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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시 Nov 18. 2018

무지는 무지를 부른다 - 심리학으로 본 산이의 무지함

산이 <페미니스트>는 얼마나 무지하기에 이토록 자신만만한가

래퍼 산이가 신곡 '페미니스트'를 냈다.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의 무지에서 나오는 패기와, 발언을 했으니 소신 있는 것이리라 여기고 있을 자만심이 많이 안타까웠다.


무지에 대해서


심리학 연구 결과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무지할수록 자신이 무엇에 무지한지조차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성취와 능력을 높게 평가한다'


1999년, 심리학자 더닝과 크루거는 실험을 진행한다. 다양한 영역에서 수행을 한 뒤 수행결과를 스스로 예상해서 평가해보도록 하였다. 그 결과 능력이 높은 자는 자신의 수행결과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하는 반면, 능력이 없고 무지할수록 자신의 수행결과를 실제보다 높게 평가했다.


더닝-크루거 효과

왜일까? 모르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없을수록 자신이 다 안다고 착각한다.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자신이 모르는 게 이토록 많았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무지할수록 자신감 있게 먼훗날 이불킥할 발언을 '소신발언'으로 착각하고 내뱉는 사례도 생긴다.


어떤 래퍼의 무지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혹은 비난)에는 방법론에 대한 것과 페미니즘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있다. 전자가 주로 래디컬 페미니즘이 사용하는 방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후자는 '어차피 이미 평등하잖아'라고 여성이 받는 차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산이는 곡 '페미니스트'에서의 부정 방식으로 후자를 택했다. 이는 다음 가사에서 잘 드러난다.


"여자와 남자가 현시점 동등치 않단건 좀 이해 안돼 우리 할머니가 그럼 모르겠는데 지금의 너가 뭘 그리 불공평하게 자랐는데”


이는 단순히 방법론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여성이 받는 차별 그 자체를 부정한 것이다. 페미니즘이 '여성 일부'의 이야기라고 여기는 저 태도는 얼마나 무지한가. 인터넷에서 떠도는 남혐글만 읽고 열받아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일상 속의 여성들 모두가 정말 실제로 겪는 이야기에 조금이라도 귀기울였다면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곡을 발표하면서 산이가 발언한 "저는 여성을 혐오하지 않습니다. 혐오가 불씨가 되어 혐오가 조장되는 상황을 혐오합니다"라는 말은 얼마나 모순적인가. 여성을 혐오하지 않으면서 차별 자체를 무시해버리는 것은 "나는 여자를 좋아해, 하지만 가만히 좀 있었으면 좋겠다 평화로운 게 최고인데"라고 말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런 말은 불평등한 상태의 고착이 안정적 평등이라고 착각하는 이만 할 수 있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은 것에 기반해 상황을 판단한다. 그렇기에 누구든 치우칠 수밖에 없다. 그 상태에서 누군가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얻기 위해 타인의 말을 듣고 감정을 헤아리며, 그를 바탕으로 가치관을 세운다. 누군가는 자신이 보는 세계에만 갇혀 무지로 점철된 발언을 내뱉는다.


몇 년이 지나 혹시라도 그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게 된다면 이불킥할 게 분명한 이 노래와 발언은 이미 세상에 나와버렸고, 더 이상 그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다같이 부르기 힘들 거란 게 안타깝다. 내 주변의 남성들조차 '저런 식으로 생각없는 짓을 하니까 다른 남자들까지 더 욕먹는 것'이라며 한숨쉬게 만드는 그의 무지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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