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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빛 Dec 15. 2018

prologue. 마음의 파장

내 몸 안의 생명체

한 생명체가 내 몸 안에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과 함께 올해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 삶에서 몇 번 겪어보지 못할 '임신과 육아'라는 시간을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다짐한 지 여러 달.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다. 흑백 초음파 사진의 작은 씨앗 같던 아이는, 눈도 잘 못 뜨는 신생아 시기를 거쳐 방긋방긋 웃어주는 백일쟁이로 성장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 속 글의 방향은 조금씩 바뀌었다. 게으름 덕분에 결국 생각을 벼리어왔던 셈이다. 


한 해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시점의 마음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인생을 바꿔 놓을 한 사건을 겪으며 한층 성장했기 때문일까. 마음의 울림은 여전히 계속 이어지지만, 그 울림을 바라보는 눈은 달라졌다. 당시에는 울그락불그락 했던 일도 지금은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고, 그때는 몰랐던 이유를 이제 조금 알 것도 같다. 그래서 좀 더 손쉽게 단어가 떠오르고, 담담하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되짚어 가며, 한 해 동안 흘러왔던 마음의 여정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정리해 보려고 한다. 임신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임신 기간을 보내는 동안 느꼈던 마음의 흔들림, 출산을 전후로 경험한 마음의 고점과 저점, 그리고 아이를 키우며 나날이 커져가는 엄마의 마음을 차곡차곡 모아놓을 것이다. 


이 기록은 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나의 딸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엄마는 이랬어. 너도 그럴 수 있단다."라고 말하며 옆에서 다독여줄 편지가 되기를, 그리고 이 사적인 기록이 언젠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세상의 딸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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