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찾아오는 힌두교 빛의 축제
싱가포르에서는 디파발리(Deepavali)라고도 불리는 디왈리(Diwali)는 힌두교의 빛의 축제로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힌두교도들은 해가 뜨기 전부터 아름다운 보석과 전통 의상으로 몸을 꾸미고, 집과 문 주변을 가루, 쌀, 또는 꽃잎으로 화려하게 장식한다. 기하학적인 패턴이나 꽃문양 또는 동물을 표현하는 랑골리(Rangoli)는 신을 집안으로 들여 다음 디왈리까지 1년간 집안을 축복해 달라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기도를 담아 1년에 한 번 가족과 함께 만드는 랑골리는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다.
10월에 찾아오는 디왈리는 힌두교도에게는 빛의 축제이고, 다른 이들에게는 공휴일이어서 더 즐거운 날이다. 다인종 다종교 국가인 싱가포르는 각 종교를 존중하여 힌두교,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와 관련된 공휴일이 모두 있다.
예술과 문화를 중시하는 다양한 기관에서 디왈리를 축하하는 포스트를 올리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호주, 영국 등 서구권에서도 디왈리를 축하한다. 그곳에도 힌두교를 믿는 다양한 인종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파리에 다녀온 이후, 새로운 문화와 예술에 대한 호기심이 꼬리를 물고 커진다. 때마침 아시아 문명 미술관(Asia Civilizations Museum)에서 미술관 내 힌두교 조각과 미술에 집중한 디왈리 특별 투어가 있어 신청하고 다녀왔다.
빛이 어둠을 이기고,
선이 악을 이기고,
지식이 무지를 이긴다.
디왈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거였다. 종교로 한정 짓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하지는 메시지였다. 종교를 불문하고, 오늘 같은 날 싱가포르에서는 집마다 하나쯤 갖고 있는 향초를 켜고 바라보면 좋은 그런 날이었다. 마치 우리가 크리스마스에 종교를 불문하고 선물을 건네고, 연인과 친구와 가족과 더 따듯한 시간을 보내듯이.
힌두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궁금한 적도, 배워본 적도 없다. 사실 국립중앙박물관 3층의 동남아시아관에서 코끼리 머리의 조각상을 보고는 낯설어서 고개를 돌렸다. 가네샤인지 갸루다인지도 헷갈릴 정도로 힌두교와 문화에 대해 무지했다. 그런데 싱가포르 아시아 문명 미술관에서 가네샤를 한 5번 정도 만나자 점점 가네샤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아래 춤추는 가네샤 조각은 종교를 떠나 보는 이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예술 작품이었다.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힌두교의 삼대신,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신에 대해 설명을 들었고, 시바의 부인 파르바티와 그녀의 다양한 모습들 (두르가, 사티, 칼리 등)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예술성이 뛰어난 조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종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면서 이를 예술을 통해 접하니 낯선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훨씬 덜했다. 종교와 예술이 조화로운 공간이자 시간이었다.
가네샤는 장애물을 없애주는 신이기에 힌두교에서는 중요한 시험이나 사업을 앞두고 찾아가는, 매우 실용적이고 인기가 많은 신이라고 한다. 큰 장애물은 코끼리 머리로 박치기해 부숴버리고, 작은 장애물은 가네샤 밑의 쥐 (무려 가네샤의 교통수단)가 없애준다고 한다. 구체적이고 깨알 같은 설정에 가네샤를 보면 웃음이 나왔다. 또 코끼리 머리, 사람 몸의 가네샤가 삼대신인 시바와 파르바티의 자녀라니 그리스 로마 신화 못지않은 사랑과 전쟁, 위기와 승리의 신화가 힌두교에도 존재했다. 가네샤는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보던 괴상한 코끼리 조각상이 아니다. 유독 힌두교도가 많다(인구의 90%)는 신들의 섬, 인도네시아 발리에 가면 작은 가네샤 조각상을 사 오겠다는 계획도 생겼다.
예술이 종교라는 신념을 만날 때, 종교의 부흥기와 쇠퇴기에 따라 새로운 창조성이 발현된다. 여기에 자연환경이라는 변수는 인간을 진화시킨다. 힌두교는 종파가 매우 다양하고, 특히 발리의 힌두교는 '성스러운 물의 종교'라고 불리며 춤, 음악, 회화와 같은 예술 활동이 신과 소통하고 신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라고 한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신들의 섬, 발리에서 종교와 자연, 예술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낯설지만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생각에 설렌다.
지식이 무지를 이긴다. 새롭고 낯선 문화에 대해 통하는 말이다. 낯섦에 이상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던 예술이지만, 자주 접하고, 그들의 역사와 현대까지 이어져오는 문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는 보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수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싱가포르에 와서 두 번째로 맞는 디파발리에서 예상치 못한 배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