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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ia Dec 25. 2022

오랑주리, 파리에서 가장 좋았던 미술관

평온하기를

새로운 문화에 심취하는 힘. 좋아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난다는 건 얼마나 설레고 기쁜 일인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나는 처음으로 모네를 만났다. 모네는 보라색을 정말 잘 쓴 화가였다. 연보라색과 분홍색, 그리고 주변의 초록색 또는 어둠과의 조화를 만들어낸 화가다. 한 장소에서 머무는 분위기를 끊임없이 더해지는 스트로크로 표현해냈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평온하기를


나는 이 목소리를 들었다. 


모네의 작품은 이 방에 흐른다. 그림이 그저 내 눈앞에, 이 특별관 안에 놓인 게 아니라, 더 큰 공간에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자연에 대한 우주적 시선을 담았다는 모네의 말이, 알듯 모를 듯 느껴진다. 모네는 수련 연작을 비평에도 굴하지 않고 그렸다고 한다. 세잔으로부터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는 평을 받은 모네, 그의 수련은 신비로웠다. 



수련은 어떤 옷을 입어도 어떤 외모여도 제 앞에 선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이 미술 작품이 배경이 되면 앞에 선 대상은 미적 가치가 더욱 살아난다. 이유가 뭘까. 집에 그림을 걸어둘 수 있다면, 바라봐서 아름다운 그림보다 공간과 어우러져 삶의 순간들을 아름답게 해주는 그림을 걸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그림은 처음이었다. 


모네의 삶, 역경과 굴곡에도 새로운 창조력을 만들어내고 마는 사람들이 있다. 원하던 원하지 않던 떠나게 된 여행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날씨를 만나고, 자신의 중심과 가치를 그 새로움 안에서 승화시키는 기회를 얻는다. 결국 이런 평온한 그림을 만들어낸다는 건, 그가 평온을 간절히 바랬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지베르니 정원, 자신이 좋아하는 공간에 오래 머무르면서 애정하는 대상을 끊임없이 바라봐야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 시간과 공간의 승화가 일어났다. 대상 너머의 그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 얼마나 바라보고 사유했을까. 그리고 이 그림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파리의 오랑주리 미술관에 놓여 전 세계 예술 향유자들을 만난다. 


대상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바라보는 대상을 잊어야 한다. 


원형의 방, 곡선의 벽에 완만하게 펼쳐진 그림, 이 방에서는 침묵하고 명상하듯 감상해달라는 안내문까지 오랑주리 미술관은 그림이 주인공인 아름다운 공간이었다. 그림 앞에 선 감상자들은 오랜만에 미술관에서 평온함을 만난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감상의 부담감은 사라진다. 예술이 주는 회복력을 그대로 느끼며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지 머리보다는 몸과 마음을 느끼게 된다. 


파리에서의 셋째 날 방문한 오랑주리 미술관이 이후 방문한 10곳이 넘는 미술관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미술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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