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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dy강성 May 30. 2024

통섭과 투자 (최종)

주식과 투자 이야기 (8)

제4부 과학과 복잡계 이론



들어가는 글


과학은 투자자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4부는 시장이 왜 효율적인지(또는 비효율적인지) 설명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을 제시하고, 표준적인 금융 이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는 중요한 경험적 결과들을 자세히 다룸으로써 시장에서 단순한 인과관계가 통하지 않는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복잡계는 수많은 이질적 참가자의 상호 작용으로 이루어진 체계를 뜻하는데, 가장 좋은 사례 중 하나가 주식시장이다. 개별 투자자들이 실수해도 시장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 나아가 어떤 경우에 시장이 효율적인지 정의함으로써 비효율성이 언제 발생하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결점을 찾으려고 한층 노력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은 편협한 규칙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득을 얻을 수 있다.


28장 다각도로 검토하라 - 성공 투자를 위한 조직화에 대한 고찰


더 많이 읽을수록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이 배울수록 더 많은 곳에 갈 수 있다.
- 닥터 수스(Dr. Seuss), 《I Can Read With My Eyes Shut!(눈을 감고도 읽을 수 있어요!)》
[닥터 수스라는 필명을 쓴 Theodor Geisel 출처 구글 이미지]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국립연구소의 과학자 노먼 존슨(Norman Johnson)은, '다양한' 분야의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하면 전문가들보다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는 먼저 미로찾기 게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했을 경우 개인보다 효율성이 좋아지는 사례를 들었다. 개인의 첫 번째 미로 탐색은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개인의 집합은 경험(미로의 구역), 선호도(선호하는 통로), 해결 능력(통과 거리) 면에서 다양성을 지닌다. 따라서 집단은 강력한 정보를 지닌 개인과 같다. 이 정보의 다양성 덕분에 집단의 해결 능력은 개인의 능력보다 훨씬 더 강력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집단 효과의 힘은 자연에서도 나타나는데, 여기서 존슨의 개미 이야기가 등장한다. 개미는 어떻게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일까? 행군개미는 먹이를 찾아온다는 한 가지 임무만 생각하고 출발한다. 또 화학물질을 남기고 이를 따라가는 능력도 있다. 처음에는 아무 데로나 흩어진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는 돌아올 때, 동료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화학물질로 흔적을 남긴다. 이런 방법으로 개미들은 먹이에 도달하는 가장 짧은 길을 찾아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에 연구자들은 거리가 같은 두 곳에 음식물을 놓아두는 실험을 했다. 처음에는 한쪽 길에 약간 더 많은 개미가 지나가게 되면 다른 개미들도 그쪽으로 유인되고, 이때부터 포지티브 피드백 원리가 작동한다. 따라서 개미들은 최적의 해법을 찾는 대신 한쪽 길에만 몰려들어 다른 길은 텅 비게 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자연은 이런 문제점을 예상했다. 개미들은 주기적으로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다시 무작위적인 길 찾기 과정을 시작한다. 개미들은 이미 발견한 음식을 모으는 일과 새로운 음식을 찾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다(그림 28.2 참조).


노먼 존슨은 이것을 ‘헝클어진 머리카락(wild hair)’ 대안이라고 부른다. 개미들은 본능적으로 다양성을 찾는 것이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대안 출처 《통섭과 투자》]

다양성 확보하기


미로와 개미 사례가 투자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결론적으로 깊은 관련이 있다. 심리학자인 호레이스 발로(Horace Barlow)"지식은 새로운 근원적 질서의 발견에 이르는 추론과 관련된 모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논쟁의 타당성을 살피고 적절한 유사성을 찾아내는 것을 포함한다.

[1953년 캠브리지대학의 'The Ratio Club', 호레이스 발로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그렇다면 투자 지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노먼 존슨의 메시지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잘 정의된 시스템에서 전문가들은 쓸모가 있다. 규칙에 근거한 해답을 찾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지면 보통 사람들의 집합이 전문가 개인보다 문제를 더욱 잘 해결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이 웬만한 사람들보다 대체로 더 똑똑하다는 뜻인데, 이는 경험적 사실로 증명되었다.


존슨은 주식시장과 같은 복잡계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두 가지 핵심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해 여러 전략을 구상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획득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능력은 타고나기 때문에 한계가 있지만(물론 어느 정도는 향상시킬 수 있지만)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심리학자인 도널드 캠벨(Donald Campbell)은, 창조적 사고는 ‘맹목적 변화와 선택적 억제’의 과정이라고 비슷하게 표현했다. 다시 말해, 창조적 사상가들은 아이디어의 다양성을 추구하지만 현재 주어진 목표에 유용한 것만 선택한다.


다양한 생각을 받아들이면 존슨이 말한 ‘미약한 신호(weak signals)’를 잘 찾아낼 수 있다. 미약한 신호는 (새로운 기술이나 개발 같은) 지배적 흐름에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의 시작일 수도 있고, 예상치 않은 곳에서 제때 나오는 적절한 정보일 수 있다.


창의력과 투자


메릴린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Merrill Lynch Investment Managers)의 전 회장인 아서 지켈(Arthur Zeikel)은 투자 실적을 높이려면 '회사의 핵심 인력이 창조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창조적인 사람은 다음과 같다.


  • 지적 호기심이 많다.

  • 유연하며 새로운 정보에 개방적이다.

  • 문제를 인지하고, 명확하고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합해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

  • 탈권위주의적이며, 기존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

  • 정신적으로 활동적이고 열정적이며, 의욕이 넘친다.

  •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

  • 목표 지향적이다.

[아서 지켈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다양성은 많은 자연적 인지 과정의 연료다. 투자 접근 방식이 편협하거나 정보 자료가 너무 적으면 다양성의 힘을 간과할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물론 다양한 생각을 즐기면 불필요한 정보들을 걸러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사려 깊은 투자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투자 실적을 개선할 수 있고 인생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


29장 허니에서 머니까지 - 집단의 지혜와 변덕


꿀벌 무리의 행동 중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중앙집권적 통제 없이도 수만 마리가 조화롭게 행동하는 능력을 보이는 점이다. 꿀벌 무리의 응집력은 자연선택 과정에서 나타난 분권적 통제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이는 자연계 및 인간의 경쟁적 시장경제에서 질서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비슷하다.
– 토머스 실리(Thomas D. Seeley), 《The Wisdom of the Hive(벌 떼의 지혜)》

의사결정 시장은 여러 개인에게 알려진 정보를 공통 자원으로 모으는데, 뉴스 매체, 상호 검토, 심리, 여론 조사 등을 수행하는 일반적인 정보 통합 기관보다 많은 점에서 유리하다. 투기적 시장은 분권화되어 있고 비교적 평등하다. 게다가 우리가 던지는 질문에 직접적이고 간결하며 시의적절하고도 정확한 예측으로 답하기도 한다.
– 로빈 헨슨(Robin D. Henson), 《Decision Markets(의사결정 시장)》


코넬 대학의 생물학자 토머스 실리(Thomas Seeley)는 뛰어난 책 《The Wisdom of the Hive》에서, 벌집으로 돌아온 꿀벌이 동료 벌들에게 먹이의 위치를 알려주기 위해 간단한 춤을 춘다고 주장했다.


놀라운 점은 춤을 추는 시간이 정찰 지역에서 발견한 먹이의 양뿐 아니라 꿀벌 집단에게 필요한 먹이의 양도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즉, 통신을 위한 꿀벌의 춤은 집단의 기회와 필요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그 결과, 꿀벌 집단은 통제 수단 없이도 전반적인 자원 배분이 매우 적절하게 이루어진다.

[토마스 실리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개미도 놀라운 군집행동을 보여준다. 개미 연구를 선도하는 데버러 고든(Deborah Gordon)은 개미들이 묘지를 거주지에서 가장 먼 곳에 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개미집과 묘지 양쪽 모두에서 최대한 먼 곳에 쓰레기를 쌓아둔다는 점이다. 개미들은 의식하지 않고서도 자연스럽게 지적 역량을 보여주며 뛰어난 솜씨로 공간 문제를 해결했다.

[데브라 고든 출처 iBiology, 구글 이미지]

벌과 개미 같은 사회성 곤충의 행동은 중앙집권적 통제가 없으며, 어느 누구도 가야 할 길을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놀랍다. 단순한 개별 행동의 집합이 복잡하고 적응성이 뛰어나 똑똑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수수께끼같은 의사결정 시장


최근 의사결정 시장(Decision Markets)이 부상하고 있다. 각자 관심 있는 문제의 결과에 돈을 걸고, 예측의 옳고 그름에 따라 돈을 따거나 잃는 시장이다. 이런 의사결정 시장은 묘하게도 정확하다고 밝혀졌는데, 사회성을 지닌 곤충 집단처럼 분산 지능이 성패를 좌우된다.


가장 잘 알려진 의사결정 시장은 1988년에 설립된 아이오와 전자시장(Iowa Electronic Markets, IEM)이다. IEM에서는 선거에 출마한 개별 후보자들의 득표율에 베팅하는 것을 허용한다. 이 시장의 기록은 부러울 정도다.


유동성이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는 벳페어(BetFair)인데, 이는 스포츠에서 정치, 주식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내기를 허용한다. 투자자들은 수많은 영역 중 특정 분야의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시장 평가를 보고 돈을 걸 수 있다.

[IEM과 벳페어 출처 구글 이미지]

의사결정 시장이 이렇게 호황을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 시장의 참여자들은 자신만의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결정하며 시장에 참가한다. 둘째, 이 시장의 거래자들은 옳은 선택에 대해 보상을 받는다. 통찰력이 떨어지는 거래자들에게서 돈을 따는 것이다. 셋째, 이 시장은 유용한 피드백으로 연속적인 실시간 예측치를 제공한다. 그 결과 의사결정 시장은 여러 거래자들에게서 정보를 수집해 어려운 문제를 개인보다 더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주식시장은 사회성을 지닌 곤충 집단 및 의사결정 시장과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시장은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상호 작용으로 탄생했다. 우리는 곤충 집단과 의사결정 시장 모두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벌 떼와 주식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상 체계와 가격의 역할인 듯하다. 꿀벌 집단에서는 꿀벌이 자신이 아니라 집단 전체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행동한다(진화의 결과라 할 수 있겠다). 시장의 모든 거래자는 자신의 효용 극대화를 추구한다.


의사결정 시장은 시간이 한정되고 결과가 명백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과 많이 다르다. 이 같은 특수성은 결과의 범위를 한정해서 투기적 모방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다시 말해, 모멘텀 전략이 작동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주식시장에서는 주가가 기업의 펀더멘털 전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의사결정 시장에서는 결과와 시장이 서로 독립적이다.


투자자들은 앞의 논의에서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분권적인 시스템은 한정된 지식을 이용할지라도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효율적이다. 집합적 지혜를 활용하려는 저렴한 방법들이 개발됨에 따라 분산 지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분권적 문제 해결 시스템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말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존재하며, 그에 따라 시스템의 실적도 크게 달라진다.


분권화된 시스템은 대체로 탄탄하다. 시장이 가끔은 너무 많이 오르거나 내리지만 변화에 잘 적응한다. 이는 배분의 효율성이 투자자 개개인의 합리적 행위가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에서 나옴을 암시한다. 시장이 아주 똑똑한 것은 부분적 정보들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올리기 어려운 이유가 이것이다.


30장 여론 - 집단의 힘을 문제 해결과 예측에 활용하기


지식이 완전하지 않은 개인들이 상호 작용을 함으로써 해답을 찾는 과정을 밝혀내야 한다. 모든 지식이 한 사람에게 주어졌다고 가정하는 것은, 경제학자들이 그들의 이론에서 문제 될 만한 것은 제외하고 세상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모든 것들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
–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 《The Use of Knowledge in Society(사회의 지식 활용)》

반드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트레이더들의 집합적 판단이 놀랍도록 정확한 경우가 종종 있다. 다양한 정보가 모일 때 시장이 효율적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측하기 위해 어떤 시장을 이용할 것인가?’는 큰 문제가 아닌 것 같다.
– 제임스 서로위키(James Surowiecki), 《Damn the Slam PAM Plan!(PAM 계획을 버려라!)》
[하이에크와 저서, 제임스 서로위키 출처 구글 이미지]

군중의 정확성


군집행동이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다. 찰스 맥케이의 고전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에 대해, 아마존에는 ‘대중의 광기와 혼란에는 한계가 없고 임계점도 없다’라는 평이 올라와 있다. 중요한 문제에 다양성을 띠는 집단으로서는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아내기 어려워 보인다.

[찰스 맥케이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하지만 최근 사회과학자들은 시장의 정보 취합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 능력에 대한 인식과 인터넷의 연결성이 결합해, 답하기 어려운 질문의 답을 찾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예측을 개선하는 길을 열었다.


투자자들은 두 가지 이유로 군중의 정확성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효율적인 시장은 정보의 취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서 효율성이란 한 개인이 시장을 체계적으로 활용해 초과수익을 만들어낼 수 없는 상태로 정의된다. 둘째, 집단에 내재된 정보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다.


난제에 대해 여러 과학자들이 참여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이노센티브(www.innocentive.com)이나 그 외 여론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하는 경우들(복잡한 미로를 탈출하거나, 항아리 속의 젤리 수를 맞히거나, 잃어버린 폭탄을 찾는 것 등)을 통해 집단지성은 현재와 미래의 상태를 예측하는 데도 능란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다만 이때 정보 수집은 모든 경우에 "집단적인 메커니즘, 정확하게 답했을 때의 보상, 집단의 이질성" 등이 필요했다.

[이노센티브 출처 구글 이미지]

실제 세계에서는 어떤가?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내가 설명한 시장들과는 다르다. 그곳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에는 특정한 시간 제약이나 가격 제한이 없다. (예외는 기업이 인수되는 것에 동의했을 때인데, 이 경우 주가는 매우 정확하게 절대가치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주식 투자자들은 뇌동 매매에 노출되기 쉽다. 투자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정보를 취합하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 또는 그 이상, 즉 집단의 이질성이 침해된다.


그러나 나는 대중의 미망과 광기는 정상적 상태가 아니라 예외적 상태라고 주장하고 싶다. 시장이 효율적인 이유를 아는 투자자들은 시장이 비효율적인 이유도 간파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여론, 즉 집단적 지식을 잘 활용해 좋은 기업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미 한발 앞서 나가는 사람이라 하겠다.


31장 두 세계의 꼬리 - 두꺼운 꼬리와 투자


빅터 니더호퍼는 시장을 카지노라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사람들이 도박꾼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도박을 연구하면 이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투자해 주기적으로 작은 수입을 챙겼다. 그런데 그의 접근 방식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거대한 파고가 밀려오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적절한 위기 관리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소로스가 말하는 소로스(Soros on Soros)》

수요일, 빅터 니더호퍼는 사흘간의 주가 급락과 연초 태국 증시에서 입은 손실로 인해 펀드 자산 대부분이 지난 월요일에 모두 사라져버렸다고, 자신이 운용하는 세 개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발표했다.
– 데이비드 헨리(David Henry), 〈USA 투데이〉, 1997년 10월 30일

현실 세계에서는 ‘평균’과 ‘중간’ 못지않게 분포의 ‘꼬리’에서 결정되는 일이 많다. 평균이 아니라 예외적인 상황에서, 점진적이 아니라 돌발적으로, 중산층이 아니라 엄청난 부자들에 의해 세상은 움직인다. 우리는 ‘평균적’인 생각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 필립 앤더슨(Philip Anderson),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경제학의 분포에 대한 몇 가지 생각(Some Thoughts about Distribution in Economics)”
[위: 조지 소로스와 빅터 니더호프 아래: 필립 앤더슨 출처 구글 이미지]

경험과 노출


2001년(회계연도 기준)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경험(experience)과 노출(exposure)의 차이를 설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험사업에 대한 내용이지만(참고: 2001년 911 테러사태가 발생했고 그로 인해 버핏이 1998년에 인수한 재보험사 제너럴 리(General Re)의 자회사인 제너럴 리 증권회사가 파생상품으로 인해 큰 손실을 입은 사건 관련), 확률 관련 모든 분야에서 되새겨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는 보험료를 산정함에 있어 폭풍, 화재, 폭발, 지진 등 과거의 경험으로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을 고려했지만 역사상 가장 큰 재산 손실은 여기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업계의 우리 모두는 노출보다는 경험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보험 인수의 근본적인 실수를 했고,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테러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보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갈수록 그런 재앙에 대한 두려움은 약해지겠지만 위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노아의 법칙을 위반했습니다. "비를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방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은 과거를 돌아보고, 과거 사건에 근거해 미래의 발생 확률을 짐작하게 해준다. 반면에 노출은 (경험상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발생 가능성이 있는 (그리고 발생하면 매우 규모가 클 수 있는) 잠재 위험을 대비하게 해준다.


투자자들도 경험과 노출을 분별해야만 한다. 롱텀캐피털 매니지먼트와 빅터 니더호퍼(Victor Niederhoffer)의 참담한 실패 사례를 통해 이 점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놀랍게도 표준적 금융 이론은 극단적 사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 학자들은 대체로 주가가 무작위로 변동한다고 가정한다.


꼬리 이야기


정규분포는 금융 이론의 핵심 개념이다. 무작위적 가격 변동, 자본자산 가격 결정, 최대예상손실액(Value at Risk, VaR) 산출, 블랙-숄즈 모형 모두 정규분포를 기본적으로 가정한다. 일례로 VaR 모형에서는 주어진 확률에서 포트폴리오가 입을 수 있는 손실 최대치를 계산하는데, 표준편차로 위험을 측정한다. 주어진 정규분포에서 표준편차를 구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가격 변동이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을 때는 위험을 나타내는 지표로 표준편차가 매우 부적절할 수 있다.


특히 두꺼운 꼬리 부분에 주목하면, 극단적인 가격 변동이 정규분포보다 훨씬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 특히 레버리지를 이용한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1987년 10월 주가 대폭락 당시 S&P500 지수가 20% 이상 급락했는데, 이런 일은 20표준편차 밖에서나 벌어지는 매우 희귀한 사건이었다.


이런 돌발 사건을 메커니즘으로 설명해보자. 앞서 말했듯이 시장은 충분히 다양한 투자자들이 상호 작용할 때 제대로 기능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다양성이 깨지면 시장은 취약해지고 투자자들은 비슷하게 행동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몇몇 투자자가 시장을 떠나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일례로 군집행동은 많은 투자자가 자신의 지식과는 무관하게 남의 행동을 보고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도 자기 조직 임계 현상의 좋은 사례로, 군집행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꺼운 꼬리가 투자자들에게 의미하는 것


가격 급변이 예상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은 현실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의미가 있다.


• 원인과 결과에 대한 사고: 자기 조직 임계 현상에서는 결과의 크기가 변동의 크기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때로는 작은 자극으로 엄청나게 큰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러면 결과에 합당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어려워진다.


• 위험과 보상: 자본자산 가격결정 모형은 위험과 보상 사이에 선형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주식시장과 같은 자기 조직 임계 시스템에서는 보상이 위험에 선형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금융 이론은 실제 시장 데이터를 표준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투자자는 명심해야 한다.


• 포트폴리오 구성: 통계 기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험(경험과 노출의 차이)을 과소평가하기 쉽다. 수익을 증폭할 목적으로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포트폴리오라면 특히 그렇다. 헤지펀드업계의 참담한 실패는 대부분 두꺼운 꼬리에서 발생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이런 사건들을 감안해야 한다.


두꺼운 꼬리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항해하려면 우선 기초자산의 현재가치를 측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시나리오별로 발생 확률과 가치의 변동 폭을 예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잠재적 돌발 사건, 즉 두꺼운 꼬리에서 벌어질 사건에 어느 정도 가중치를 줄 수 있다.


32장 두꺼운 꼬리의 비밀 - 상트페테르부르크 역설에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교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위험이 축소된다는 이론에는 이해하기 어렵고 근거도 부족한 많은 가정이 존재한다. 첫째로 종목별 가격 변동이 서로 독립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익률은 정규분포라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이 그럴까? 물론 아니다.
–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B. Mandelbrot), “A Multifractal Walk down Wall Street”

전 세계의 위대한 지성인들이 페테르부르크 문제를 풀려고 200년 이상 도전했는데도 통일된 보편적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러므로 성장주에 대해서도 만족스러운 해답을 찾을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 데이비드 듀런드(David Durand), “Growth Stocks and the Petersburg Paradox”
[프랙탈 기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브누아 망델브로 출처 구글 이미지]
[베르누이 관계도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 출처 구글 이미지]

베르누이의 도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은 유명 수학자 가문의 니콜라스 베르누이(Nicolaus Bernoulli) I세가 17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제기하고, 사촌 형제인 다니엘 베르누이가 1738년에 러시아 왕립과학아카데미(Russian Imperial Academy of Sciences)에서 해답을 시도한 문제다.


동전 한 개를 뒷면이 나올 때까지 던진다. 첫 번째에 뒷면이 나오면 2, 두 번째로 뒷면이 나오면 2의 2제곱인 4, 세 번째로 뒷면이 나오면 2의 3제곱인 8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n번째에 뒷면이 나오면 2의 n제곱을 받는다. 이 게임을 여는 도박장은 돈이 무한히 많아 받는 돈이 얼마가 되었든지간에 정상적으로 지불이 가능하다고 가정할 때, 이런 도박장에서 처음에 얼마를 내는 것이 공정할까?

이 문제는 기존 확률 이론에 도전장을 냈기 때문에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이라고 불린다. 게임 참가자가 기댓값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 기존의 확률 이론이다. 이 게임에서는 앞면이 나올 1/2n의 확률에 2n을 곱해서 보상을 받게 된다. 즉 1/2×2달러, 1/4×4달러, 1/8×8달러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마다 상금의 기댓값은 1달러가 된다. 따라서 이 게임의 전체 기댓값은 1+1+1+1+… = 무한대가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을 통해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아이디어 두 가지를 재조명할 수 있다. 첫째, 주식시장의 실제 수익률 분포는 표준화된 금융 이론의 가정과 일치하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위험관리, 시장 효율성, 종목 선정 등의 작업을 할 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둘째, 성장주의 가치를 평가할 때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대박이 날 가능성이 있지만 확률이 낮은 종목에는 얼마를 지불해야 할까? 전례 없이 기업의 흥망성쇠가 빠른 요즘, 이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무엇이 정상인가?


인간이 만든 주식시장을 포함해 자연계의 많은 현상은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는다. 수많은 자연계 시스템에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더 작은 조각들이 수없이 존재하고, 크기가 다른 조각들의 모양이 닮았다. 일례로 나무는 커다란 줄기 하나와 작은 가지 다수로 구성되고, 작은 가지는 더 작은 가지들로 이루어지며, 이 작은 가지들은 큰 가지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렇게 반복되는 시스템을 프랙털(fractal)이라 부른다.


정규분포와 달리 프랙털 시스템에는 평균이라는 통계 수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 32.1은 정규분포와 프랙털 시스템을 비교한 것으로, 확률함수도 보여준다. 프랙털 시스템은 파워 법칙을 따른다.



금융시장 같은 프랙털 시스템에 정규분포 통계 기법을 적용하면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도 이론가와 실무자는 매일 이런 짓을 하고 있다. 정규분포와 프랙털 시스템은 확률과 보상 면에서 전혀 다르다.


프랙털 시스템에는 정규분포의 외곽, 즉 두꺼운 꼬리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희귀 사건들이 존재한다. 1987년에 일어난 주가 대폭락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주가는 하루에 20% 이상 급락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너무나도 희박해서 사실상 0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손실액은 자그마치 2조 달러가 넘었다.


주식시장의 수익률은 프랙털이 맞을까? 브누아 망델브로(Benoit B. Mandelbrot)는 시간 축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면, 즉 시간 눈금을 늘리거나 줄이면 수익률이 전형적인 프랙털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수익률은 작은 변동 다수와 함께 커다란 변동이 더러 나타났을 뿐 아니라, 시간 축의 눈금을 일간, 주간, 월간으로 늘리거나 줄여도 수익률 변동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는 금융시장의 시계열을 멀티 프랙털이라 불렀다. 시간 단위 조정 부분을 반영해 ‘멀티’를 덧붙인 것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은 성장주의 가치평가에도 중요한 통찰을 준다. "어떤 기업이 대박 가능성은 있지만 확률이 낮은 사업을 하고 있다면 이 기업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데이비드 듀런드(David Durand)는 1957년 “성장주와 페테르부르크의 역설(Growth Stocks and the Petersburg Paradox)”이라는 논문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평균회귀적인 발상으로 모형을 만들 때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이비드 듀런드 출처 구글 이미지]

1980~2006년 동안 기술주 2,000종목이 신규 상장되었지만 2조 달러 이상의 부를 창출한 기업은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소규모 이익을 낸 기업은 많았지만, 대박을 터뜨린 기업은 매우 드물었다. 급성장 시장에는 이러한 승자독식 경향이 뚜렷하므로, 부의 창출이 앞으로도 정규분포를 따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설은 수백 년이나 지난 문제지만 교훈은 여전히 생생하다. 희귀한 대박을 어떻게 챙기느냐가 투자의 최대 과제다. 불행하게도 기존 금융 이론에서는 아무런 답도 찾을 수 없다.


33장 도어맨의 망상 - 남의 말에 의존하면 투자위험이 커지는 이유


지난 100년간 과학계에서는 근본을 찾으려면 최대한 분해해서 자세하게 분석하라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부분이 전체를 구성하면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뻔히 보면서도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 스티븐 울프램(Stephen Wolfram), 《A New Kind of Science(새로운 종류의 과학)》


뉴턴을 넘어서


지난 수백 년간 많은 과학 업적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법칙에 기반해 달성되었다. 뉴턴의 세계는 기계적이다. 즉, 인과관계가 분명하며 보편적인 법칙을 따른다. 구성 요소를 충분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뉴턴의 세계에서 기본 원리는 환원주의다. 이 원리를 바탕으로 17~19세기에 놀라울 정도로 과학이 발전했다. 과학자 존 홀랜드(John Holland)는 “모든 자연과 세계는 분해해서 자세하게 분석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으므로, 작은 부분을 합치면 우리가 알고 싶은 전체를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원주의는 한계가 있다. 구성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 작용하면 구성 요소를 합쳐도 전체가 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상호 작용을 통해 전체 시스템이 움직이기 때문에, 구성 요소만 단순하게 들여다봐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의식을 심층 연구하는 뇌과학자 윌리엄 캘빈(William Calvin)은 의식을 이해하는 비결은 뇌과학이나 양자역학과 같은 기초과학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두뇌에는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층이 너무 많기 때문에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과 같은 기초 단계의 연구를 통해 단숨에 최상위 단계인 의식을 이해하겠다는 기대는 ‘도어맨의 망상(회사 빌딩의 도어맨이 자신도 조만간 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헛된 꿈을 꾸는 상태를 말한다.)’처럼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윌리엄 캘빈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도어맨의 망상’이 투자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주식시장이 서로 다른 투자자들의 상호 작용으로 작동되는 시스템이라면, 환원주의 논리에 따라 개별 투자자에게서 시장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투자자와 경영자들은 개별적인 부분에 너무 많은 주의를 기울이므로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시장 전망에 오류가 발생하면 잘못된 판단으로 이어져 가치를 파괴하게 된다.


복잡계처럼 작동하는 주식시장


복잡한(선형적으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시스템에는 중앙 집중적인 통제 방식이 맞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이런 시스템을 ‘복잡계’, 각 구성 요소를 ‘행위 주체’라 부른다. 복잡계는 집합(aggregation), 적응 결정 규칙(adaptive decision rules, 결정 규칙들은 최적화의 원칙에 따라 경쟁하다 가장 효율적인 것만 생존한다), 비선형성,  피드백 과정 등의 몇 가지 핵심적 특성과 메커니즘이 있다.


주식시장은 복잡계의 모든 특성을 지니고 있다. 투자 방식과 투자 기간이 각기 다르고(적응 결정 규칙) 투자자들이 서로 거래한다(집합). 그리고 두꺼운 꼬리에서의 가격 급변(비선형성)과 투자자의 상호 모방(피드백 과정)도 목격할 수 있다. 행위 주체에 기반하면 시장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경제 모형처럼 깔끔한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주식시장을 복잡계로 보는 투자자는 두 가지 인식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첫 번째 함정은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을 계속 탐색하는 행위다. 작은 변화들이 큰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임계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복잡계의 전형적 특성이다. 두 번째 함정은 시장 자체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개별 정보에 집착하는 행동이다.


34장 라플라스의 악마를 찾아서 - 시장에서의 인과관계의 역할


생물학자 루이스 월퍼트(Lewis Wolpert)는 '인과'라는 개념이 인간 진화의 기본적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원인이 불러올 잠재적 결과와 그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진화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원인과 언어, 사회적 상호 작용이 결합하면서 인간의 두뇌가 커지고 복잡해졌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려 한다. 심지어 없는 이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Gastrulation(낭배 형성)은 초기 발생 중 장래의 발생 운명을 결정짓는 대대적인 세포 이동 과정 출처 구글 이미지]

라플라스의 악마


200년 전, 과학계에는 결정주의가 만연했다. 뉴턴의 영향을 받은 과학자들은 시계처럼 예상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적 우주관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수학자 피에르 시몽 라플라스(Pierre Simon Laplace)는 《A Philosophical Essay on Probabilities(확률에 대한 철학적 고찰)》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라플라스와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어떤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 그는 일정 시점에 자연을 움직이는 모든 힘과 사물의 상호 위치를 알고 있다. 그가 이 모든 데이터를 분석할 만큼 막대한 능력이 있다면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과 극소의 원자까지도 하나의 공식으로 압축해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전지전능한 존재에게 불확실성이란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그가 예상하는 미래가 그의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오늘날 철학자와 과학자는 이 전지전능한 존재를 ‘라플라스의 악마’라 부른다. 과거, 현재, 미래를 정밀하게 계산해서 모두 구할 수 있다는 개념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만큼 우리가 인과관계에 경도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계에서는 이런 간단한 계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복잡계란 자기 조직 임계 현상 상태에 있는 시스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자기 조직’이란 리더가 없다는 의미다. 복잡계는 개별 구성 요소의 상호 작용으로 작동된다. ‘임계성’은 비선형적이라는 의미다.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진동(원인)의 크기는 결과와 항상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진동이 엄청나게 큰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인간은 인과관계에 집착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움직임도 늘 설명하려고 한다. 그래서 사후약방문 식의 엉터리 해석이 등장하기도 한다. 언론 대부분은 좌우 뇌를 구분해 실험한 환자처럼 결과에 대해 원인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떠들어대고, 이 그럴듯한 설명이 인과관계를 파악하고자 하는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기 때문에 우리는 선뜻 받아들인다.


투자 위험


투자자들은 시장이 왜 움직였는지 궁금해한다. 이런 설명에 집착하는 투자자들은 두 가지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첫 번째 함정은 우연히 발견된 것을 인과관계로 혼동하는 것이다. 두 번째 함정은 '정박 효과(anchoring effect)'다. 사람들은 사건을 설명할 때, 처음 들은 숫자나 이유를 강하게 믿는 경향이 있다.


인과관계를 밝히려는 인간의 타고난 욕구를 충족하기에 주식시장은 적당한 곳이 아니다. 시장의 움직임에 대해 투자자들이 명백한 이유를 알아내기는 어렵다. 조간신문에 실린 전날의 주식 시황은 그냥 재미로 보라. 결코 공부할 내용은 아니다.


35장 파워 법칙


지프의 법칙


하버드 대학 언어학자인 조지 지프(George K. Zipf)는 1930년대 몇몇 시스템에서 이런 관계를 찾아냈고, 그 결과를 명저 《Human Behavior and the Principle of Least Effort(인간 행동과 최소 노력의 원리)》에 정리했다.


과학자들이 지프의 법칙(Zipf’s law)이라 부르는 이 원리는 파워 법칙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언어의 파워 법칙은 매우 자주 등장하는 단어 몇 개와,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나는 단어 다수가 혼재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지프의 법칙과 저서 출처 구글 이미지]

파워 법칙은 소득 분배(파레토 법칙), 도시의 크기, 인터넷 트래픽, 기업의 크기, 주가 변동 등 사회 시스템에서도 나타나는 매우 중요한 법칙이다. 흔히 회자되는 ‘20 대 80의 법칙’에서도 파워 법칙을 이해할 수 있다.


파워 법칙을 알면 왜 투자에 도움이 될까? 첫째, 위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자기 조직 시스템에 어떤 규칙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표준 경제 이론으로는 이 같은 파워 법칙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없다.


파워를 잡아라


파워 법칙은 여러 면에서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첫 번째는 경제학자 롭 액스텔(Rob Axtell)이 발견한 기업 규모에 대한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장기적으로 파워 법칙을 따른다면, 개별 기업이 어디에 속할지 정확하게 알 수 없더라도, 기업들이 미래에 어떻게 분포할지는 예측할 수 있다.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가정을 더하면 어떤 기업이 특정 규모에 속할 확률도 추정할 수 있다.


인터넷을 이해할 때도 파워 법칙이 유용하다. 인터넷은 자기 조직 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다. 사이트당 링크 수, 사이트당 페이지 수, 사이트의 인기도 등이 파워 법칙을 따른다. 웹 이용도가 아주 높은 기업은 파워 법칙에 따라 예상치 못한 대박이 터질 가능성이 크다. 웹의 발달은 미래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데 유익할 수 있다.


파워 법칙은 여러 종류의 사회적, 생물학적, 물리학적 시스템을 설명하는 데 놀라운 정확성을 보여준다. 나아가 파워 법칙이 적용되는 많은 분야는 투자자의 이해관계와 직접 맞닿아 있다. 예리한 투자자라면 파워 법칙에 대한 남다른 직관으로 투자에 도움을 얻을 수 있다.


36장 숫자의 피라미드 - 기업 크기, 성장률, 그리고 가치


왜 커다란 동물은 많지 않은가


겉으로는 생물의 종(species), 도시, 기업의 크기와 빈도 분포에 공통점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들 모두 파워 법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로그 스케일로 그림을 그려보면 일직선을 이룬다. 파워 법칙을 따르는 시스템은 빈도수가 높은 작은 사건들과 빈도수가 낮은 큰 사건들로 구성된다. 그림 36.1은 이런 분포를 나란히 나타낸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의 찰스 엘튼(Charles Elton) 교수는 큰 동물들이 살아남는 데 작은 동물들을 필요로 한다는 통찰력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 자신보다 더 큰 동물을 먹잇감으로 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래서 동물은 몸집이 커질수록 그에 맞춰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추정했다.


[출처 구글 이미지]

그는 이 현상을 ‘숫자의 피라미드(Pyramid of Numbers)’라 불렀다. 몸집이 커다란 동물은 작은 동물보다 에너지의 원천이 더 희소하기 때문에 개체 수가 적다. 종의 분포가 파워 법칙을 따르는 것은 물리 법칙에 제약받는 동물들이 상호 작용한 자연스러운 결과다.


이 원리는 주식시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투자자들은 세 가지 이유로 파워 법칙의 분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첫째, 기업은 생물 종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생태적 지위가 있다. 현재의 지위를 고려하면 기업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통찰을 갖게 될 것이다.

둘째, 소기업보다 대기업의 성장률 변동이 더 적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있다. 성장률의 중간값은 전 영역에 걸쳐 꽤 안정적이지만 말이다. 대기업은 종종 성장률이 정체되므로, 투자자들의 기대 수준이 하향 조정되고 주가는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은 종종 과거의 성장을 보고 미래의 성장을 짐작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실망한다. 성장의 패턴을 이해하는 투자자라면 지나친 기대감이 초래하는 손실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적 지위를 찾아라


기업 규모와 성장률 분포를 연구함으로써 다음 네 가지 특징이 밝혀졌다.


1. 기업 규모 분포는 파워 법칙의 특별한 예인 지프의 법칙을 따른다

2.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률의 분산은 줄어든다

3. 대기업은 성장률이 종종 정체된다

4. 산업 대부분은 동일한 라이프사이클을 따른다


루이스 챈(Louis K. C. Chan), 제이슨 카세스키(Jason Karceski), 조셉 래코니쇼크는 이렇게 주장한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주가배수로는 미래의 성장률을 추정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가정해 과거 성장 데이터에만 초점을 맞춘다. 고성장을 기록한 기업은 높은 주가배수가 형성되고,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은 낮은 주가배수가 형성된다.


37장 투자 심리가 뒤바뀐 이야기


기술주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 까닭 중 하나는 파티가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는 맹신이다. 이발사 앨런(Allen) 씨가 자신 있게 말했다, “현 시장에 대한 내 믿음이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키프(O’Keefe) 씨도 거들었다. “30% 떨어져도 바로 반등할 겁니다.”

그는 덧붙였다. “얼마 전 주가가 내렸을 때 친구들이 전화해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추가 매수해.’”
– “기술주로 수다를 떨었더니 시골뜨기도 부자가 된다네”,〈월스트리트 저널〉, 2000년 3월 13일

63세의 이발사가 투덜거렸다. “주가가 100달러에서 곤두박질쳐 부도날 때까지 그들이 하는 말이라고는 ‘매수, 매수, 매수’가 전부였습니다. 이제는 그들이 아무리 권해도 주식에 손 댈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은 서로 아무도 믿지 않죠.”

더 이상 주식 투자를 하지 않기로 작정한 플린(Flynn) 씨는 월요일마다 코네티컷 근처 카지노로 차를 몰고 가 블랙잭과 포커 게임을 했다. 그는 이렇게 털어놓았다. “카지노에서 게임 하는 것이 주식 투자보다 더 나아요.”
– “주가 폭락이 시골 이발소에서조차 화젯거리로 떠오르다”,〈월스트리트 저널〉, 2002년 7월 8일

  

허시퍼피(Hush Puppies)는 따분해 보이고 크레이프(crepe) 깔창을 댄 스웨이드 신발인데, 1994년에 3만 켤레 정도 팔렸고, 한때 인기를 누렸지만 생산 중단을 검토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맨해튼 시내에서 갑자기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인기 모델은 1995년에 43만 켤레 팔렸고, 1996년에는 170만 켤레로 늘었다. 불과 몇 년 사이, 허시퍼피는 그저 그런 신발에서 멋쟁이라면 꼭 신어야 하는 신발로 변신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광고, 최근 프랜차이즈 매장 출처 구글 이미지]

허시퍼피 이야기는 주식시장에 어떤 도움이 될까? 둘 다 ‘감성(sentiment)’이 성과의 결정적 요인이라는 점이다. 허시퍼피의 인기를 만들어낸 메커니즘은, 투자자들로 하여금 극단적 낙관론과 극단적 비관론 사이를 왕복하게 하는 바로 이 감성이다.


시장에서 사용자들의 감성이 어떻게 정반대로 바뀌는지 이해하려면 독감, 정확하게 말해 독감의 전염 과정을 생각해보자. 직관적인 핵심 국면은 두 가지다. 첫째는 ‘생각이 얼마나 쉽게 전파되는가?’ 하는 전염의 정도다. 둘째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마주치는가?’ 하는 상호 작용의 정도다.


독감의 전염성이 매우 강하더라도, 감염자들 사이에 상호 작용이 많지 않다면 대규모 전염 사태는 없을 것이다. 상호 작용이 많더라도 전염성이 없으면 마찬가지다. 그러나 전염성이 높고 감염자들이 상호 작용을 많이 한다면 독감은 급속하게 확산된다.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시장에서는 가치 기준에 맞춰 주가가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주가에 맞춰 가치 기준을 수정한다.” 사람들은 원칙에 근거하지 않고 남의 행동에 영향을 받아 가치 기준을 정한다. 주가는 타인들과의 집단적 상호 작용을 반영한다. 그러나 영향을 받는 정도는 제각각이다.


미스터마켓


워런 버핏은 미스터 마켓의 가장 중요한 특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당신들이 보유한 사업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특성을 지니고 있더라도, 미스터 마켓이 제시하는 가격은 안정적이지 않을 것이다. 이 불운한 친구는 슬프게도 정서적 불치병에 걸려 있다. 어떤 때는 행복에 도취되어 사업의 좋은 점만 본다. 이때는 당신이 빼앗아 당장 큰 이득을 취할까 두려워하며 아주 높은 가격을 부른다. 기분이 매우 침체되었을 때는 사업이든 세상이든 모두 문제투성이라 생각해 매우 낮은 가격을 부른다. 당신이 문젯거리를 자신에게 떠맡길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진보하지 않는다


감정의 중심적 역할은 70년 전에 쓰인 그레이엄과 도드(David Dodd)의 《증권분석(Security Analysis)》 초판에 명백히 나온다. 아래는 1920년대 후반 지배했던 투자 심리에 대해 쓴 글이다.

[그레이엄과 도드, 저서 '증권분석' 출처 구글 이미지]
가격을 불문하고 우량 기업(블루칩)을 사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투자라는 ‘새 시대’의 교리가 등장했다. 도박 열풍에 굴복하는 것을 ‘투자’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합리화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영업권, 경영, 기대수익 창출 능력 등 가치를 이루는 무형 요소들이 최근 더 중요해진 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가치 요소들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수학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상당히 임의적이고 지배적 심리에 따라 가치 요소를 평가하는 기준이 큰 편차를 보인다는 약점이 있다.


자신의 견해를 유지하라


2000년 초반과 같이 시장이 어려울 때, 집단적 사고를 피하고 자신의 견해를 유지한 투자자들은 좋은 결과를 얻었다. 특히 역사를 되돌아보고 여러 시나리오를 조심스레 고려하면 참고할 만한 기대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워런 버핏은 투자자들이 감정에 휩싸이고 계량적 분석을 무시하기 쉽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투자자는 좋은 투자 대상인지 판별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시장에 팽배한 극단적 감정으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단절하는 능력을 덧붙인다면 성공을 거둘 수 있다.


38장 성공적인 주주가 되는 길 - 투자수익에서 자기친화성 찾기


자연은 가장 긴 실을 엮어서 만든 직물 패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각각의 작은 천 조각을 들여다보면 직물 전체의 구조를 밝혀낼 수 있다.
- 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
[리처드 파인만 출처 구글 이미지]

1940년대 후반, 〈라이프(Life)〉지는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이 ‘미국 제일의 현존 화가인지’ 공개적으로 질문함으로써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잭슨 폴락과 작품 출처 구글 이미지]

물리학자인 리처드 테일러(Richard Taylor)는 폴락의 그림에 담긴 미학적 매력을 이해하기 위해 수학의 세계에 의존했다. 그는 폴락의 그림이 무질서해 보이지만 기분 좋게도 프랙털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랙털이란 ‘각 부분으로 나누어진 것이 전체의 축소된 모양을 보여주는 기하학적 패턴’을 말한다. 회의주의자들의 비웃음에도 불구하고, 테일러는 프랙털 패턴이 물감을 떨어뜨린 불가피한 결과는 결코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프랙탈 도형의 예들 출처 구글 이미지]

프랙털이 자연에 흔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종종 자기 조직 시스템과 결부한다. 경제학은 대부분 자기 조직 시스템을 다루기 때문에, 경제 시스템 안에서도 프랙털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성공적인 주주가 되는 길


'자기친화성', 혹은 부분이 전체와 닮은 성질은 프랙털의 중요한 특성이다. 주가의 변화도 프랙털이다. 데이터들은 월간이든, 주간이든, 일간이든 모두 똑같다.


분석에 따르면, 투자수익과 자본비용 사이의 스프레드 분포는 국가, 산업, 그룹 회사, 개별 회사, 부서 등 다섯 가지 레벨에서 자기친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시각적 조사 방법으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다(그림 38.2 참조). 모든 레벨에서 가치가 창조되고 중립화되었다가 파괴되는 똑같은 양상을 띠었다.



이들의 분포는 투자자들에게 적어도 다음 다섯 가지 의미를 준다고 본다.


1. 수익성이 나쁜 이유를 고민하라: 라이프사이클상 초창기 기업은 투자가 활발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쁠지 모르지만 경제적 미래는 밝을 수 있다. 반대로 성숙한 기업의 수익이 형편없다면 경쟁력이 소진되고, 산업은 공급 초과로 몸살을 앓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2. 예상치 못한 실적 변화를 찾아라: 실적이 크게 개선된 기업이 평균 이하로 실적이 부진해진 기업보다 높은 투자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투자자들이 실적 변화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3. 수익성이 얼마나 지속될지 판단하라: 수익성은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힘이 강하게 작용한다. 경쟁 과정에서 초과수익이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알아보는 것은 필수다.


4. 전략이 중요하다: 기업 관점에서 전략이란 자본비용을 능가하는 수익을 창출하는 일련의 행동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전략이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을지 선택하는 과정이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려면 전략을 꼼꼼하게 평가하는 것이 필수다.


5. 임원이 어디서 근무하는가?: 남다르게 재능이 뛰어난 임원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임원을 어떻게 배치되는지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무질서하고 무작위적인 듯 보였지만, 더 좋은 데이터와 컴퓨터 기술을 통하면 나름 질서를 찾아낼 수 있다. 수익률 스프레드 분석을 해보면 자기친화성이 명백히 보이는데,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폴락의 팬이 되지는 않더라도, 이런 식의 관찰은 지적으로 흥미로울뿐더러 실용적인 면에서는 투자와도 관련이 있다.


[부록]


찰리 멍거처럼 정신적 격자 모형을 구축해 보자


일반적인 사고 개념 11개


1. 배제의 법칙

선택보다 회피를 고려함으로써 더 나은 해결책을 찾는 수가 종종 있다.


2. 확증 편향과 반증

뭔가를 원하면 그것을 믿거나 선택했기 때문이다. 확인을 통해 안도감을 얻으려 한다. 과학적 절차는 이와 정반대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거나 바능 가능성을 탐색하는 엄격함을 거친다.


3. 능력범위

결정을 내릴 때는 자신의 능력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4. 단순할수록 좋다(오컴의 면도날)

[오컴의 면도날]

다른 모든 요소가 동일할 때 가장 단순한 설명이 최선이라는 뜻의 철학 용어. "단순한 게 최고(The simple is the best)"라고도 할 수 있다.

14세기 영국의 논리학자이자 프란치스코회의 수도자였던 오컴의 윌리엄(William of Ockham)을 따서 나온 선택의 방법. 오컴의 면도날은 때로는 경제성의 원리(Principle of economy), 절약성의 원리(Principle of parsimony)라고도 불린다. 오컴의 저서에 나온 말을 옮기자면 "필요없이 복잡하게 만들지 말 것". 오컴이 이 원리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컴이 빈번히 사용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Truth is ever to be found in simplicity, and not in the multiplicity and confusion of things.(진리는 항상 단순함에서 발견되어야 하며, 다양성과 혼란에서 발견되어서는 안된다.)"
- 아이작 뉴턴


5. 자신의 어리석음을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라(핸런의 면도날)


6. 2차 효과

2차 효과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데도 불구하고 간과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효과가 또 다른 효과를 낳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7. 모형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8. 사고 실험

사고 실험이란 실제로 불가능한 것을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수행하는 실험이다. 직관과 논리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9. 미스터 마켓

벤저민 그레이엄은 주식시장을 어느 날은 유쾌했다가 다른 날엔 우울해하는 조울증에 걸린 친구로 비유했다. 투자자는 그가 우울할 때 싸게 매수하고, 그가 유쾌할 때 비싸게 매도하면 된다.


10. 확률론적 사고방식

인간의 세계는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정론적이기보다는 확률론적인 결과가 지배하는 곳이다.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는 알 수 있다.


11. 기본 상태

입증의 부담은 반박하는 쪽에 있다. 기회비용 및 시간과 노력의 제약을 감안하면 기본 상태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열역학 법칙과 자연선택의 법칙, 보상에 따른 편향 등이 예라고 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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