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갭이어(Gap Year) 이야기
직장생활 10년을 마치고 부산에 내려와 맘 편하게 푹 쉬었다.
놀고먹고 쉬는 것도 한 3일만 좋았지 그 이후로는 마음이 편치 않고 뭔가 내 삶이 아까웠다.
그래서 얼른 계획을 세웠다. 원래부터 꿈꿔오던 안정적인 프리랜서 (디지털노마드형)가 되기 위한 계획이다.
물론 나는 작년부터 직장인에서 부업을 하다가 점차 프리랜서 길에 발을 담가왔었다.
하지만 그때는 별다른 준비 없이 그저 아는 인맥을 통해서만 들어온 일이라 나의 평생 커리어를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는 제대로 나에 대한 브랜딩, 영업, 마케팅, 기술개발 등이 필요하다. 1인 기업처럼...
브런치 글도 쓰고, 유튜브 콘셉트도 정하고, 그동안 작업해온 디자인 포폴도 업데이트하고... 할 거리는 참 많았다. 그런데 이 모든 일들은 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일이다.
즉, 그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고, 안 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진도가 팍팍 나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집중력도 떨어지고, 아침에 늦장 부리 기도 하고 집에 있으니 집안일도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일 하다 말고 남편의 저녁식사 거리에 집중하게 된다.
밖에 나가면 다 비용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절약하기 위해서 집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데,
아직 재택근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매일매일 허송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충분히 시간을 낭비하고 나서나 진짜 깨달았다. 집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나를 믿어보려고 했는데, 믿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사무실, 공유 오피스, 공방, 작업실 등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바로 집무실인 것이다.
내가 선택한 집무실은 바로 위워크 BIFC점 1인실이다. 위워크, 패파, 등등의 공유 오피스를 서울에서도 이용해 본적이 있다. 하지만 위워크는 내가 일할 때 가장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던 장소이다. 이곳의 인테리어와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여 나도 다시 정신 차리고 열심히 일했던 경험이 많다.
그리고 부산에는 다른 공유 오피스는 없고 위워크만 있다. 그중 주차시설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위워크 BIFC점이다. 나는 공항에 살기 때문에 무조건 차로 이동해야 하고 그러면 주차는 필수이다.
공방이나 작업실 같은 경우는 내가 프리랜서로 자리를 잡아서 장기로 이용할 경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보증금도 그렇고, 계약기간도, 부대시설 등도 사무실을 한 달만 우선 사용해보는 상황에서는 나를 환영해주는 곳이 없다.
코로나 방역, 화장실 위생, 키친, 주차, 프린터, 무선인터넷, 손님 초대, 점심끼리를 때울 다양한 식당, 영감을 주는 근처 유명한 카페 등을 큰 고민 없이 모두 만족시켜 주었다. 나의 작업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나름 리프레시와 힐링도 가능하기에 위워크 BIFC점 1인실을 선택했다.
월 이용료와 주차비를 합치면 대략 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매달 발생한다. 처음에는 돈 아깝다 생각하지 말고, 작년에 벌어놓은 돈을 쓰면서 나 자신을 위한 시간에 집중하기로 다짐했었다. 그러나 힘들게 모아놓은 돈을 쓰려니 이 또한 마음 한쪽이 쓰라리고 아팠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벌어보자는 생각으로 '탈잉'에 튜터로 가입했다. 우선 내 분야 (UX/UI)에서 잘 나가는 분들의 강의 소개를 읽어보고 그 외 다른 교육 플랫폼도 벤치마킹하여 3개의 과목을 선정했다. 원데이 클래스 2개와 2달 과정의 정규반 1개를 만들었다. "탈잉에 오는 타겟은 어떤 니즈가 있을까?" 내 생각에는 큰 부담 없이 개인과외를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지식만 전달하는 VOD/오프라인 강의로는 도움이 안 되고, 사용자의 학습 수준과 목표에 맞춰 맞춤형으로 진행해주는 과외 같은 방식을 선호할 것 같았다. 따라서 부담 없는 원데이 강의와 취업준비용 포폴이 필요한 포폴 정규반을 만들었다.
3개의 수업을 규정에 맞게 올렸더니 바로 탈잉 매니저에게 수락이 되어 판매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올리자마자 바로 반응이 있진 않았는데, 그래도 1주일에 1건 정도는 문의가 오고 원데이 수업도 진행되었다. 어차피 나는 디자인 작업과 강의 이 2가지 직무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탈잉 수업이 크게 부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수입이 많지는 않기 때문에 위워크 한 달 이용 후부터는 비용이 조금 아깝긴 했다. 그렇다고 취소하자니 너무 짧게 시도해보는 것 같아서 나의 결론은 '핫 데스크'로 변경하였다. 도서관처럼 여러 명이 모여있는 공간에 책상 하나는 지정해서 사용하는 방식인데, 이 공간에 사람이 항상 5% 정도밖에 오지 않아서 막 복잡하거나 붐비지 않았다. 이렇게 위워크 1인실에서 핫 데스크 지정석으로 낮추면서 비용 부담을 조금 줄였다.
나 홀로 누리는 집무실 이용 경험은 3개월로 종료되었다. 종료한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수업이 많이 들어오게 되면서 조금은 큰소리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데, 위워크에서는 강의를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주 2회 고정으로 수업이 있어 집무실 방문 횟수가 많이 줄 것 같아 모든 짐을 빼고 위워크 라이프를 끝냈다.
3개월이 짧다고 볼 수 있는데,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우선 프리랜서의 루틴을 만들 수 있던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서 책 읽고, 간단히 청소하고 쿠팡 로켓 프레시로 장을 본 후, 오전 10시까지 위워크로 출근해서 별일 없으면 오후 4시 반쯤 나왔다. 출퇴근 러시아워를 피하기 위함이다. 그럼 보통 6시간 정도 근무하는 건데, 그 6시간 동안 정말 집중해서 많은 것을 후루룩 해치웠다. 가끔 할 일이 많을 때에는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면서 밤 9시, 10시까지 일한 적도 있다. 늦게까지 해도 크게 피곤하지 않았다.
코로나라 그런지 내가 머무는 동안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용하고 좋았다.
직장인 10년 차에서 프리랜서로 첫 발을 내딛는 상황에 적당한 안정감과 소속감, 근무 분위기 조성, 적당한 긴장감을 주는 집무실은 만족할 만큼 도움이 되었다. 이제 집무실이 아닌 집에서도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