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
정말 오랜만에 조용한 시간에 글을 쓴다. 거꾸로 세워놓은 모래시계처럼 자유시간은 어찌나 빨리도 흘러가는지.... 어느새 딸아이가 잠든지 2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아이를 가지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기때문. 특히나 '절대 안정', '몸조심' 등의 상황이 있었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한가로이 글을 쓰기보다는 아이를 위한 내 컨디션 관리에 몰입했다. 임신 후기에는 몸이 너무나 무겁고 둔해서, 어서 아이를 낳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낳고 난 지금은 '뱃속에 있을때가 편하다'라는 선배맘들의 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물론 아이는 너무나 이쁘지만) 엄마된지 백일이 갓 지난 나는 아직 아이를 보는 것이 서툴고, 내 컨디션 관리도 미숙하다. 그러나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글로 남겨보고 싶단 생각에 노트북을 열어본다.
아이를 낳아 집에 데려온 첫날은 자신감에 넘쳤다. 몸도 점차 회복됨이 느껴지고 조리원에서 마지막 일주일은 거의 모자동실처럼 지내며 내 아이와 합을 맞췄다 생각했기에 잘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많이 했다. 사실 나는 임신중에도 육아를 잘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많았다. 인내심이 있는 편이고 교육이 적성에도 맞아, 아이를 기르는 일이 쉽진 않겠지만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거란 막연한 생각을 했다. 아이 때문에 내가 그것도 신생아를 앞에 두고 눈물 콧물 흘리며 양육을 하게될 줄은 몰랐다.
짧은 백일간의 육아를 회고해보니, 한 아이를 양육하는데 참 많은 사람의 정성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성장했으리라. 출산 직후, 드라마에서처럼 친정엄마의 얼굴을 보며 "엄마도 이렇게 아팠어? 고마워." 라는 멘트는 하지 못했다. 일단 몸이 너무 아팠고, 간호사의 지시를 듣느라 친정엄마가 분만실에 들어온 줄도 몰랐다. 아이가 거의 60일이 되기까지도 사실 '엄마가 나를 키우며 고생했겠구나'는 생각을 거의 하지 못했다. 이른바 '헬 육아'에 '독박 육아'가 결합되어있던 상태라, 내가 하루하루 죽을 것 같은데 '어머님 은혜'가 생각이 날리 없다. 백일즈음하고보니 그제야 틈틈 엄마 생각을 한다. 앞으로 더 많이 하게 되겠지.
사실, 얼마나 글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헬 육아'는 가까스로 벗어난 것 같기도 하지만 '독박 육아'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아이를 재우고 이것저것 집안일 하다 뻗어버리는 날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가면 아련하게 기억의 파편으로만 남을 이 시간을 기록해둔다면, 나에게도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도 훗날 의미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수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가볍게, 마음가는대로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