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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디울 Dec 13. 2022

아이 없는 삶.

11. 아이 없이 무슨 낙으로?


아이 없는 가정에 대한 편견을 보자면 아이 없이 무슨 재미로 사냐는 것. 둘이서만 사는 것은 결혼 생활이 유지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꿔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는 부부는  아이 없이 둘이서 웃을 일도 없고 건조하게 밖에 살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아이를 매개로 하지 않으면 연결이 될 수 없는 부부. 이것이 두 사람의 결합에서 자연스러운 일일까?

내가 아는 한 커플은 결혼 전 신부가 난소암에 걸리는 불행을 겪었다. 항암 치료에 전념하고 병을 극복하고 살아나기만 바라는 어려운 시기를 겪다가 다행히 신부의 병이 호전되어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혼을 하기 전 둘은 아이 문제를 의논했다. 병은 나았지만 난소암을 겪어 아이를 갖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신부의 말에 남편 될 사람은 아이 없이 살아도 문제없으니 둘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자고 다독이며 결혼을 강행한다. 결혼 후 희박한 확률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는 아이를 갖게 됐고 지금은 딸아이 둘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만약에 이 커플에 아이가 없었다면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무미건조하고 무의미해져 유지되지 못했을까? 아이를 원하는 바대로 낳았으니 더 바랄 것 없이 좋은 선택이 되었지만 아이가 결혼에 모든 것이 아니었던 만큼 이 커플은 아이 없이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을 것이라 믿는다.


반대로 아이를 가진 부부는 부모 역할에만 몰두한 나머지 부부 사이가 멀어지고 서로가 지쳐 아이 만을 위한 삶을 살게 되고 부부 사이는 냉담해질 수 있다는 편견도 있다. 물론 이런 가정도 있겠지만 파트너 당사자 간의 애정 기반이 확고하다면 이런 육아의 고충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부부가 육아에 함몰돼 부부 사이에 애정은 고갈되고 껍데기만 남는 관계가 된다고 못 박으며 일반화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서로가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편견보다 아이 유무를 넘어 서로의 애정이 기반이 된다면 아이가 변수가 돼서 모든 기반이 바뀌는 일은 없을 거란 것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결혼 생활이 이어지지 않을 거라 단언하는 사람들은 아이만을 위한 부모로만 남겠지만 그런 삭막한 가정에서 아이가 제대로 된 정서적 양분을 공급받으며 안정되게 자라날지 그것 또한 의문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아이 유무로 결혼의 바탕이 흔들릴까 봐 큰 걱정을 안고 있다면 지나친 기우는 버리고 아이 빼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기초 공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먼저 살피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글 · 그림 반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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