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디울 Dec 28. 2022

이런 사람과 결혼하길 추천합니다.

아이 없는 삶 12.


진지한 연애를 하고 있다면 이 사람과 결혼까지 해도 좋을까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텐데, 실제 나의 경우도 결혼 전 이런 생각으로 꽤 많은 에너지를 소비했던 기억이 있다.

결혼이라는 엄청난 결정 앞에서, 이 사람이 너무 좋지만 ‘좋은 연인’이 과연 ‘좋은 배우자’가 될 것인가 ‘믿고 살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을 혼자 계속 되뇌기를 반복해도 확실한 답을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고민의 핵심은 결국 사귀던 사람이 남편이 되어도 변치 않는 사랑을 이어 갈지에 대한 의문인 것인데 이런 것은 살아봐야 알 일이고 장담할 수 없으니 어쩌면 누구든 결혼 앞에 드는 당연한 걱정인지도 모르겠다.

10년을 넘게 사귀고도 결혼 후에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며 후회하거나 이별을 택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아무리 연애 기간을 거쳐도 결혼 전 모습과 결혼 후의 모습이 한결같을지에 대한 보증은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것이 불안의 원인일 것이다.

그런 믿음 없이 시작도 안 했다거나 난 확실히 알 수 있어 걱정이 없었단 사람도 있을 테지만, 이런 걱정은 평생을 결정지을 내 판단에 대한 책임의 중압감이 컸던 것도 한몫했던 것 같다.

앞의 긴 사설을 줄이고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사람과 결혼하길 추천’한다.

성실하고 한결같은 남편과 20년이 넘는 결혼 생활을 이어 가면서 느낀 배우자의 필수 덕목은 바로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 성향’이다.

내가 본 남편은 한번 결정을 내린 선택을 크게 후회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고, 그래서 자신의 선택으로 고른 물건 또한 싫증을 내지 않고 아낀다.

그래서 그런지 별스럽지 않은 것을 고르는 것도 내가 보기엔 너무 신중하다 싶은 정도다. 나와는 성향이 달라 이런 점이 피곤하게도 느껴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니 쉽게 버리거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겠거니 이해하게 됐다.



결혼을 하고 오히려 쓸데없는 고민을 너무 오래 했다 싶을 정도로, 내게 안정감을 주었기 때문에 그냥 다행이다, 스스로 좋은 결정이었다 안도했을 뿐, 남편의 그런 성향을 분석한 것은 나중의 일이다.

그래서 난 가끔 얘기한다. 당신은 내가 아닌 누구라도 결혼 한 상대에게 잘할 사람이라고. 조금은 서글퍼지는 말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라도 결혼을 잘 이끌어 나아가려 노력하는 자세가 깔려있기에 상대가 누구였어도 남편은 배우자를 아끼고 사랑해 주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가 없는 삶에서 배우자의 몫은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서로가 기대며 보듬고 살아갈 수 있는 노년을 꿈꿀 수 있는 지금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을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온 남편에게 그 공을 모두 돌려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개그 코드가 맞고 재미있어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했지만 남편의 그런 성향을 결혼 전에는 잘 몰랐던 것을 생각하면 결국 결혼의 성패에 운도 무시 못 할 만큼 따랐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말 답답할 때 한번 넌지시 보시길... 이 사람은 자신의 선택을 쉽게 후회하지 않는 사람인지 아닌지······.


글 · 그림 반디울


작가의 이전글 아이 없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