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엄마들이라 가능한 엄마창업.
‘자요? 나 할 말 있는데…’
새벽 1시에 울리는 카톡.
아쉽게도 헤어진 남자 친구도 썸남도 아니다.
오후 4시면 유리 구두를 떨어뜨린 신데렐라처럼 홀연히 사라졌다가 밤 9시만 되면 좀비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맥주캔을 따는 우리는 엄마이자 창업가인, 엄마창업가들이다.
애 하나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구전처럼 전해져 내려온다고 하던데,
그 애를 키우며 일도 하겠다는 참 이상한 여자들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 나에게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이름표를 가장 먼저 꺼내야 할까 생각해 본다.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며느리..
태어날 때 받아 든 이름은 하나인데 언제부터인가 내 앞에 붙어있는 수식어가 내 나이만큼이나 버겁게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런데도, 아무도 시키지 않았건만 굳이 이름표 하나를 더 꺼내어 내 이름 앞에 고집스레 붙여놓는다.
[0000대표, 김아트]
엄마라는 역할의 위대함을 알면서도 언제부터인가 사라져 버린 나의 이름 석자의 나이테가 문득 그리워지던 때였다.
00 맘, 00 와이프가 아닌 내 이름 석자로 존재하는 시간이 절실했다.
대단히 대단하거나 어마어마하게 어마어마한 게 아니라도 좋았다.
육아 말고, 뭐라도 하고 싶다..
그렇게 굳이, 육아 말고 뭐라도 시작했다.
그리고 나처럼 육아 말고 뭐라도 하고 싶던 그녀들을 난 참 많이도 만났다.
“사업자등록증은 꼭 내야 하나요?”
“스타트업이 뭐예요?”
“명함 꼭 만들어야 해요?”
그녀들은 참 해맑았고, 투명했지만 가슴에 품고 있는 에너지는 펄펄 끓다 못해 가까이 가면 데일 정도였다.
누가 등 떠밀어 시작한 일도 아니면서도 나 아니면 안 될 것 같아 시작한다는 그녀들은 참 영리하고도 뜨거웠다.
그리고 그런 그녀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창업과 육아가 너무도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은 불씨 와도 같은 아이디어 하나를 붙잡고 품고 어루만지며 매달리던 시간은 아이를 뱃속에 품었던 9달의 과정과 다르지 않았고,
이제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던 순간은 출산의 과정과 꼭 닮아 있었다.
수정하고 더하고 브랜딩과 마케팅의 과정을 거치고 시즌 2, 시즌3 더 나아가 피보팅을 하고 때론 엎어지기도 하면서 한 걸음씩 걸음마를 떼어나가는 과정은 내가 아이를 키워내던 육아의 모습, 그 자체였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 회사는 내 둘째 아들이라고.
아이를 키우면서 창업을 이루어낸 우리를 보면 누군가는 대단하다고 이야기하겠지만, 나를 포함한 엄마 창업가들 역시 아이 하원시간에 맞춰 놀이터로 달려가는 지극히 평범한 엄마다.
함께 욕하고, 함께 등 떠밀어줬다가, 가끔은 함께 꼬꾸라져 모니터에 대고 맥주캔을 두드리는 우리 대부분의 엄마 창업가가 그러하듯 그냥 보통의 애엄마다.
하지만 우리가 ‘보통의 엄마’라서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제 와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까 수백 번 고민하다가 ‘뭐라도’ 해보자며 또다시 노트북을 켜는 우리는,
엄마라는 가장 어려운 산을 넘고 있기에 어쩌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괜찮다.
육아 말고 뭐라도, 그렇게 한 발을 떼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