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본격감성허세남 Oct 07. 2022

기다림 덕분에


해질녘에 맞춰 통영의 달아공원에 노을을 보러 갔다. 다도해 뒤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기대했건만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허탕을 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구름이 너무 많이 있어서 못 보겠네."

"해 지는 시각까지 얼마나 남았지?"

"못 보겠다. 그냥 가자."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들리는 가운데 한 아저씨의 다른 말이 들렸다.


"아직 좀 더 기다려 봐. 해가 완전히 넘어가야 더 멋있어. 아주 붉게 탄다니까."


그 말만 믿고 가만히 기다렸다. 해가 구름 속으로 사라져 희망 역시 점점 사라지던 때, 갑자기 하늘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퍼져가다가 이윽고 온 하늘이 활활 타게 되었다. 아! 역시 노을은 멋지다! 절경이구나 절경! 일출 역시 멋있지만 그건 게을러서 거의 못 보고, 대신 노을을 이렇게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와, 진짜 멋있네. 아니 허탕 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노을만 수십 년을 본 사람이라니까. 섬에서 뭘 하겠어. 맨날 하늘만 봤지. 구름이 있으니 반사가 돼서 이렇게 더 전체가 빨간 거야. 구름 없으면 이렇게까지 빨갛지는 않아."


고맙습니다. 믿고 기다린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게 되었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맥주 예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