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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Jun 29. 2023

허가받은 돈지랄의 시기를 즐기는 방법

이러려고 그동안 내가 그렇게 모았나 봐요. ㅎㅎ

결혼을 앞두고 서로 경제 사정을 공개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생각보다 많이 모았더군요. 저는 엄마가 관리를 하고 계셔서 정확한 금액을 잘 모릅니다. 대충 얼마? 정도 있겠거니만 가늠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비상금과 이것저것 있어서 결혼에 대해 가늠이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초반부터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놓고 넉넉하게 돈을 넣어놔 그걸로 결혼 준비를 하자고 했습니다. 웨딩홀, 한복, 신혼여행은 반반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집은 남자친구가 전세자금을 준비하기로 했고, 저는 혼수를 하는 걸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필요한 것만 간단히 준비하고 쓸데없는 데에 돈을 쓰지 말기로 했지요. 가전, 가구, 집에 들어가는 것은 제가 알아서 하고 있는데 이게 수백만 원, 천만 원 단위로 돈이 나가니 돈 개념이 없어지네요.


한복, 그릇, 이불, 정장은 광장시장에서 온누리 상품권 할인도 받아 저렴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가전과 가구는 참 비싸네요. 가전은 LG라는 생각으로 맘대로 견적 뽑았더니 2천만 원이 넘어서 꼭 필요한 것만 하고 선택할 것은 나중에 필요하면 사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는 기회가 되면 만나자. 또 가구는 제가 엔틱을 하고 싶어서 봤더니 개당 수백이네요. 다행히 마석지구에 폐점을 앞둔 엔틱 가구점에서 저렴하게 산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하하 친언니가 사놓고 안 쓰는 엔틱 식탁을 공짜로 받기로 해서 의자를 알아봤는데. 개당 50만 원 현실인가. 천연 가죽 말고 인조가죽으로 사야겠습니다. 그건 개당 20만 원입니다.


신혼이니깐 좋은 걸로 사라, 아기 낳고 이사 다니면 고장 나니 싼 걸로 사라 등 많은 의견이 있으신데, 저는 처음 독립하는 거고 맘에 드는 것을 돈 좀 주고 오래오래 썼으면 좋겠습니다. 막상 가서 만져보고, 눈으로 확인하면 비싼 게 소리도 화질도 다르더군요. 사라사라병이 있으면 사야지 낫고, 추가추가병은 추가금을 추가해야 하고, 보태 보태 병은 쫌만 더 보태서 좋은 걸 사라는 말이랍니다. 저도 보태보태 병에 걸려서 지금 계속 보태고 있습니다.


반지도 다이아몬드 6부로 했습니다. 다이아몬드 가격은 내렸지만, 금값이 올랐다고 하는 클수록 예쁘더군요. 큰 알 때문에 언제 낄지 모르겠지만, 전 그래도 액세서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니 아끼며 소중히 끼려고 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열심히 돈 모은 게 지금 쓰려고 하나 봅니다. 결혼할 때 좋은 거, 비싼 거를 덜컥 사고 나중에는 눈치 보이고 비싸서 못 산다고 하더군요. 지금도 약간의 할부와 카드를 만들며 마구마구 사고 있습니다. 엄마도 그동안 열심히 모았으니 맘에 드는 거 고민 말고 사라고 응원해 주십니다.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는 왜 사냐고 하시면서...) 이제 거의 큰 것들을 다 샀습니다. 내 맘에 드는 걸 사서 기대돼요. 미니멀라이프를 꿈꿨는데 작은 집에 아주 많은 것들이 있을 예정입니다.


남들은 하루뿐인 결혼식에도 많은 것을 추가하시던데, DVD 스냅, 아이폰 스냅, 헤어 변형 등등. 저는 결혼식보다 신혼여행과 신혼집이 기대됩니다. 어서 이 시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돈을 단시간에 많은 금액을 쓰는 건 처음이네요.


다행인건 지금까지 남자친구랑 한번도 안싸워서 다행입니다. 제 의견을 잘 들어주고 서로 생각이 잘 통해서 좋아요. 지금 만큼만 사이 좋게 계속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시기를 즐기며 감사하고 잘 기억해야겠습니다.


<쇼핑 목록> 은 대충 이정도 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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