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맞춰 통영의 달아공원에 노을을 보러 갔다. 다도해 뒤로 넘어가는 붉은 태양을 기대했건만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허탕을 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구름이 너무 많이 있어서 못 보겠네."
"해 지는 시각까지 얼마나 남았지?"
"못 보겠다. 그냥 가자."
여기저기서 이런 말들이 들리는 가운데 한 아저씨의 다른 말이 들렸다.
"아직 좀 더 기다려 봐. 해가 완전히 넘어가야 더 멋있어. 아주 붉게 탄다니까."
그 말만 믿고 가만히 기다렸다. 해가 구름 속으로 사라져 희망 역시 점점 사라지던 때, 갑자기 하늘이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점점 퍼져가다가 이윽고 온 하늘이 활활 타게 되었다. 아! 역시 노을은 멋지다! 절경이구나 절경! 일출 역시 멋있지만 그건 게을러서 거의 못 보고, 대신 노을을 이렇게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와, 진짜 멋있네. 아니 허탕 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노을만 수십 년을 본 사람이라니까. 섬에서 뭘 하겠어. 맨날 하늘만 봤지. 구름이 있으니 반사가 돼서 이렇게 더 전체가 빨간 거야. 구름 없으면 이렇게까지 빨갛지는 않아."
고맙습니다. 믿고 기다린 덕분에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게 되었네요. 복 받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