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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Dec 23. 2022

대만, 같은 땅 여러 이름

2022년 마지막 여행지로 한국에 들어오며 대만을 들렸다. 대만은 오랜만에 동아시아의 정치, 역사의 역동성을 느낀 여행지였고,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복잡한 정치사상과 권력의 소용돌이에 놓인 섬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대만에 대해 새로 안 사실이 많다. 무지와 선입견이 깨졌달까. 

서구 세력, 중국 세력, 일본 세력 모두 대만을 점령했었고, 그중 대만이 일본에게 가장 친화적인 이유를 처음 알았다. 대만에 오기 전 나는 장제스와 국민당 정부가 대만으로 이주해 와 이곳을 다시 키운 주인공들인 줄 았았다. 그리고 그들이 정착하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어떻게 정착했을지가 궁금했다. 마치 미국이라는 신대륙을 찾은 영국인들처럼. 하지만 내 단편적인 생각과 달리, 이들은 대만인들에게는 권위주의를 가지고 와 대만에 살던 본성인들의 삶을 오히려 바꾸며 자신들의 존재를 수용하도록 한 세력이었다. 반면 일본인들은 시모노세키조약으로 공식적으로 건네받은 대만이라는 땅과 시민을 굳이 핍박할 필요가 없었다. 다른 식민지와는 다른 유화적인 방식으로 또 하나의 일본을 건설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일제 시대 총독부를 그대로 총통 집무실로 사용하는 대만!


싱가포르에 살며 놀라는 점 중 하나는 특정 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국가마다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중국, 일본,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갖는 이미지가  역사와 이해관계에 따라 극명했다.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접해도 그 나라의 입장에서 공감하기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점점 입장이 다른 주제에 대해서는 서로 판단이나 말을 아끼게 된다. 다양성을 배우는 과정인 걸까. 


오랜만에 중화문화권에 오니 한자가 참 많이 보였다. 고궁 박물관의 주요 유물도 한자가 유물에 적혀있으면 그 가치가 배가 된다. 문자는 의미를 담는다. 곧 다가오는 내년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할 예정인데 글과 문자가 이 나라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하고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새로운 시작의 에너지를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받는 게 여행의 묘미 아닐까. 


글자는 가치를 더한다. 대만의 보물인 자기, 청동 그릇, 옥 벼루에도 글이 담기면 그 가치가 더욱 커진다. 특히 그 글자로 의미를 표현한 사람이 교육 수준이 높고, 권위 있는 문화 향유층일수록, 어쩔 수 없이 인간에게 그 가치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기록해두는 문화의 위대함. 기록에는 기록할 당시의 시간이 담겨있다. 압도적인 기록의 양 자체가 가치 있는 이유도 담긴 시간의 양이 가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시간 없이 우리는 무언갈 누적할 수 없고, 꾸준한 시간의 어려움과 위대함을 안다. 또 예술은 스토리, 역사, 의도가 생생하게 담길수록 가치가 높다.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더 사랑한다. 디자인에 본능적으로 감동받은 후, 작품에 대한 스토리에서 ‘아아, 와’ 하는 의성어가 나올 때 그 예술은 머리와 마음을 모두 움직였고,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떤 보물들을 고되 보였다. 치열하고 지난 한 시도와 노력 끝에 겨우 남은 것들이 여기 있었다. 굳이 더 어려운 일을 시도하고, 새로운 어려움을 일부로 찾아가 만나고, 어려울수록 다를수록 새로울수록 가치 있음을 알고 행동하는 습관을 가진 예술가들이 결국 오래 남았다. 


고궁 박물원과 중정기념당, 대칭과 쌍을 좋아하는 대만

작은 창의성이 수준을 바꾼다. 대만 고궁 박물관에서 보물들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딱 하나만, 과거보다 딱 하나만 더 개선하는 습관, 꾸준히 개선하는 습관의 힘을 알라고 말하는 듯했다. "어려지고 싶다는 생각을 오늘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마음으로 바꿔봐. 스스로의 지난 시간에 대해서도 매 순간 하나씩 바꾸고 개선하고 더하는 습관, 이 습관이 너를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거야." 작은 창의성은 값 비싸다. 과거의 토대가 있어야만 더해지고 아주 작은 변화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더해질 수 있기에 토대를 다지는 시간을 결코 생략하면 안된다. 시간을 갖자. 시간이라는 자원이 없을 때 절대 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더 낮은 우선순위를 과감히 포기하고 중요한 선택들에 시간을 집중하자는, 말이 쉽지 행동은 어려운 말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건넨다. 


고궁 박물관을 떠나 현대 문화단지인 쑹산문화창의공원 (松山文創園區)에서 흥미로운 대만인을 발견했다. Fishselfish 이름으로 활동하는 대만 일러스트레이터 소녀. 그녀의 그림에서 모네를 발견했고, 엽서에서 그림과 어울리는 시 구절을 발견했고, 그림체 속 동물, 자연, 사람의 모습에서 긍정적인 기운을 얻어 말을 걸었다. 대만대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화가의 꿈을 위해 영국으로 그림 유학을 떠나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그리며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하는 그녀는 내가 바닷물속 풍경을 그린 엽서를 집어 들자 자신의 스노클링 영상을 보여주었다. 연결의 가치를 알고, 진심을 다해,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실현하며 사는 소녀였다. 하고 싶은 리스트는 가득 하나 이 글을 비롯해 매일매일 조금씩 다음으로 다음 달로 내년으로 미루던 나에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소녀였다. 



이번 여행의 결론은, 여행과 무관히 먼저 결정해두었던 중국어를 진심으로 배워야겠다. 음식을 주문하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자신 있게 말하며, 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이해하고 질문을 하며 지평을 넓히고 싶다. 예술도 여행도 내가 대상과 환경을 바로 해석할 수 있을 때 더 많은 게 눈에 들어오고 머리로 해석되고 내가 가진 지성과 연결되어 시너지를 낼 것 같다. 왠지 중국어를 배우고 있으면 중국도 가게 될 것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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