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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종범 Jan 15. 2023

제일 먼저 멈추는 루틴은?

JB의 주간 여행 #6

우리는 복잡계에 산다. 불확실성이 높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하여 제대로 예측하기도 힘들고 분석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내 일상은 순식간에 지난주와 다른 온도를 갖게 되었다. 뜨겁게 바빠져 붉게 달아오른 주간이었다. 그래서 나의 목표 달성을 위한 루틴들은 쉽게 망가져 버렸다. 그런데 매번 루틴이 망가질 때 나는 제일 먼저 하나의 루틴을 멈추게 된다. 그것은....


오랜만에 내 분야에 조상님들이라고 생각하는 선배들을 만났다. 선배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나와의 레벨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이제 뭔가 깨달은 게 있는데 선배들은 그 경지조차 뛰어넘어 저 세상 레벨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에서도 바짝 긴장하게 된다. 술도 안 하면서 말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천재를 만난다. 만화가 이현세는 자신이 천재를 만났을 때 절대로 천재와 경쟁하려고 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천재와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그림을 그리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천재와 경쟁하는 것은 불행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경쟁은 천재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집중하면 그만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상레벨에 해당하는 선배들을 보고 그들처럼 되기보다는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데 집중하는 게 맞을 것이다.


한국에 출장온 동료와 점심 식사를 했다. 온라인으로는 봤었지만 실물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 업무 방식 때문에 몇 개월 혹은 몇 년 만에 실물을 처음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나의 이런 경험들은 대중적이지 않지만 앞으로 대중적으로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다.

동료와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취미에 대하여 이야기하게 되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한다고 했다. 처음 시작은 회사 내에서 동료의 추천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일을 하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그 생각에 파묻히다 보면 번아웃이 되는데 그 많은 생각을 지우는 데는 물속이 좋다며 스쿠버 다이빙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매우 공감했다. 나도 생각을 멈추기 위해 수영을 하면서 물속에서 생각을 지우게 되었다. 지식 노동자들은 정신 건강을 위해 육체를 사용하는 취미로 관리를 하곤 하는 듯하다. 건강 관리인 것이다.


이번 주에는 내가 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젝트 구성원 간의 생각을 맞추기 위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 워크숍을 위해 준비하느라 이번주는 시간을 많이 썼다. 이번 주가 바빴던 가장 큰 이유가 이 프로젝트와 워크숍 때문이기는 하다. 어찌 됐든 워크숍은 잘 진행되었으나 목적을 완전히 달성하지는 못했다. 좀 더 이야기 나눠야 할 시간이 필요하고 조금 험난할 것이다. 나는 이 과정을 위해 시간을 내어줄 것이다.


이번 주 제일 먼저 멈춘 나의 루틴은 이번주 있었던 앞서 이야기한 일들로 인한 것이다. 나는 선배들을 만나는 시간을 갖었고, 동료와 식사와 논의를 위한 시간을 갖었고,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준비와 실행 시간을 갖었다. 그리고 이로 인하여 나는 무의식 속에서 시간관리를 하다가 루틴 하나를 멈췄다. 매번 동일한 패턴 속에서 나는 운동 루틴을 멈추고 있다.

왜 운동 루틴을 멈추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었다. 우선 진행했던 루틴들을 보면 시간을 설계하고 억지로 수행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운동 루틴은 우선순위를 낮게 두기도 했고 시간계획을 갖지 않고 실해 목표만 있었고 혼자 하는 루틴이다. 건강관리 차원의 운동이기에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반해 실행 계획은 매우 느슨하고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설계되어 있었다. 목표 설계에 대하여 다양한 자료를 보고 학습하고 실험해 본 것에 비해 실제 실행에서는 배운 것들을 전혀 지키지 못했다.

좀 엉뚱한 이야기로 가면 업무를 할 때도 유사한 일들이 있다는 생각이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성과가 보이는 일을 위해서 중요하게 진행해야 하는 기본적인 작업들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 성과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운영 업무에서 장애가 발생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운동 루틴을 지키지 못한 것은 만만하게 봐서일 것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고 미루고 미루다 못하는 것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대충 인지했기 때문에 운동 루틴을 바꾸기로 했다. 지금까지와 달리 실행 횟수들의 목표가 아니라 실행 시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 말은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에는 무조건 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비록 복잡하게 움직이는 나의 일정상 그 시간을 매일 확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왕 빠지는 루틴이 존재하니 빼도 되는 루틴을 잡아두기로 했다. 그것은 나쁜 루틴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하게 되는 나쁜 루틴. 



자라는 토요일(토요모임) 이야기

아쉽게도 이번주에는 참석자가 많지 않았다. 나도 그랬지만 토요일 아침은 왠지 늦잠을 자면서 피로를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예전 토요모임이 잘 되었을 때는 주말을 시작하는 토요일 아침에 무엇을 한다는 것이 많은 가치를 준다는 생각에 참석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아닌가 보다. 뭔가 변한 것들이 많은데 뭐라고 단정하기 힘든다. 아무튼 이번주는 주제가 많지 않았다. 다음을 위해 남겨둘 주제는 2가지이다.


다양성이 높은 팀을 하나의 팀으로 만드는 방법

다양성이 높은 팀이란 것이 문장상에서 구체적이지 않아 여러 가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있으나 개인적인 상황이라 설명하지 못한다. 사실 우리들의 모든 팀은 다양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유독 높아서 문제가 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이 생각해 볼 사항이다.


효과적인 MVP를 만드는 방법과 가설을 검증하는 방법

MVP를 만든다는 것은 제품을 빠르게 고객에게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겠다는 의도로 하는 것이다. 즉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다. 그런데 실험이 효과적일지는 사실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도 좀 이상한 일이다. 비슷하게 MVP를 만든다는 것은 완전한 제품을 전달하는 것도 아니고 실험인 것이다. 그런데 MVP를 만드는 과정에서 완전함에 대하여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이상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질문에 대한 기록만 하고자 하니 깊이 있게 생각하고 기록을 남겨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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