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계시는 광양에 간 김에 엄마와 함께 밭에 가서 여기저기 물을 주고, 대추를 따고, 쪽파를 뽑아서 가는 길. 수확의 기쁨이라는 걸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려서부터 늘 그랬다. 몸이 심하게 힘들거나 그런 건 아닌데 나는 농업에서 뭔가 보람이라든지 가치를 찾기는 힘들었다. 부모님이 하시니 기회가 될 때 도와드리는 거고, 이제는 아빠가 하기 어려우시니 엄마와 함께 하고 그런 건데 그리 즐겁지는 않다. 육체 활동을 싫어하는 건 아닌데 말이지.
엄마는 허리가 매우 좋지 않으셔서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가 일을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여전히 틈 날 때마다 밭에 가신다. 아빠가 거동이 불편하게 되신 후에는 혼자라도 가신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해도 절대 듣지 않으신다. 작년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강화도에 땅을 사신 후 농사를 시작하셨다. 장인어른은 아예 주소까지 강화도로 옮기셨다. 이것저것 욕심껏 심으시고 수확하고 하시는 게 즐겁고 재미있다고 하셨다. 나도 나이가 더 많이 들면 바뀌려나?
그러고 보면 우리 집에는 흔히 있는 화분 하나 없다. 내게 자연은 그저 감상하고 감탄하는 대상일 뿐. 그걸 위해 다른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간다는 건 알고 적극적으로 응원하지만 내가 직접 하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언젠가는 바뀌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