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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건희 Jan 23. 2022

안정성과 즐거움을 주는 일 찾기

청소년기에 학업과 함께 다양한 청소년활동이 중요한 이유


TV 채널 돌리다가 청년 공시생에 대한 방송을 우연히 봤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 같고 돈이 없어서 열악한 환경 가운데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었고 학원 청소도 맡아 하면서 청년지원금을 받았다며 좋아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을 내는 모습에 동정심이 커졌고 그 나이에 도서관에 앉아서 몇 년 동안 국사, 영어와 같은 공무원 시험문제를 온종일 풀고 외우는 모습까지 생각이 미치니 괜히 슬퍼졌다. 


20대 그 찬란한 시간의 몇 년을 도서관에서 문제 풀이에 집중해야 하는 청년의 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고용의 안정성이다. 최근 기업에서 정규직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고 그 가운데 정규직 승진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공무원은 고정적으로 뽑는 데다 구조조정의 여파를 맞을 일도 없다. 


대학의 전공을 살려 취업할 수 있는 기업도 너무 적다. 더불어 공정한 기회와 정당한 대우를 꼽는다.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이 다른 채용절차와 비교하며 투명하고 공정하다고 평가한다. 시험만 잘 보면 합격이 되고 학연, 혈연, 지연과 관계없이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여기고 있다. 대우 또한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믿는다. 육아휴직과 복지는 대부분 사기업보다 보장비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공무원 준비에 청년들이 더욱 몰리고 있다.      


매년 꾸준히 응시생이 증가하는 것은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한번 발을 들이면 빼기 힘든 구조도 한몫한다. 한 번 정도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일 년 이상을 공시에 집중하면서 계속 이어진다는 말이다.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도, 하고 싶은 일로 창업을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고 준비해 본 경험도 없다는 것도 문제다. 


이러한 일들이 청년들의 문제라기보다는 취업과 연결된 공부와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체계화하지 않은 대학과 함께 우리 사회가 더 문제로 보이다. 또한, 안정성과 공정한 평가를 가진 직업이 많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와 관계없이 한편으로 상당수 청년이 경제적 안정에 기반을 둔 공무원으로서의 직업만을 우선시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공무원이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 다른 직종과 다르게 이직의 거의 없는 공무원. 시험 합격 이후에 승진만을 위해서 나아가는 것도 목적이겠다만 일의 이유 또한 필요하지 않을지?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관으로서의 행정을 잘 해 보겠다거나, 환경 전문가로서의 행정을 담당한다거나, 문화관광, 보건, 복지 등의 전문가로서 행정을 잘 해 보겠다는 이유 말이다. 


공무원이 평생직장으로 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선택하고 평생을 그리 산다면 당사자도 행복하기 어렵다. 직업 곧 평생 하는 자신의 이란 쾌락이 아닌 즐거움의 분야이기 때문이다.     


“삶을 보람 있게 한다는 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사람들은 현재의 쾌락과 관련된 기억이 아니라 다른 사건이나 경험을 떠 올리는데, 우리는 이것을 ‘즐거움’이라고 명명한다. 즐거움이라는 것은 우리가 이전에 기대했던 바를 성취하거나 어떤 욕구를 충족시킬 때 나타난다. 우리가 생물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프로그램된 행동 이상의 것을 해냄으로써 기대하지 못했던 일을 성취할 때도 일어난다.”


즐거움은 어떤 비범한 주의를 기울여야 느낄 수 있고, 쾌락은 정신적 노력 없이도 느낄 수 있는 영역이라는 말이다. 약물이나 술로 뇌의 전기 자극을 통해 언제 등 가능한 게 쾌락이다. 이와 다르게 ‘즐거움’은 주의를 집중해야 가능한 일로 나름의 목적이 존재하고 자아를 성장할 수 있게 한다. 쾌락이 덧없게 느껴지고 자아가 쾌락 경험으로 성장하지 않는 이유다. 섹스와 마약으로 한순간의 쾌락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독서를 하거나 대화, 공부, 연구, 육상, 야구,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 몰입해서 느끼는 즐거움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공무원이라는 직업 또한 안정성에 기반하에 자신이 즐거움을 찾을 수 있어야 오랜 시간 일하면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죽음과 관련된 여러 책에서도 죽기 전의 많은 사람이 그때 그 일을 해 볼 걸 하는 아쉬움과 후회를 하고 있다. 자신의 즐거움과 연결된 어떤 일들이었다. 쾌락과는 다른 자아를 살찌우는 일들이다. 하루하루가 반복되는 일상 가운데 몰입하기 위한 노력의 가장 큰 우선순위는 즐거움을 위한 나름의 가치에 집중하고 내 안의 자아가 어떠한 반응을 일으키는 살피는 일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몰입'하지 않고, 그저 그런 시간 보내면서 조금은 편하고, 조금은 더 쉬고, 조금은 더 자극적인 일을 찾느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면 자아는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된다. 자아가 말라비틀어진다는 말이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서 우선시해야 할 일 가운데 한 가지는 내 자아가 건강하게 살이 찌고 있는지 삐쩍 마르고 있는 살펴야 한다. 쾌락이 아닌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2022년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생 및 졸업생인 응답자 중 29.4%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공시에만 매달리는 것은 사회 경제적으로도 손실이다. 경제 활동을 하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일명 ‘공시족’으로 인한 국내 경제손실이 17조 원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계속해서 늘고 있는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현황과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영향을 다루면서 안내한 연구 결과다. http://hri.co.kr/


어떤 학자는 경제손실 관점으로 바라본 이러한 연구 결과를 비판하면서 이는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더 늘리기 위한 투자의 주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인적투자라고? 최소한 인적투자라면 자신들이 가지려고 하는 직업이나 진로에 있어서 어떤 가치를 생산하거나 성찰하는 일들이 있어야 한다. 


답을 맞히기 위한 국사, 영어를 달달 외면서 짧게는 1~2년 길게는 십수 년까지 반복해서 그 문항만 외어 문제 푸는 일이 어떤 인적 투자가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공무원이 된 이후에 시험에서 나오는 과목의 문제가 어떠한 도움이 되는지도 모른다.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 중 많은 이들이 행정의 다양한 분야에서 직업적 가치나 그 일의 목적에 따른 고민보다는 안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 괜히 슬프다.      


이러한 상황에서 10대 청소년의 진로 가운데 직업의 선택에 대한 고려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때의 경험과 고민이 평생 직업 선택의 기준을 설정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이나 기업, 공무원, 공사 그 어떤 직업을 가져도 좋다만 중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을 넘어서 삶의 안정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경험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과 고민, 학습 없이 막연히 할 게 없어서 공시족이 되어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대부분 청소년이 대학을 진학하는데 청소년기에 자신이 경험한 직업적인 가치나 이상, 철학을 어느 정도 알면서 도전의식을 키웠다면 대학에서 나름의 프로젝트도 해 보고 관련 공부도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다. 청소년기에 학업과 함께 다양한 청소년활동이 중요한 이유다.           



참고문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2020). 몰입(Flow)-미치도록 행복한 나를 만난다. p. 98한울림

현대경제연구원. ‘공무원시험의 경제적 영향 분석과 시사점’. http://hri.co.kr/

한경. (2022.01.07 17:07 ). 대학생 30% "공무원 시험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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