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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lee Oct 25. 2016

미국 일상 체험 2. 우버와 크롬캐스트

구글의 힘

앞선 두 번의 LA 방문 덕분에 많은 것이 꽤나 익숙했던 나는 'LA보다 서울이 훨씬 최첨단이다.'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누나와 매형도 서울에 올 때마다 새로운 것들에 깜짝깜짝 놀라며 '우린 LA 촌동네에서 왔어.'라는 농담을 하곤 했었다.


구수한 느낌이 나는 한인 타운의 간판들과 나무 전봇대를 다시 한번 감상하며 'LA 여전하네~'라는 생각을 하던 차, LA에서 만난 신문물이 두 가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우버(Uber)와 크롬캐스트(Chromcast)였다.


1. 우버(Uber)

해외여행 조금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익숙할만한 우버는 택시와 유사한 개념으로, 운전자가 본인의 자가용을 이용하여 택시 운전을 하는 개념이다. 구글의 투자를 받아 2010년에 만들어진 우버라는 회사에 운전자 등록을 한 뒤, 우버 어플을 통해 손님의 콜을 연결받아 운행을 하는 게 기본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카카오 택시'와 거의 비슷한 개념이지만, 택시가 아닌 개인의 자가용을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국내에는 택시 회사들의 반발로 인해 도입이 안되었고, 고급 렌터카를 이용하는 우버 블랙 서비스만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 'Lyft'라는 경쟁 회사도 있다.)


우버는 나의 미국 생활에서의 '다리'와도 같은 존재였다. LA의 대중교통은 조금 위험하다는 선입견이 있었고, 미국에 12년째 살고 있는 누나는  'LA에서 버스랑 지하철 한 번도 안 타봤어.'라고 이야기할 만큼 LA 거주자들도 꺼리는 게 LA의 대중교통이었다. 그래서 나 홀로 어딘가를 이동할 땐 늘 우버를 이용했다.


우버의 요금은 택시의 60~70% 수준이라고들 한다. 나는 우버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풀(Pool)'을 늘 선택했다. 우리나라 택시로 치면 합승의 개념이다. 나의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근처 지역의 풀 요청이 오면 다른 승객을 태우러 가기 때문에 운행거리와 시간은 조금 증가하게 되지만, 대신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국내 지방 도시에서 가끔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합승 시 요금을 별로 깎아주지 않던 것 생각하면, 우버 풀은 왠지 이득을 보는 느낌이 들게 했다.


우버 사용을 하며 가장 놀라웠던 건 요금 자동 계산과 결제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같은 거리라도 시간대 및 교통 현황에 따라 다른 가격이 책정되었고, 이 요금들은 모두 어플에 등록되어 있는 신용카드로 자동 계산이 된다는 게 큰 장점이었다. 동남아 국가들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이뤄지는 요금 흥정(결국 동남아가 훨씬 싸긴 하지만)이나, 우리나라에서 겪을 수 있는 요금 바가지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목적지, 요금, 결제 등이 어플로 모두 자동 진행되기에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별 걱정 없이 탈 수 있는 것 또한 장점이다.


우버 운전자들과의 대화는 또 다른 이득이자 즐거움이었다. 전혀 다른 세상의 사람들과 접해볼 수 있는, 과장 조금 섞어 여행의 축소판이라고나 할까. 내가 얹혀살던 누나와 매형의 집은 LA의 글렌데일(Glendale)이라는 지역에 있었다. 그 근처에는 아르메니아 출신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있었는데, 그 덕분에 아르메니아 출신의 우버 운전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요르단, 온두라스, 멕시코 등의 나라들에서 온 운전자들 또한 만났는데, 이 나라들 출신의 운전자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공통적인 이주 사유는 '자국에선 돈을 벌 기회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온두라스 출신의 한 운전자는 나에게 '온두라스엔 회사가 별로 없다. 한국엔 회사가 많이 있느냐?'라는 질문을 했고, '그렇다.'는 대답을 했다. 왜냐하면 그가 들고 있는 휴대폰이 삼성 제품이었고, LA에서 미국, 일본 다음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차들이 한국 자동차 회사의 차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밖에 할 수 없었다. 회사가 많다고 대답하면서도 문득 '그럼 도대체 우리나라는 왜 늘 취업난에 허덕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르메니아 출신의 한 운전자는 '골드 스타(Gold Star)'를 안다며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나도 어릴 적에만 보았던 LG의 전신을 도대체 아르메니아 사람이 어떻게 아나 싶기도 했지만, 그만큼 국내의 기업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활약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가정에 대해 소개하며, 자녀가 6명이 있고 딸아이의 의대 공부를 위해 이주해 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우버 운전의 장점을 소개했고 나중에 할 것 없으면 연락을 취하라는 뉘앙스의 말을 계속했다.


아르메니아 운전자가 나에게 계속 연락하라고 이야기했던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우버의 운전자 모집 방식이 일종의 '다단계'와 같은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매형이 어느 날 우버를 타고 집에 들어온 뒤 나와 누나에게 그날 탄 우버 운전자와의 대화를 들려주었는데, 'Uber changed my life.'라는 말을 하며 매형에게 우버 운전자 등록을 권유했다는 것이다. 매형은 '저 말은 내가 20대 때 다단계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야.'라고 이야기하며, 우버가 급속도로 퍼진 이유를 알겠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우버의 운전자 등록은 기존 우버 운전자의 추천으로 인해 가능하다고 하며, 신규 가입 운전자가 2개월 동안 우버 어플을 사용하면 추천인은 일종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매형은 나에게 '나중에 정 할 거 없으면 미국 와서 씨빅(혼다 Civic) 같은 차 하나 렌트해서 우버라도 해. 그리고 내가 네 추천받아서 밑으로 들어가 줄게.' 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매형이 내게 이런 농담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곳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어.'라는 말을 평소에 자주 했기 때문일 것이다. 설령 직업에 귀천이 있을지라도, 한국보다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남들의 시선을 덜 신경 쓴다는 이야기이고, 이러한 마인드는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조금이라도 여유를 더 갖게 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에서는 퇴사 의지가 남들의 시선 때문에 꺾이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본다. 퇴사 후 더 적은 연봉의 일을 하게 될까 봐, 더 이름 없는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까 봐, 더 험하고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게 될까 봐 등등의 걱정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의 자존심이나 생계의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남들의 시선을 생각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 나가서 잘된 사람을 별로 본 적이 없어.'라는 회사 선배들의 말을 수없이 들었던 나는, 나가서 잘됐다, 못됐다의 기준이 결국엔 돈이라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비교당하거나 평가절하되는 시선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큰 장벽처럼 느껴지기도 했었다. 이러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것이 어려울 때 사람들은 타국에서의 삶을 우선적으로 찾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언어의 장벽, 문화의 차이 그리고 인종 차별 등이 그 뒤에 버티고 있다 할지라도 말이다.


우버 탑승은 위에 주저리주저리 써 놓은 많은 생각들을 할 기회도 줬지만, 영어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매형, 누나와 함께 다닐 땐, 매형이 주로 영어를 했기에 내가 영어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나보다 더 유창한 사람 앞에서 영어를 해 본다는 것 자체가 쑥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우버 운전자와 단 둘이 있을 땐 부끄러움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비록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는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North? South?'를 꼭 이어 물었고, 김정은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우리가 트럼프를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출신, 이민 사유, 가족 사항 및 LA의 삶에 대한 대화를 주로 많이 나눴다. 중간중간에 'Sorry?' 가득한 대화였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았던, 웃음 가득한 대화였는데, 서툰 영어라도 부끄러움만 제거한다면 즐거운 대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물론 다른 사람 한 명만 끼게 되면 부끄러움은 다시 내 말문을 막았지만.


2. 크롬캐스트(Chromecast)

불과 1년 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누나는 TV에 노트북을 연결하여 국내 방송을 시청했다. 그런데 요즘엔 '크롬캐스트(Chromecast)'란 것을 이용한다며, 내 휴대폰에도 어플을 설치하라고 하는 것이다. 어플에 대한 대강의 설명을 들은 나는 '미러링(Mirroring : 휴대폰의 화면을 TV로 송출하는 것)'으로 이해했는데, 크롬캐스트는 휴대폰으로 실행한 실시간 방송 화면을 TV로 송출시킨 후, 휴대폰으로 다른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TV USB 포트에 꽂는 어댑터(35달러 수준)와 와이 파이만 있으면 가능했다.


2013년 7월에 미국에서 발표된 크롬캐스트는 2014년 5월 SK네트웍스에 의해 우리나라에 출시되었다. 우리나라는 워낙에 IP TV가 잘 정착되어 있고, 초고속 인터넷을 통한 다운로드가 성행하기에 크롬캐스트와 같은 스트리밍 관련 아이템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국에선 2014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스트리밍 기기이다.


크롬캐스트는 가까운 미래에 아마존에서 직접 출시한 '파이어 스틱(Fire TV Stick)'이란 기기에 밀릴 운명이 될지도 모르지만(아마존에서 구글 크롬캐스트, 애플 TV는 취급하지 않겠다고 발표), 내가 크롬캐스트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건, '또 구글이야?'였다.


내가 많이 이용했던 우버는 구글 맵을 이용 했으며, 집에서 봤던 TV는 구글 크롬캐스트의 힘을 빌렸었다. 매립형 내비게이션이 없는 차의 경우는 대부분 구글 맵의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했다(한국에선 사용 불가). 스마트폰의 절반 정도는 안드로이드를 OS로 하는 기기이다. 도로에서도 안방에서도 손 안에서도 구글을 계속 이용하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구글의 세상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전 세계를 뒤집어 놨다고 하지만, 휴대폰, 노트북 이외의 영역은 쉽게 넘보지 못하는 반면, 그 뒤집힌 세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건 구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미국에서의 일상은 구글 안에서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구글의 크롬캐스트를 이용하여 가장 많이 보던 것들은 한국의 예능들이었다. 온디맨드(ondemand)라는 사이트를 이용해 당시의 한국 방송들을 바로바로 접할 수 있었고, 유튜브를 통해 기존에 있던 방송 영상들을 볼 수 있었다(한국에선 국내 방송들의 유튜브 서비스가 종료되었지만, 미국에선 계속 사용 가능). 미국에 있으면서도 한국과 멀지 않은 생활을 했다고 할까? 예전만 해도 미국에서 한국 TV 프로그램을 보려면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를 빌렸다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말이다. 지금은 한국 방송이 실시간으로 업로드 완료되는 데에 3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발달된 기술 덕분에,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예능 보며 풀던 한국에서의 생활을 미국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로 인해 영어는 더디게 늘겠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장치가 하나라도 더 있기에 적응이 더 쉬울 것 같았다. 결국 구글의 힘은, 내가 미국 생활에 조금이라도 쉽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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