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차곡차곡 쌓아가길 바라며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인생의 깨달음과 답을 찾아가며 살아간다. 나는 자신에 대한 앎이나 깨달음, 가치관들을 글로 명확하게 써본 적이 많이 없다. 그것들은 가끔 머릿속에 부정확하게 미완성 인체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글을 써보려 하면 어쭙잖게 읽어온 책들이나, 인터넷에서 본 문장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의 생각을 대신해 의미 없이 써지곤 했다. 그러한 것들은 곧 나의 의식 또한 지배하기도 했다. 내가 의도한, 내가 의미한, 내가 느낀 것들을 정확하게 나만의 글로 쓰기가 그만큼 힘이 들었다.
여행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누리고, 생각들을 하게 되고, 생각들을 되려 안 하고 지내기도 하면서 문득 이제야 조금씩 느린 속도로 나의 생각들을 글로 정확하게 써내려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의 생각이나 가치관, 깨달음 같은 것들이 확신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무엇도 확신을 가지기 힘들어한다 해야 할까. 그런 만큼 내가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들을 하나 둘 발견할 때면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러한 것들은 꼭 글로 정리해두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모인 글들은 곧 나의 일부이고, 나라는 큰 서랍에 나에 대한 정보들을 하나씩 넣어 정리하는 기분이다. 이러한 행위는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데 도움이 되고, 내 하루하루, 지금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당장 명확한 지표는 되기 힘들어도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될 때 자양분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