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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 Jul 24. 2023

웨딩촬영하는 날. 공주놀이 하는 날.

의외로 재미있는 웨딩촬영..

드디어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 보던 웨딩촬영날이 다가왔습니다. 4개월 전에 집과 예식장과 가장 가까운 곳을 정했는데, 롯데타워뷰가 유명해 외국인도 오고 지방에서도 올라오는 핫 플레이스였습니다. 미리 예약하고 싶었으나 인기가 상당한 곳이라 결국 7월 20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남자친구의 부서가 변경되어 그날이 인사 발령 날이라는 비극적인 소식이 들렸습니다. 게다가 서무주임 자리라 발령 날 더 바쁠 예정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남자친구는 최대한 늦게 메이크업실에 오는 걸로 했습니다.

스드메를 예식장에서 하는 걸로 예약해, 스튜디오만 가을스튜디오로 이동하고 나머지는 예식장에서 준비했습니다. 예식장에서 하얀 드레스 3벌을 준비하고, 메이크업실에서 화장하고 남자 친구 차로 스튜디오에 가기로 했습니다. 야경 맛집이라고 하여 야경도 찍기로 결정했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유색 드레스, 빈티지 드레스 각각 한 벌과 미리 준비해 간 한복도 가져가니 7벌이나 입어야 하더라고요. 커플티도 준비하래서 검정 셔츠를 준비했는데 7벌도 많다고 해 커플셔츠는 입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만 남자친구는 예식장에서 빌린 검정 턱시도와 새로 맞춘 남색 정장으로 2벌뿐이라 걱정했는데, 신부 옷만 중요하지 신랑 옷은 전혀 중요치 않다고 하더군요. 하하


7월 20일 11시 30분까지 저 혼자 예식장에 갔습니다. 갈아입기 편한 남방에 편한 슬러퍼를 신고 갔습니다.  저녁까지 먹을 시간이 없을 거 같아 삶은 달걀 3알과 우유 한잔을 마셨습니다. 다이어트는 못했습니다. 스튜디오 촬영은 포토샵이 알아서 해준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아주 덥습니다. 땀을 흘리며 걸어서 10분 거리의 예식장에 갔습니다. 메이크업 선생님께서 땀을 식혀 주시고는 헤어피스를 붙이고, 고데기로 머리를 말아주시며, 속눈썹을 붙이고 파운데이션과 여러 가지 크림을 마구 발라주십니다. 피부는 점점 하얘지고 눈이 커집니다. 남자친구는 1시에 오기로 했는데, 시간이 되어도 연락이 없습니다. 30분 늦은 시간에 왔습니다. 사실 스튜디오를 3시에 예약해 놨는데 왜 그렇게 일찍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시키는 대로 했고, 스튜디오에는 2시 30분에 도착했습니다. 송파나루역에 2개의 큰 건물이 가을 스튜디오였습니다.


남자친구와 헬퍼분, 사진 찍는 거 도와주러 친언니랑 넷이서 대기실을 배정받아 갔더니 사람이 참 많습니다. 기본 4명씩 짝을 이뤄 예신, 예랑, 헬퍼, 사진작가님들이 그룹으로 이동합니다. 다들 진한 화장에 드레스가 환합니다. 결혼을 하기 위한, 예뻐 보이기 위한 날이라 그런지 다들 약간의 흥분되고 행복해 보입니다.


제가 택한 스튜디오는 인터넷에 가을스튜디오라고 치면 배경은 동일하고 사람만 바뀌어 있습니다. 클로즈업을 별로 하지 않고, 배경 위주의 촬영장소라 부담 없었습니다. 남자 친구와 저는 사진 찍는 것이 어색해 단독샷은 적게 하고 둘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7월은 아무래도 스튜디오 비수기라 사람이 적은 편이라고 하셨습니다. 4층이 대기실이었는데, 3층, 5층, 옥상에 다양한 배경이 있었습니다. 결혼 관련 카페나 인터넷을 통해 미리 본 장소들이라 익숙했습니다.


작가님의 능숙한 안내에 따라 헬퍼님과 가지고 온 옷과 배경을 맞춰주시더라고요. 저는 시키는 대로 시선, 손동작, 표정, 얼굴 각도를 조정하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참 쉽죠! 사람들이 옷을 많이 조여서 힘들다고 했는데, 막상 예쁜 옷을 입고 사진을 찍으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남자친구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고, 언제 또 이런 걸 해보나 생각하며 따라 찍다 보니 순식간에 촬영이 끝났습니다. 3시부터 6시까지 촬영을 마치고 야간 추가 촬영은 8시 정도에 오라고 하더라고요. 근처 카페에 언니랑 남자 친구랑 같이 가서 카페인과 당을 섭취하니 좀 더 편해졌습니다. 근처 회사에 있는 동기가 샌드위치도 사줘 아주 감사했네요.


7시 50분 정도에 다시 스튜디오로 갔더니 4개 팀이 기다리고 있다며 성수기에 비해 줄이 적은 편이라고 합니다. 롯데타워 야경에 맞춰 다들 슥슥 촬영을 마치고 내려오니 우리도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낮에는 더워서 땀이 뻘뻘 났는데 밤이 되니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역시 익숙한 배경에 한결 편해진 동작으로 사진을 다 찍고 나니 다 끝났다고 합니다. 허리도 아프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다 끝나고 집에 가니 10시가 넘었습니다. 오늘은 힘들게 고생했으니 집에 가 남자친구와 샌드위치를 먹었습니다. 언니가 찍은 사진이 너무 잘 나와서 사진도 기대됩니다. 몇몇 친구들은 스튜디오 촬영은 필요 없다고 힘들다고 했는데, 막상 해보니 별거 없고 재미있네요.


이제 큰 이벤트는 다 끝내고 본식만 남았네요.  유후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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