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건희 Mar 13. 2022

진로를 결정하는 방법

결정장애 해결은 본질에 근거한 기준을 세워야

대기업에서 억대 연봉 받다가 사직하고 작은 마을에 들어가 생계유지도 어려울 정도의 독립서점 차려 놓고 행복하다는 이가 있다. 서울대를 자퇴하고 민간단체에서 활동하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 고대 졸업하고 학원 운영하다가 지역에 내려가 공인중개사무소 운영하면서 다양한 활동에 즐거워하는 이도 있고, 외국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박사학위 받아서 귀국했는데 취업할 곳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후배도 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유학길 떠나서 그 순간을 누리면서 유럽의 문화를 즐기는 청년도 있다. 독일에서 박사학위 받아와서 농촌에 내려가 임기제 공무원으로 취업해서 아동 정책을 중심으로 행정 일 잘 해 보겠다며 열심을 내는 후배도 있다.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삶이 옳은지 그른지, 성공했는지 망했는지 그 결과는 당사자만이 안다. 우리 모두의 진로 선택에 관한 결과를 사지선다형 문제에 답을 내듯이 성공을 결정하기 불가능한 일이다. 


어떤 선택이건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모두 개인이 결정하고 느끼는 감정이다. 서울대 졸업하고 검사가 되어도 자살하는 이가 있고, 같은 대학 졸업하고 대기업 다니다가 글쓰기에 취미가 생겨 사직하고 전업 작가 되면서 생계를 근근이 이어가면서도 행복해하는 이가 있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삶, 성공한 삶은 사회에서 규정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그런데도 진학, 취업 등 진로 선택에 있어서 중요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물론 내 관점의 질문이다. 

    

나의 자아(내적인 동경)가 원하는 것인가?”

선택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진로 결정에서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생각은 꼭 해보기 바란다. 그 동안 이 질문을 했을 때 수많은 대답을 들었다.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선택한 결과인데요.”, “대기업 생활이 돈은 벌게 해 주어서요.”, “글 쓰는 게 원래 꿈이었는데, 직장 다니다가 나중에 쓰면 된다고 여겼지만, 어느 순간 이 일을 계속하면 평생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사직했어요”, “인서울 하면 좋잖아요. 확률적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죠.”, “안정적인 직장이어서요.” 등의 많은 답이 있었다. 


나 또한 취업 선택에서 막연히 취업 잘 된다는 자격증도 취득했고 회사에서 나름대로 인정도 받은 것처럼 느꼈지만 도무지 재미도 흥미도 일지 않았다. 그러다가 청소년 만나면서 전혀 다른 삶을 알게 되었고 무엇을 해도 가슴이 뛰고 흥분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나와 같이 자아가 좋아하는 일이 있음을 믿는다. 어떤 일이건 최선을 다하면서 경험하고 성찰하는 과정에서 자아가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 


두 번째 질문은 선택하는 근거가 본질에 접근하고 있는지 고려하라는 것이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요리사는 요리를, 교사는 학생들과의 수업 등 그 일 자체의 본질에 집중하고자 하는 근거다. 첫 번째 질문과 연결되어 있는데 자아가 원하는 일이 본질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파커.J파머는 “영성은 삶의 장엄함에 연결되려는 가슴속 동경이 다양하게 표현되는 방식을 뜻하고 사랑과 노동을 촉진시키는 동경특히 가르침이라는 노동을 촉진시키는 동경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가르치는 자의 가슴의 가장 깊숙한 자아의 동경인 내면의 영성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가 삶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을 선택하는 힘을 만들어 내는 동기는 내면의 자아와 맞닿아 있어야 한다. 지성과 감성은 영성의 표현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움직임인 노동을 촉진하는 내적인 동경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가르치는 자의 내면의식뿐만 아니라 이를 배우는 이들까지 모든 이들의 가슴 가장 깊숙한 내적 자아의 그 동경, 소명을 깨닫지 못할 때 막연한 근거나 표피적인 환경에 휩쓸려 선택하고 만다. 자신이 무엇을 동경하는지 모른 채 선택한 후에 괴로워 하다가 견딜 수 없을 때 재 선택을 한다. 이를 경계할 일이다. 


햄릿의 대사 중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영문으로 ‘To be or not to be’다. 일본의 영문학자인 오다시마 유시는 ‘이대로 있어도 될까, 안 될까?’ 정도로 번역했다. 햄릿은 자신이 죽어가는 순간에 클라우디우스를 죽여 복수한다. 이대로 있지 않고 움직여서 아버지의 복수를 했다. 우리에게도 수준이 다를 뿐 햄릿이 해야 하는 선택의 갈등은 일생 동안 지속된다. 현상을 유지하며 그대로 있을 것인가, 선택을 해서 바꾸어 낼 것인가 하는 두 가지 선택지에서 매번 혼란스럽다. 특히 청소년은 입시 이외에 모든 선택지를 삭제함으로 움직이지(선택하지) 못하고 내적 갈등만 키우는 세대로 읽힌다. 심지어 입시까지도 온전히 학점으로만 치환해 버리는 형국이다.


진로 선택은 근거가 되는 기준이 요체다. 문을 열수 있는 키다.


결정하는 것이, 미루는 것이, 현상을 유지하는 것 중 그 어떤 것이 좋고 나쁘고,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일상 대부분이 계속해서 이러한 결정이 삶을 이루어 간다는 것. 여기에서 옳은 결정은 긍정적인 진로를 이루어 가는데 문제는 결정장애다. 결정장애를 해결하는 방법은 “비난, 욕심, 두려움, 기준 없음”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했다. 그 중 기준을 세우면 결정하기가 쉬워진다. 선택의 ‘기준’이 있을 때 비난, 욕심, 두려움이 정리된다. 꿈, 진로의 요체는 기준이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동물과 관련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동물을 좋아했고 집에서도 자꾸만 고양이와 강아지를 기르자고 떼를 쓴다. “아빠 수의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묻는다. “대학에 수의학과가 있어서 거기 진학하면 될 거다”라고 답했다. “그럼 그 대학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또 묻는다. “영어공부도 해야 하고 입시 관련해서 성적이 맞으면 입학하는 거지.” 별생각 없이 답했는데 아이 얼굴을 보니 조금 심각해 보였다. 다음날 아내가 “아이가 영어학원 보내 달라고 해요.”, “네?” 알고 보니 아이와 어제 대화 나누면서 수의학과에 가려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에 꽂힌 모양이다. 


다른 공부는 학교에서 하고 있는데 영어는 3학년까지 학교 교과목에도 안 들어가 있으니 영어학원 다니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 아이는 현재까지 동물들에 대한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영어는 꾸준히 공부하고 있는데 학원은 몇 달 다니다가 맞지 않는다고 끊었다. 단순히 수의사 되어서 개업하고 전문의로 사는 삶도 생각했지만, 그 이상의 기준이 있다. 딸의 기도 안에 생명에 대한 사랑이 녹아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상의 자연이 훼손되어 동물들이 아픈 모습을 너무 많이 보아 왔다. 그런 생명을 살리는 일이 자아의 동경인 소명이면 좋겠다. 


직업 선택의 ‘기준’이 본질에 있기를 원한다. 반드시 수의사가 될 필요도 없다. 초등학생의 눈에 비친 동물을 살리고 돕는 방법에 수의사라는 직업이 보였겠지만 환경운동가도 있고, 동물원과 환경 관련 전문기관, 국가의 환경부 등 관련해서 일할 곳은 많아 보인다. 앞으로 아이가 원하는 직업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아픈 고양이를 보고 눈물이 날 정도의 공감을 하고 있고 막연하게나마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은 이 친구만의 ‘기준’이 생긴 것이다. 


아이가 자기 기준이 있어서 직업이나 진학에 선택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수의사나 동물 관련 학과에 도움 되는 일을 찾으면 된다. 동물원도 데리고 다녔고 집에는 몇 종류의 어류를 키우면서 잘 기르고 있다. 베란다에는 알지 못하는 화초들도 키운다.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해서 용돈으로 사료와 그릇을 사서 길고양이가 자주 다니는 곳에 가져다 놓았다. 아이가 설정한 나름의 기준을 현실에서 가능한만큼 구현한다학습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선택하는 과정에 기준은 조금 더 명확해 진다어쩌면 우리의 삶은 끊임 없는 선택의 과정이면서 기준을 설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딸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니 원하는 직업이 바뀐 모양이다약학 연구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언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다


선생님이 꿈이라고 하면 학교 교사를 염두에 둔다. 선생님은 교사가 아니어도 여러 곳에서 가능한 일이다. 대안학교도 있고 민간단체에서 아이들을 교육할 수도 있다. 선생으로서의 교육적 본질을 추구한다고 할 때 반드시 학교 교사가 아니어도 된다. 교사의 안정성에 기반을 둔 환경이 우선인지, 교육 본질을 실현하고자 하는 학생 자체가 목적인지는 고려해 볼 일이다. 


만약 후자의 마음이 있다면 교사의 역할은 학교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나는 대학에 전임교수가 아니다. 여러 대학과 대학원에서 시간강사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에도 지역에 대학에 겸임교수로 대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전임은 아니나 선생이라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대학교재도 여러 권 집필했고 틈틈이 연구도 하고 있다. 강의는 가능하면 내가 집필한 과목 수준에서만 집중하려고 한다. 


가르치는 학생 중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싶어 해서 추천서도 써 주고 장학금도 알선해 주는 노력도 기울였고, 졸업한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가끔씩 찾아오는 졸업한 학생들과 삶의 이야기 나누면 즐겁다. 운영하는 청소년자치공간에서도 많은 청소년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적인 내용 또한 선생으로서의 역할이다. 


선생으로서 꿈이 있다면 학교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말이다. 일반 공교육에서 교사를 그만두고 대안학교에서 삶을 거는 교사들도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환경적인 안정성도 있으나 그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본질인 학생들의 교육에 있어야 한다. 교사라는 직업만 그런 게 아니다. 수많은 직업의 목적이 있고 그 본질에 집중할 때 공간을 넘어 삶은 즐거워진다. 결국, 결정장애의 해결은 본질에 근거해서 설정한 기준이 자신의 자아가 원하는 소명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선택의 기준을 설정하면서 자신의 내면을 보아야 하는 이유다.      

작가의 이전글 70억 개가 모두 다른 각자의 계명을 존중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