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너무 쉽게 했습니다.
임신, 출산이 제일 쉬었네요. 다만 육아는 마라맛입니다.
용용이가 태어났습니다. 2024년 6월 9일 5시 19분 3.365kg으로 건강하게 출산했습니다. 이전에 불혹을 넘긴 나이에 쉽게 자연임신하여 놀랐는데 출산도 참 쉬웠습니다.
임신 기간 동안 입덧도 별로 없고,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습니다. 9kg 정도 살이 쪄서 산부인과 선생님께 칭찬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출산 방법에 대해 고르라고 하여 자연분만인가 선택제왕인가 고민하다 내진 후에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36주에 내진 결과 산모의 골반 상태는 좋으나 노산이고 태아가 커 제왕을 유도하셔서 39주 0일에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회사에 4개월 만에 복직해야 하는 상황이라 최대한 출산 직전까지 회사에 가고 아기와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36주 정도가 되자 몸이 무겁긴 했지만 2시간 모성보호시간도 쓸 수 있어 회사에 다닐만했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임신 출산 교육도 야무지게 들으며 출산을 준비했지요.
그러던 37주 2일 한 밤 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남편과 다음 주부터는 아기와 함께하는 생활이 시작되니 늘어지게 늦잠도 자고, 토마토 파스타도 해 먹고 청소 빨래를 하며 여유로운 토요일을 보냈습니다.
10시쯤 자려고 누웠는데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진통, 진진통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진통을 전혀 느껴본 적이 없어 이게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차라리 잠이나 어서 자자고 생각해 누웠는데 생리통처럼 배가 아파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맘카페를 통해 알아보니 핸드폰 검색 가능하면 가진통, 아니면 진진통이라는데 생리통보다는 아프고 핸드폰 검색도 할만해 이게 뭔가 싶었습니다. 남편은 티브이 보다, 잘 자더라고요. 부리나케 진통 어플을 설치하고 진통 시간을 입력했습니다. 심하게 아프지는 않지만 진통 시간이 짧아지면서 어플에서는 병원에 가보라고 알림이 뜨더군요. 결국 새벽 3시 14분이 되어 산부인과에 전화했습니다. 어차피 그다음 주에 수술을 예약해 놨으니 병원에 오면 출산 가능하다고 저에게 적의 판단 하라고 하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출산에 대해 준비를 아무것도 안 해놨거든요. 출산 가방도 천천히 싸려고 구매용품, 당근용품이 방에 차곡차곡 쌓여만 있었습니다. 우선 생각해 보겠다고 산부인과의 전화를 끊고 화장실에 갔는데 3시 20분에 양수가 터졌습니다. 뭔가 왈칵 쏟아졌지만 이게 양수인지 또 헷갈렸습니다. 양이 많지는 않았거든요. 3시 22분에 다시 산부인과에 전화하니 당장 병원에 오라고 합니다. 3시 24분에 출발하여 4시에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길에 엄마에게도 전화를 했습니다. 병원에 가 검사를 하니 양수 맞다고 긴급 수술을 준비한다고 하십니다. 5시부터 수술을 시작해 5시 19분에 용용이를 낳았습니다.
출산의 고통을 아주 많이 들었는데 5시간의 진통과 19분 만의 수술은 의외로 괜찮습니다. 아기가 엄청 이쁜지 모르겠고, 눈물도 안 나고 그냥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강한지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나는 건강하구나 다시 한번 실감했을 뿐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마취 풀리면서 화장실 가고, 걷는 모습을 보면서 남편도 놀랍니다. 형님들은 수술하고 엄청 울고, 힘들어하셨다는데 저는 배 당기고 좀 많이 부은 느낌일 뿐입니다. 살도 전혀 안 빠져서 배만 좀 약간 들어가 출산 전후 차이를 모르겠더군요. 산부인과에 손님들도 많이 와 맞이하는데 꽤 바빴습니다. 모유수유도 한다니깐 신생아실에서 콜도 하루에 10번 정도 부른 거 같습니다. 퇴원하는 날 조금 어지러워지고 코에 피딱지가 있더군요.
그렇게 67일이 지났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쉬웠는데 육아는 참 어렵습니다. 친정부모님과 남편이 함께 애를 보는데도 아기는 무겁고, 웁니다. 살은 빠지지 않고 몸은 뻗뻗합니다. 산후 마사지도 받았는데 몸은 그대로네요. 이제 한 달 후면 복직인데 걱정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