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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Jun 26. 2023

한 덩치 하는 여자의 드레스 고르기

태어나서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습니다. 드레스라...

어릴 때부터 우량아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그 이후로 항상 크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키도 크고 몸도 크고 발도 컸습니다. 그래서 남자를 소개받을 때도 나보다 컸으면 좋겠고, 덩치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남자친구는 저와 키가 비슷하고, 몸은 좋습니다. 다만 저를 들어 보겠다고 하면 그분의 허리에 무리가 될까 봐 괜히 무섭습니다.


결혼을 결정하고서 입으로만 다이어트를 하며 살은 거의 빠지지 않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둘이서 더 잘 먹고 다닙니다. 결혼 날짜 정하고 홈트를 5일 정도 따라 했을 뿐입니다. 오늘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습니다. 다이어트 식이라고 해놓고 야채를 많이 먹고 있네요. 코끼리도 채식동물인 건 아는데 먹는 즐거움이 큰 사람이라 어렵습니다. 다만 1년 넘게 주 3일 요가를 하고 있어 사람들이 몸매가 많이 다듬어졌다고 합니다. 몸무게는 음, 3킬로 빠졌을까요? 건강검진을 하니 20킬로를 빼라고 해서 좌절했습니다.


서두가 길었고 드레스를 고르러 친언니, 남자친구와 함께 갔습니다. 저는 홀 패키지를 선택하여 예식장에 준비된 드레스를 입기로 결정했습니다. 저렴하고, 한 번에 끝낼 수 있어 그렇게 했습니다. 7월에 스튜디오 촬영, 9월 본식을 앞두고 있어 동시에 정하기로 했습니다. 능숙한 직원분께서 옷장을 8개 여시며, 각 장에서 2벌씩 고르라 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용 3벌, 본식용 1벌을 고르며 8벌의 옷을 입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비즈가 화려하고 현란한 옷들이 한가득이라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아는 지인이 인터넷을 보며 신부들의 드레스를 미리 보고 가라고 했습니다. 제 눈에는 날씬하면 다 잘 어울리고, 뚱뚱하면 별로로만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장점인 가슴을 부각하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하하. 우리 언니는 10년 전 결혼 당시 시어머니와 함께 드레스를 고르러 가 언니의 의사는 전혀 없고 골라준 옷을 입어 아주 불만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가슴이 너무 커 입을 수 있는 옷이 별로 없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럴까 걱정되어 옷이 제발 맞기만을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직원 분이 요즘 임산부도 많고 해서 다양하게 드레스가 나오니 맘껏 고르라고 했습니다. 본인이 정확하게 입을 수 있는 여부를 말씀해 주신다고 하면서 절대 상처받지 말라고 했습니다.  촬영 때는 전문작가님과 이모님, 포토샵이 있으니 드레스를 고를 때 사이즈, 살 생각 말고 디자인만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키도 크고, 배도 별로 안 나오고, 가슴도 적당해 옷이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고심 끝에 8벌을 고르고 입었습니다. 중간에 안 올라가는 옷이 있었는데,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가져와서 입어 보았습니다. 3면으로 둘러싸인 거울을 보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옷이 화려하고 하체를 가려주니 마음도 편했습니다. 의외로 벨라인 보다 머메이드가 더 날씬해 보였습니다. 남자친구와 언니가 예쁘다고 말해줘 더 기분이 좋았습니다. 요즘 드레스는 가슴골이 훤히 보이고, 비즈가 아주 화려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본식은 저도 비슷한 것을 골랐네요. 추가금이 붙지 않는 옷 중에 제 치수가 없다고 하여 좀 슬펐지만, 신상이 확실히 예뻐 보였습니다. 직원 분이 신상 드레스 중에 핏을 보고 싶다며 제게 입어보라고 해서 다양하게 입어보았습니다. 하나같이 다 예뻐서 고르기 힘들었습니다. 고심 끝에 골랐더니 직원 분도 잘 골랐다며 잘 어울린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주변에 사진 찍어 보냈더니 제가 고른 옷이 제일 잘 어울린다고 했습니다. 데헷


부모님께도 사진을 찍어 보내드렸습니다. 모두들 웨딩드레스를 입으니 정말 실감이 나시나 봅니다. 드레스를 입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자극이 더욱 되어 돈가스를 사 먹었습니다. 하하.


드레스는 여자를 더욱더 예쁘게 보이는 마법의 옷입니다. 괜히 겁먹지 맙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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