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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Feb 15. 2023

너 내 동료가 되라

미디어 센터에서는 각국의 수많은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게 된다

축구기자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다양한 해외 취재일 것이다. 축구 경기가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 열리고, 수많은 선수와 지도자들이 해외 여러 곳을 누비며 활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웬만해선 갈 일이 없을 듯한 나라나 지역을 가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얘기했던 시리아의 소도시 홈스나 중국의 쯔보 같은 곳이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국제대회도 많이 열리기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하게 취재하러 움직인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이것이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나중에는 무슨 국제대회나 친선경기 때 낯익은 외국의 기자들을 마주하는 일도 있다.


특히 일본 기자들과는 자주 만나는 일이 많았다. 한국과 일본 축구는 대표팀뿐만 아니라 프로팀 간의 경기에서도 수시로 맞붙는다. 그래서 취재하기 위해 국내나 일본을 다니면 일본의 축구담당기자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서로 얼굴을 트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이 일본 기자들과 친분을 쌓은 계기가 됐다. 나나 그들이나 대회 초반부터 끝까지 취재해야 하는 일정이었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일본의 경기 결과나 소식, 일본에서는 한국의 경기 결과나 소식을 궁금해했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끝난 뒤 6개월 만에 열린 대회여서 양국의 월드컵 스타들 대부분이 나온 점도 한몫했다.


또한 한국에는 일본에서 선수 생활을 했거나 하고 있던 선수들이 많았다. 당시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한국 대표팀 선수 23명 중 김진현, 김보경(이상 세레소 오사카), 곽태휘(교토 상가), 박지성(전 교토 상가), 이정수(전 가시마 앤틀러스) 등 5명이 J리그 출신이었다. 그래서 일본 기자들은 이들의 코멘트를 받기 바빴다.


이 중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인기를 받았던 이는 김진현이었다. 김진현은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어서 일본 기자들이 수시로 질문을 던졌다.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던 김진현은 처음에 자신에게 왜 질문하는지 의아했지만, 나중에는 일본 기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또 한 명은 당연히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그 당시 아시아 최고의 스타였다. 일본어도 능통하니 일본 기자들에게는 필수 취재원이었다. 그래서 박지성은 경기가 끝나면 믹스트존에서 대회 공식 영상 인터뷰 → 한국 방송사 인터뷰 → 취재기자 인터뷰(영어) → 일본 기자 인터뷰까지 한 뒤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한국 기자들 순서가 되면 이미 기진맥진 할 수 있음에도 박지성은 흐트러짐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했다. 이런 박지성의 인기를 옆에서 보면서 괜히 내가 더 뿌듯해지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일본 기자들과 서로 소통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선수 코멘트를 공유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국어로 진행되는 인터뷰를 일본 기자들이 알아듣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본 기자들은 대회 기간 내내 안면을 트인 한국 기자들에게 코멘트를 부탁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러 차례 몇몇 일본 기자들의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짧은 영어와 일본어를 섞어가며 핵심적인 내용만 몇 마디 알려줬다. (지금 생각하면 번역기를 이용했다면 더 수월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것으로도 굉장히 고마워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본 선수들의 코멘트를 알려줬다. 나도 그것을 정보 삼아 기사를 쓰거나 경기를 볼 때 참고했다.


그때 만든 인연은 이후 몇 년간 지속됐다. 한국과 일본 기자들이 양국을 오가며 취재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년에 1~2번은 꼬박꼬박 만났고 짧게 얘기를 나누며 서로 근황을 알기도 했다. 몇몇과는 페이스북 친구도 맺었다.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얻게 된 또 다른 동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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