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가장 푸른 곳을 찾으신다면,
치앙마이 반캉왓은 진심으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공간을 사랑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여기서 살리라 알고 있어서 만들 수 있는 공간.
머무르며 만족할 줄 아는 삶.
나의 기준으로 느리게 걷는,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도시라 말하지만 이들에게는 이 속도가 정상이다. 하루 격리를 하고도 날아온 치앙마이는 나에게 이 아름다운 공간의 푸름과 여유로움을 온전히 선물해주었다. 관광객이 없기에, 송크란 다음 주말이기에 더 여유로운 이곳은 사실 이게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비현실적이 하루를 선물 받았다.
낯선 아름다움에 울컥울컥한 순간들.
우거진 초록 나무와 선인장에 깃든 햇빛. 선인장이 아름다울 땐 투명한 가시 사이사이 자연의 빛이 깃들 때구나. 선인장은 사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가까이 보니 더 아름다운 것들.
아름다운 자개 접시와 자개 나무 숟가락을 보고 왜지 울컥울컥 마음이 올라왔다. 나만큼 자개를 아름다워할 엄마가 생각났고 엄마와 나눠 가지고 싶어 두 세트를 들었다.
오래 머물면 더 많은 걸 발견할 수 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머물렀다.
느리게 걸으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방향의 도수를 더 정교의 맞춰 걸을 수 있다.
오래 머물면 한번 더 같은 곳을 쳐다볼 수 있다. 눈길이 다시 머무는 곳에서 비로소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바람이 불 때의 모습, 다른 각도에서의 모습, 다른 자연의 소리(새소리, 벌레 소리, 나무 작업 소리)와 함께 보이는 모습, 감각을 열어둔 인간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순간, 구석에 놓인 코끼리 석상의 디자인, 바닥의 타일 무늬와 내 주황색 옷의 조화, 촛대의 아름다움(코끼리와 쇠), 사진과 불상, 생화까지. 이 공간에는 정치와 종교, 자연이 일상에 깃들어 있다.
내가 이런 공간을 집 2층에 만든다면 나는 어떻게 구성할까.
포르투갈의 리스본이 떠올랐다. 원목 가구, 창문, 스테인드글라스, 유리 타일, 천 커튼, 상아 조각, 오래 모은 책이 꽂힌 책장, 종교의 상징 촛대까지 지구 반대편 유럽의 나라에서 느낀 분위기가 여기에도 있었다. 멈춰있는 듯한 도시 (지금 인구가 팽창하지 않는다고 멈춰있다고 말해버리는 게 옳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가파르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종종 가치를 절하당하는 도시,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삶을 웃음과 함께 수용하면서 오늘을 살고 있었다.
이 예쁜 마을이 고요하고 적막해서 더 비현실적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받은 느낌. 이곳의 주인들이 여기를 안 떠나리라 알며 공간을 사랑해야 시간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공간. 나는 언제 어디서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 순간은 찾아올 테니 내 취향과 감각들을 모아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