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uge
2020년 11월, 할아버지의 대한항공 마일리지와 연차 10일을 영끌하여 다녀왔던 유럽여행. 차가운 날씨 속에도 비가 거의 오지 않아 마냥 행복한 파리, 로마, 런던 여행을 즐기고 왔다. 유럽의 매력에 쏙 빠진 채, 21년도에는 동유럽을 노려볼까 하던 차에, 당시 우한공항 취항을 준비하던 회사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우한에서 픽픽 사람들이 쓰러진다는데?' '뭔가 SARS, MERS 같은 게 다시 중국서 유행하나 보던데?' 불미스러운 괴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점차 일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우한 근황을 araboza' '중국이 큰일 난.eu' 신종 바이러스 사실이 전해지기 시작한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의 개막이었다. 대만, 베트남, 이탈리아 등지의 입국도장이 찍힌 내 여권은, 그저 몇 페이지 쓰다만 싸구려 노트로 전락해버린 것 (분명 몇 달 전만 해도 회사 외국인 기장님에게 한국 여권의 위대함을 자랑했었는데 말이다).
그렇게 악재의 2020년을 보내다가, 2021년이 됐다. 글로벌 제약사도 하나둘 백신 임상 성공을 발표하고 각국에 보급을 하기 시작했다. 초기 물량 부족 이슈로 어수선한 정국이었지만, 나는 예비군 찬스로 바로 얀센을 접종했고 여자친구도 화이자 2차까지 접종을 완료했다.
워낙 코로나의 피해를 최우선으로 얻어맞은 항공업에 몸 담았던 탓인지, 나는 '해외여행은 빨라야 2025년이다'라고 상당히 보수적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쉽게 백신 접종이 완료되니 생각이 달라졌다. 2025년은 좀 오버였고, 2022년이 현실적이겠다 하고 말이다. 그럼 해외여행 진짜 한번 도전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