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걷는 산티아고, 프롤로그
올해 초 회사를 그만두어야 생각하고 프랑스길을 걸었다. 빠듯하게 2주가 약간 넘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레온부터 출발해서 (중간에 한번 점프해서) 산티아고까지 238km를 걸었다. 걸으면서 다시 회사에 남겠다고 결정했고 그 뒤 7개월 이번에는 완전히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딱히 계획이 있었던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다시 까미노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루종일 걷는 다는 것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결정하는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프랑스길을 생장인 시작점부터 시간이 될때까지 걸어도 될테지만 새로운 경로를 걷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포루투갈 포루투부터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약 260km 그리고 피스테라(묵시아)까지 약 100km를 걸을 계획을 세웠다.
리스본에서 인해서 마드리드로 아웃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그 사이 포루투갈길 정보를 얻기 위해 오픈카톡방을 찾아 들어가고 정보들을 모았다.
올해 초에 사용했던 배낭, 스틱, 우비, 침낭같은 것을 챙기고 추가로 필요한 몇가지 물품들을 샀다. 짐을 정리하면서 쥐오디의 같이 걸을까를 봤는데 좋았던 기억대신 눈비바람 맞으면서 추위에 떨었던 일, 가파른 산길을 걸으며 숨이 가팠던 일, 일정 내내 뻐근한 종아리가 떠올랐다. 태양과 바다가 가득한 곳이나 갈껄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지만 일은 이미 저지른 뒤였다.
다시 까미노를 가겠다고 했을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왜 또 가는거야?” 혼자 결정했으니 누군가를 설득할 필요가 없어서 말로 설명하자니 말이 바로 입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마음안에 떠다니던 말을 꺼내자면 대충 이렇다.
인도에 지내면서 걸을 곳이 없다는 핑계로 체중은 많이 늘고 체력은 떨어졌다. 워밍업따위는 없이 바로 하루에 20km가 넘게 걷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방법이 나한테 가장 잘어울리는데 그게 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마음에 무엇이 남는지 확인이 필요했다.
걷다보면 도착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니 눈앞에 가파른 경사가 언제 끝나는지에만 신경이 집중된다. 하루가 끝나거나 시작할때 몸 전체에 근육통에 신경쓰다보면 일상 속에서 날 괴롭혔던 많고 쭉정이었돈 고민들이 날라가버리면 진짜 중요한 고민들과 하고 싶은 것들이 남게 된다. 물론 그것들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용기는 별개의 문제다.
매일매일 확실한 목표-어디까지 24km를 걷자-달성에만 신경쓰면 된다. 쉽지 않지만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면 매일매일 작지만 알찬 상취가 탄탄히 쌓인다. 일상이나 특히 회사에서는 요인들이 복잡해서 성취를 느끼기 쉽지 않다. 그에 대한 갈증에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해갈이 가능하다. 임시적일 뿐이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인도에 길게 있었던 사람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에 하나는 산책할 곳이 없다는 것과 공기환경이 나쁘다는 것이다. 매일 무조건 자동차로 이동해야하고 걸어다닐만한 곳은 커다란 쇼핑몰 뿐이다. 그러니 깨끗한 공기, 초록초록한 풍경, 시원한 바람은 언제나 아쉬웠다.
또 한명은 그렇게 물었다. 위의 내용은 다 알겠는데 종교인도 아니면서 왜 순례자길이냐고. 그래서 대답했다. 종교적 의미를 제외하고서라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레일코스고, 난이도가 쉽고 안전하다고.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까미노를 걷기로 했다.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