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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Apr 24. 2022

아름다운 공간, 반캉왓

치앙마이에서 가장 푸른 곳을 찾으신다면,

치앙마이 반캉왓은 진심으로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과 공간을 사랑해서,
오랜 시간 동안 여기서 살리라 알고 있어서 만들 수 있는 공간.
머무르며 만족할 줄 아는 삶. 

나의 기준으로 느리게 걷는, 느리게 시간이 흐르는 도시라 말하지만 이들에게는 이 속도가 정상이다. 하루 격리를 하고도 날아온 치앙마이는 나에게 이 아름다운 공간의 푸름과 여유로움을 온전히 선물해주었다. 관광객이 없기에, 송크란 다음 주말이기에 더 여유로운 이곳은 사실 이게 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비현실적이 하루를 선물 받았다. 


낯선 아름다움에 울컥울컥한 순간들. 

우거진 초록 나무와 선인장에 깃든 햇빛. 선인장이 아름다울 땐 투명한 가시 사이사이 자연의 빛이 깃들 때구나. 선인장은 사막이 가장 잘 어울리는 이유가 이거였구나. 가까이 보니 더 아름다운 것들. 



아름다운 자개 접시와 자개 나무 숟가락을 보고 왜지 울컥울컥 마음이 올라왔다. 나만큼 자개를 아름다워할 엄마가 생각났고 엄마와 나눠 가지고 싶어 두 세트를 들었다. 


오래 머물면 더 많은 걸 발견할 수 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계속 머물렀다. 

느리게 걸으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방향의 도수를 더 정교의 맞춰 걸을 수 있다. 


오래 머물면 한번 더 같은 곳을 쳐다볼 수 있다. 눈길이 다시 머무는 곳에서 비로소 발견하는 것들이 있다. 바람이 불 때의 모습, 다른 각도에서의 모습, 다른 자연의 소리(새소리, 벌레 소리, 나무 작업 소리)와 함께 보이는 모습, 감각을 열어둔 인간으로서 발견할 수 있는 순간, 구석에 놓인 코끼리 석상의 디자인, 바닥의 타일 무늬와 내 주황색 옷의 조화, 촛대의 아름다움(코끼리와 쇠), 사진과 불상, 생화까지. 이 공간에는 정치와 종교, 자연이 일상에 깃들어 있다. 



내가 이런 공간을 집 2층에 만든다면 나는 어떻게 구성할까. 


포르투갈의 리스본이 떠올랐다. 원목 가구, 창문, 스테인드글라스, 유리 타일, 천 커튼, 상아 조각, 오래 모은 책이 꽂힌 책장, 종교의 상징 촛대까지 지구 반대편 유럽의 나라에서 느낀 분위기가 여기에도 있었다. 멈춰있는 듯한 도시 (지금 인구가 팽창하지 않는다고 멈춰있다고 말해버리는 게 옳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가파르게 성장하지 않는다고 종종 가치를 절하당하는 도시, 하지만 이곳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삶을 웃음과 함께 수용하면서 오늘을 살고 있었다. 



이 예쁜 마을이 고요하고 적막해서 더 비현실적이었다. 포르투갈 리스본과 포르투에서 받은 느낌. 이곳의 주인들이 여기를 안 떠나리라 알며 공간을 사랑해야 시간을 모아 만들 수 있는 공간. 나는 언제 어디서 이런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 순간은 찾아올 테니 내 취향과 감각들을 모아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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