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뻔한(?) 성공 전략
압박 문화
앞서 다뤄본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의 인터넷 빅테크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다양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성공 전략도 보이고, 더불어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눈에 들어오는데 찐 제조 기업들은 그런 눈에 띄는 팬시한 스토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즉, 왕도가 없는 뻔한 길이지만 그 길을 얼마만큼 착실하게 잘 걸어갔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중 투자와 성과 압박 문화
- 남들보다 앞은 내다본 R&D 투자
- 이를 통한 기술력 제고와 비용 절감
- 기업별 상황에 맞는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서
어떻게 시장을 선점하고 운용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된 분석이 될 수 밖에 없어서, 조금은 재미가 없는 듯 하지만 어쩔 수 있나.
위에서도 누차 화웨이의 연구개발에 대해 강조했지만 화웨이의 지금까지의 성공의 가장 큰 비결을 살펴보자면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별도로 강조할 수 밖에 없다.
특이한 점은 1998년 런정페이의 주도로 만들어진 '화웨이 기본법'에 화웨이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고 명문화시킴으로서 연구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것 저것 다 제한 영업이익액의 10%가 아니 그냥 매출액의 10% 이상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화웨이 기본법에 따라서 매년 매출의 10% 이상의 금액이 연구개발에 투자되고 있다.
2012년 매출액의 13.7%인 301억 위안(약 48억 달러),
2013년 매출액의 12.9%인 319억 위안(약 51억 달러),
2014년 매출액의 14.2%인 408억 위안(약 65억 달러),
2015년 매출액의 15.1%인 596억 위안(약 92억 달러),
그리고
2019년 매출액의 15.3%인 1317억 위안(193억 달러)으로 매년 꾸준한 투자를 보여주고 있다.
연구개발에는 물론 자금 투자뿐 아니라 2020년 기준 전 화웨이의 19.4만여명의 직원 중 연구개발 인력이 약 9만명으로 전체 인력의 45% 이상 종사하고 있다
여기 선전 화웨이 본사에 근무하는 5만 여 명은 대부분 연구원이라고 한다. 중국에만 이런 연구개발센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스웨덴, 독일, 인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중이며 직원 중 1/3은 외국인으로 연구개발로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이 많은 직원들의 평균 나이가 30대 초중반에 불과하다는 것도 화웨이의 연구개발 능력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또한 화웨이의 다른 기업들과 연구개발에 있어서 다른 점은 타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보다는 화웨이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한 내재적인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한다는 모습이다.
이런 물불 안가리는 엄청난 금액과 인력의 투입은 매출과 특허라는 실질적 성과로 고스란히 돌아왔다.
화웨이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1992년 1억 위안,
2001년 225억 위안,
2010년 1,852억 위안(약 286억 달러),
2019년 8,588억 위안(약 1327억 달러)으로
창립 후 수 천 배로 성장했으며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2010년과 비교해도 4배 이상으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매출액이 증가한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렇게 큰 기업이 매년 20% 이상씩 성장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2019년 기준으로 특허를 살펴보면 화웨이와 관계사를 포함한 화웨이의 특허는 총 9.3만 건에 달한다. 그 중 미국에 등록된 특허는 1.7만건에 달하며 이는 화웨이의 업력이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건수 면에서는 다른 업력이 긴 기업에 비해서 많다고 판단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의 특허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발전가능성이 밝다고 보인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제네바 본부에 따르면 화웨이는
2016년 PCT 4,906건,
2018년 PCT 5,405건,
2020년 PCT 5,464건을 출원하며
4년 연속으로 세계 1위 특허 출원건수 기업의 자리를 차지했다.
2020년 기준으로
2위는 한국 삼성(3,093건),
3위 일본 미쓰비시(2,810건),
4위 한국 엘지(2,759건) 순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부분은 5G 표준 특허 분야에서 화웨이가 최대 특허 보유 기업이라는 것이다. 유럽통신표준기구 2018년 기준으로 화웨이가 1,481건으로 1위이며, 에릭슨이 1,134건, 삼성 1,038건으로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5G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폴라코드 기술의 특허는 전체 특허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수준이다.
데이터를 보면 정말 많은 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로 인해 성과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
화웨이는 위에서 본 대로 연구개발에 목숨 건 기업이다. 연구개발에 비용과 인력을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므로 제대로 연구방향을 잡기 위한 노력과 실제로 투입된 자원이 제대로 결실 맺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한다. 그 결과가 화웨이 특유의 압박 문화다.
화웨이의 야전침대 전통은 어쩔 수 없이 거기서 살아남기 위한 직원들의 고육지책이지만 대외적으로는 이를 기업의 유구한(?) 전통이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늑대와 같은 후각을 발휘해 고객의 니즈를 발견하고 목표를 완수 할 때까지 팀워크로 미친듯이 일하라는 늑대 문화도 모두 실적 압박에 기인하는 화웨이의 문화다.
글로벌 통신장비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만큼 시장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기술발전을 이뤄내야했으며 그 과정 중에 여러 과제가 생겨나는데 직원들은 그 압박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므로 이런 기조는 쉽게 바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특히 창업자인 런정페이 자체가 군인 출신이므로 화웨이 초창기부터 군대 문화를 도입하여 직원들의 결속을 다지고 전투 정신을 강조하여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조직의 긴장감을 불러왔다.
초창기 화웨이 직원들은 모두 회사에 침대를 두고 사무실에서 생활했다. 이는 심지어 아직까지도 이어져서 신입 사원에게 야전 침대를 선물해서 초기의 창업 정신을 상기시키는 전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이것은 단지 전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실제 화웨이 선전 본사를 가보면 밤낮 없이 불 켜져 있는 연구동 건물의 창문을 보면 살짝 소름이 돋는다.
이렇게 성과에 대해서 큰 압박을 주는 만큼 화웨이의 급여 조건은 당연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런정페이는 돈을 충분히 준다면 인재가 아닌 사람도 인재로 만들 수 있다고 적극 주창했던 사람이다. 따라서 조직에 충성하고 성과를 만든 직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성과에 따라 큰 금전적 보상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성과가 낮은 하위 5% 직원들에 대해서는 상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것도 잊으면 안되는 중요 포인트다.
앞서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를 이야기할 때 이런 강력한 압박 문화의 일환으로 일정 연차 이상 직원에 대한 일괄 사표를 받고 다시 화웨이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만 재입사를 시켰던 것도 이런 빡센 성과주의 문화와도 일맥상통한다. 모범을 보이고자 런정페이도 정식 퇴사 수속을 밟고 3,000번대 사원번호를 받고 재입사한 이력이 있다.
알수록 재미있는 회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