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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Nov 22. 2022

반디울의 그림 에세이 03.

잘 알지도 못하면서


축구 골대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골대 앞을 지나다가 그 크기에 놀라고 말았다.

‘아니 축구 골대가 이렇게 컸었나?’

축구 골대 위에 손을 대보려고 점프를 해보니 간신히 손이 닿는다. 그리고선 양팔을 벌려 축구 골대 앞에 서보니 드는 생각.

‘여기서 여기까지 이렇게 넓은 공간을 혼자서 막는다고?’


평소의 걸음 보폭으로 축구 골대 폭 끝에서 끝까지 걸어보니 열한 걸음이다.

정확한 축구 골대 규격은 높이 2.44M 폭은 높이의 3배가 되는 7.32M나 된다고 하니 골대 앞에서 한 번이라도 골을 막아 보았다면 막연히 이제야 그 크기에 놀랄 일을 없었을 텐데 싶다.


국제 축구 경기에서 골키퍼가 실점이라도 하면 그렇게 골을 못 막을 거면 왜 거기 서있나 싶어 골키퍼가 미워 죽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다니! 답답한 경기를 볼 때면 내가 해도 그보다 낫겠다고 그동안 TV 앞에서 쏟아냈던 원망들이 미안함으로 밀려왔다.



그리고 이 넓은 곳을 막아내면서 두려움과 큰 부담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골키퍼의 심정이 축구 골대의 크기를 체감하는 것만으로도 뒤늦게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무수히 많은 다른 사람들의 일 중 내가 직접 겪어 본 일이 몇이나 될까? 대충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짐작들은 어림없는 일들이 대부분일 듯싶다.


이리저리 축구 골대 크기를 재보다 돌아서면서 만약 내가 이 큰 축구 골대를 지키는 수문장이 된다면 한 오십여 점을 내주는 최대 실점 기록을 경신하게 되지 않을까 상상해 보았다.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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