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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Oct 05. 2022

남아공에 외계인이 있는 것 아냐?

영화 <디스트릭트9>을 통해 생겨버린 남아공의 이미지

2010년 1월에도 남아공은 월드컵 분위기였다


2009년 11월의 어느 날이었다. 회사 팀장이 나를 부르더니 새해에 있을 축구대표팀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전지훈련 취재 출장자가 됐다고 알려줬다. 그 말을 듣고 떠오른 것은 이 말 하나였다.


남아공이라니!

그 당시 내가 아는 남아공에 대한 정보는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인종차별이 심했던 국가라는 점과 유명한 인물로 넬슨 만델라가 있다는 점,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정도였다.


게다가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무려 2주에 걸친 장기 출장에 2주 동안 많은 내용을 담아야 하는 대표팀을 취재해야 하는 점, 아프리카 대륙이 주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부담스러운 느낌이 뒤섞였기 때문이다. 처음 출장자로 뽑혔을 때는 회사 내 다른 동료가 가길 내심 바라기도 했다.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혀있는 와중에 단체로 영화 관람을 하기로 했다. ‘디스트릭트9’이라는 영화였다. 왜 이 영화를 보자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퇴근 후 단체로 가볍게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는 일정이었다. 단체 관람한 영화관은 이제는 추억이 된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 근처에 위치한 단성사였다.



디스트릭트9이라는 영화에 대해 아는 이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외계 생명체가 타고 있던 우주선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 불시착한 뒤 디스트릭트9이라는 구역에서 인간들과 살면서 벌어지는 사건사고를 주제로 하는 SF영화다.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흥미롭게 봤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디스트릭트9 구역을 보면서 “실제 남아공이 저런가”라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당시 남아공 빈민층은 영화 속 환경 못지않게 열악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가 남아공에 살겠다는 황당스러운 생각도 했다.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도 머릿속에는 디스트릭트9 속의 남아공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출장에 대한 마음도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그런 기분 속에서 몇몇 동료들과 근처에서 가볍게 한잔했다. 당시 사진팀장도 함께했는데 남아공 출장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털어놓자 사진팀장은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겼다.


분명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네가 성장할 기회라 생각해라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가면서 다시 생각했다. 사진팀장 말대로 이런 출장은 분명 기회다. 아무나 이런 기회를 가질 수는 없다. 생각을 고쳐먹고 천천히 출장 준비를 했다. 출발은 새해의 첫 번째 월요일인 2010년 1월 4일로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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