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얻은 작은 성공(1)
2년여간의 인도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서 다시 생활을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두려웠던 것 중에 하나는 영어에 대한 감을 잃는 것이었다. 애초에 잃을 영어 실력이 알량했지만 영어를 듣고 이해하는 귀가 다시 막히면 어쩌지, 단순한 패턴일 지언정 입밖으로 말을 다시 뱉어내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늘 품고 지냈다. 이말인 즉슨 마음에 품기만 하고 실제로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나 시간을 딱히 들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그 걱정하는 마음함보다 컸던 나태함을 가지고 지내던 중 동네 지인과 술자리 중에 성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무엇인가 진행해보기로 하자고 했고, 그것이 영어기사를 100일 동안 해석하기였다. 영어기사는 IT와 관련된 관심사 위주로 진행하고 미션달성의 수준은 최저로 설정했다. 기사 제목, 달랑 한줄이라도 해석하면 챌린지 성공으로 인정하기로. 그러니까 사실 애초에 영어 실력을 엄청 늘리겠다! 라기 보다는 매일 무엇인가를 해내고, 습관을 만들자는 취지에 더 가까웠다.
진행 방식은 각자 매일 기사를 선정하고, 노션에서 해석할만큼의 영문 기사와 해석한 한글을 나란히 적고, 모르는 영어단어나 표현을 같이 기재 한 뒤에 서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술자리에서 말을 꺼낸것이 8월, 챌린지를 시작한 것이 8월 20일이었고 꼬박 100일이 지난 11월 27일에 챌린지가 잘 마무리 되었다. 하루 미리, 혹은 나중에 챌린지를 진행한적도 있지만 무사히 100일간 각자 100개의 기사를 해석한 챌린지를 성공했다.
챌린지를 종료한 날, 서로에게 수고했다고 장했다고 인사를 나누고 일주일간은 뒤에 이 다음의 계획과 회고를 하기로 했다. 이 글은 같이 챌린지를 진행한 나의 지인 케이트와 나의 회고에 대한 글이다.
전반적인 평
해당 챌린지 자체로도 그리고 이 챌린지로 인해서 간접적으로 좋은 동력이 되었음
100일은 생각보다 길구나. 대단하다. 그런데 다음번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하는 것보다 의지를 가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힘이 확실히 있다. 멀리 갈려면 동료와 가야 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음
좋았던 점
IT 전반적인 트렌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파악이 가능했음
하루에 짧게는 5분 길게는 30분까지 해내야 한다는 일이 있다는 점이 보람찬 하루를 만드는데 최소한 방어선의 역할을 함.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안한 하루를 보냈어도 최소한 영어 번역을 해냈다는 아주 최소한의 보람의 역할을 단단히 함
이 챌린지를 시작한 이유가 우울해져서 뭐라도 시작해보자라는 마음이었는데, 작은 성취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음
유독 하기 싫은 날 한 줄이라도 하면 된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고, 막상 시작하면 한줄만 달랑 한날은 없었음. 역시 시작이 어렵구나, 막상 시작하면 뭐라도 더 하게 되어있구나를 느낌
무엇인가 해내고 싶다는 마중물 역할을 해서, 이 챌린지를 통해 다른 챌린지도 진행할 수 있었음
기대하지 않았는데 영영 사전이 왜 도움이 된다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함. 주변에 영어를 아주 잘하는 지인이 영영 사전을 보라고 해도, 봐도 이해가 안된다고 했는데 뭔가 갑자기 영영사전의 설명으로 맥락이 이해되버리는 느낌
여전히 익숙하지 않고 어렵지만 영어책, 영어기사 그리고 한단락에 가까운 긴 문장들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짐
아쉬웠던 점
애초에 목표했던 영어 리딩 실력이 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 단어 습득에 있어서는 반복되는 단어들에 대한 몇개 정도가 익숙 해진 수준이고, 새로운 단어들은 따로 시간을 들여서 외우지 않았으므로 여러 차례 찾아봄. 다시 찾아볼때마다 소소 현타.
낮은 기준이 매일 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을 수는 있지만 공부의 질면에서는 아쉬웠음. 예를 들어, 기사를 해석하는 깊이나 양도 그렇고 서비스에 대한 설명이면 해당 서비스를 조금 더 파악해보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어쩔 수 없지만 너무 미국기업이나 인도기업에 치우치지 않았나 하는 면 그래서 나중에는 다양한 국가에 대한 접근을 하려고 시도 했었음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매일 보장되는 "작은성취"가 나에게 더욱 더 잘해내고 싶은, 무엇인가 만들어내고 싶은 에너지를 주었고 그 에너지를 주체 못하고 추가로 2개 정도의 챌린지를 진행했다. 성공한 하나는 "영어책 완독하기"고 선택한 책은 "Eat Pray Love"로 33일간 진행했다. 해석은 아니라 정해진 페이지 내에서 적당하게 한글로 요약하면서 진행했다. 그리고 중단한 하나는 일본어 공부였는데, 내년에 다시 시도할 예정이다.
이 챌린지 이후에 100일간 진행했던 영어챌린지의 아쉬움을 보완해서 다시 설계하여 지인과 디시 진행을 시작했고 오늘로 12일 째다. 100일 마다 회고는 진행하겠지만 두번째 챌린지가 끝나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은 성취가 주는 힘이 나의 나태함을 이기길 바라면서-
한줄요약
영어실력보다 매일 쌓이는 작은 행동들의 에너지는 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