말 많이 먹어보셨겠어요.


김현지: 저는 국내에서 타코야끼 가장 많이 먹어본 사람 중에 탑 10 안에 든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민규는 하루라도 안 먹으면 타코야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정민규: 저는 계속 먹어도 안 질리던데요. 매일 먹어도 맛있더라고요. (웃음) 



출처: cookat.magazine



Q. SNS에서 한창 타코야끼와 불닭볶음면을 같이 먹는 조합이 유행했어요.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타코야끼 추천 조합은 무엇인가요?


김현지: 사실 불닭볶음면과 같이 먹으면 냉동 타코야끼도 맛있을 거예요. 저희 매장만의 타코야끼 맛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타코야끼 단품과 탄산감 있는 맥주, 하이볼을 같이 먹는 걸 추천드려요. 혹은 매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바질 토마토에이드나, 사과 시나몬 에이드와 함께요.





Q. 최근 탄산 기계를 구입하신 걸 봤어요.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계신가요?


김현지: 하이볼 용이에요. 하이볼은 탄산감이 되게 중요하거든요. 아무래도 국내 하이볼은 토닉워터를 쓰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탄산이 쉽게 빠져서 단맛만 나는 음료가 되어버리는 게 아쉬웠어요. 저희가 타코야끼 가게를 시작할 때 다짐했던 게, 이 구역에서 만큼은 '타코야끼와 하이볼을 가장 잘 만드는 맛집'이 되어보자였거든요. 그래서 적어도 하이볼의 탄산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생각에 탄산 기계를 구입했어요.


정민규: 저희들이 요리를 전문적으로 해봤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이 연구하고 있는 거 같아요. 주변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면 전문가가 되어야 하니까요.

 




Q. 타코야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 출장도 자주 다녀오시는 것 같아요. 일본 출장에서 얻게 된 영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현지: 개성의 차이를 깨닫게 된 거 같아요. 일본에서도 도쿄, 오사카, 교토의 타코야끼 맛이 전부 달라요. 결국 다름의 차이인 거지 틀린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들만의 스타일을 찾고 개성을 좀 더 넣어야겠다 다짐하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정민규: 일본에서 타코야끼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대중화된 음식이에요. 한국으로 치면 집에서 해 먹는 김치전, 파전인 거죠. 그래서 맛이 전부 달라요. 사람마다 다르고, 가게마다 달라요. 저희가 방문한 일본 타코야끼 집도 모든 곳이 맛이 달랐어요. 고객 반응도 전부 달랐고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정답은 없다. 우리만의 색깔을 찾자.'



Q. 사장님이 뽑으신 일본 타코야끼 맛집은?


김현지: 교토에 있는 '타코야스 시치조오미야점'이요. 저희가 나름 타코야끼에 자신 있는 상태로 최근에 재방문했는데도 이곳은 압도적으로 맛있더라고요. 저희에게 앞으로의 목표와 나아가야 될 방향을 제시해 준 집이었어요.


정민규: 저는 오사카 '타코타코킹'이요. 손님이 추천해 준 집이었는데, 이곳은 맛을 떠나 사장님의 응대와 매장 음악 선곡, 손님들의 대화 소리, 조명의 밝기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곳이었어요. 이곳을 통해 사장의 태도와 매장 분위기가 중요하다는 걸 또 한 번 깨닫게 되었죠.



Q. 매장의 따듯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사장님과 닮았어요. 캐릭터가 뚜렷하셔서 밖에서도 손님분들이 많이 알아보실 것 같은데요.


김현지: 평소처럼 민규와 중랑천을 산책하다가 SNS에서 유행하는 춤을 춘 적이 있는데, 손님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하신 거예요. 그때 얼굴이 새빨개져서 수줍게 인사드렸던 기억이 있어요. (웃음) 동네 아지트를 만드는 게 꿈이라서 손님분들이 저에게 친근하게 다가와 인사해 주시는 게 감사하기도 해요. 제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더 착하게 살아야겠다 마음먹기도 했고요.





Q.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단골손님이 정말 많아요. 그만큼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김현지: 손님과 ‘맥주 맞추기 게임’을 한 적이 있어요. 맥주에 자부심 있는 손님이었는데, 저도 나름 맥주에 자부심 있거든요. 그래서 국산 맥주를 종류별로 다 사온 다음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어요. 결과는.. 그분은 전부 맞췄고, 저희 둘은 거의 틀렸죠. 그래서 겸손해졌어요. 저희는 아직 갈 길이 멀더라고요. (웃음) 


오픈 초기에 일본인 손님이 방문해 주셨던 것도 떠올라요. 처음엔 몰랐는데 알고 보니 유튜버 분이셨더라고요. 저희 매장을 영상으로 담아주시고, 일본에서 먹었던 타코야끼보다 이곳이 훨씬 더 맛있다는 극찬을 해주셔서 저희 매장이 많은 분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어요. 최근 재방문해주셔서 제가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 오히려 그분께서 이런 곳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게 저한테는 정말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얼마 전에는 오사카에 10년 정도 사셨던 손님 분께서 저에게 ‘일본에서 먹은 타코야끼보다 더 맛있다'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때 갑자기 매장에 전체에 정적이 흘러 그 말이 울려 퍼졌죠. 저는 그때 감동받아서 눈물 찔끔 흘리고, 손님분들이 전부 제 쪽을 쳐다보시고, 약간 만화 속 한 장면 같았어요. (웃음) 그 외에도 손님분들이 매장에 오셔서 선물을 주고 쿨하게 떠나시는 모습들이 기억에 남네요.





Q. 매장이 유명해지고 손님이 많아지면서 자영업이 쉽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도 분명 있을 것 같아요. 매장을 운영하며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요?


김현지: 리뷰에 악플이 달릴 때요. ‘낚였다’ 이 세 글자만 적은 손님분도 계세요. 그런 리뷰를 보면 정말 속상하더라고요. 



Q. 앞으로 '로컬 타코야끼'는 어떤 음식점이 되고 싶나요?


김현지: 편하게 올 수 있는 아지트를 넘어, 군자동을 대표하는 가게가 되고 싶어요.





Q. 직장을 다니며 자기 자신만의 일을 꿈꾸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사장님과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나 현실적인 조언 부탁드려요.


김현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무언가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왜 하고 싶을까’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직장이 싫다면 어떤 점이 싫은지 구체적으로 생각 정리도 되어야 하고요.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더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요. 이곳은 순간 경쟁이에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는 곳이죠.


내가 명확히 도전하고 싶은 꿈이 있다면 1~2년 정도 해보는 것도 좋아요. 그렇다고 커리어는 절대 망가지지 않거든요. 오히려 그 경험들이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다 결국 다시 회사로 돌아오면, 결국 이 일이 나에게 가장 맞는 일이라는 걸 깨달을 수도 있고요.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면 미련 없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세요.


정민규: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다면 직장을 다니면서 작게 해 보는 것도 추천드려요. 직접 실행해 봐야 내가 이걸 정말 좋아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부탁드립니다.


정민규: 결국 저희만 잘 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 잘 돼야 된다고 생각해요. 군자동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개성 넘치는 가게들도 많이 생겨 상권이 활성화되면 좋겠어요. 


김현지: 인생을 살다 보면 불안하고 막막할 때가 있잖아요. 저는 퇴사하고 쉬는 기간 동안 그랬거든요. 그럴 때는 생각을 많이 하기보다는 최대한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아르바이트도 좋고, 산책도 좋아요. 저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간 다녀왔어요. 여러분도 무엇이든 좋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서 햇빛도 쐬고 대화도 하고, 혹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보세요. 그것만으로도 부정적인 생각들이 긍정으로 바뀌게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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