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인물C Sep 29. 2021

5. 비야디(BYD) 한(汉)으로 테슬라에 한(恨) 풀

테슬라 모델 3 씹어먹으러 나왔수다

|비야디의 한(恨) 풀어줄 한(汉)|


앞서 다룬 바와 같이 비야디 자동차의 가장 큰 약점은 안타깝게도 바로 브랜드 이름이 '비야디(BYD)'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비야디는 지금까지 저렴하고 싸구려틱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비야디가 점점 싼마이 이미지를 벗어나고 있는데 그 선봉장에 바로 비야디 한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된다.


바로 그 비야디 한(BYD HAN, 比亚迪 汉)에 대해서 알아보자.


'18~'19년도에 비야디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여 이를 만회하기 위한 반전의 카드, 또한 테슬라 모델 3(약 25만 위안)을 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비야디는 2020년 7월 한(汉)이라는 중대형 전기차/하이브리드 세단을 출시했다. 테슬라 모델 3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약 21.9만 위안) 상당히 멋진 디자인으로 출시되었다. 前 아우디의 디자인 총괄 볼프강 에거(Wolfgang Egger)가 디자인했지만 아우디 느낌이 크게 나진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다.


한(汉)으로 말할 것 같으면 비야디가 테슬라(TESLA)를 잡기 위해서 칼을 제대로 갈고 만든 역작으로 비야디의 전반적인 전기차 기술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이며 이제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스펙상으로 압도하시기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BYD 한(汉)의 앞뒤 디자인


'비야디'와 '중국산'이라는 편견(?)을 걷어내고 사진 상으로 봤을 때 나름 잘 빠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디자인만 잘 빠진 게 아니라 스펙도 엄청나다. 단순히 테슬라 모델 3과 비교 시에 누누이 이야기한 대로 브랜드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는 것 말고는 거의 스펙상으로 TESLA Model 3을 압도한다.


- 최대 주행거리 'BYD 한' 압승(30% 이상)

- 가격 'BYD 한' 압승(20% 저렴)

- 제로백 'BYD 한' 승

- 충전시간 'BYD 한' 승


-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및 선호도 '테슬라 모델 3' 압승

(다만 최근 머스크 밉상도 떡상, 테슬라 호감도 떡락)

-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테슬라 모델 3' 승

- 공차중량 '테슬라 모델 3' 승

- 배터리 에너지 밀도는 비슷


보통 전기차 스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최대 주행거리인데 비야디의 최신 블레이드(다오피엔, 刀片) 배터리를 탑재하여 테슬라(468km)보다 약 140km나 지속되는 총 605km의 주행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리고 새로운 블레이드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밀도가 기존 배터리보다 50% 향상되었고, 전원이 단락 되는 상황에서 자연발화가 일어나지 않게끔 설계되어 안전성과 수명을 크게 높였다고 비야디는 설명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제조 비용도 30% 이상 낮췄다고 한다.

한의 가격은 예상보다 더 저렴하게 나왔다. @뉴스핌


누누이 강조하지만 배터리 자체 개발 능력은 비야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다. 테슬라도 2020년 9월에 배터리 데이니 뭐니 하면서 나름대로 배터리 관련 멋진 구상을 많이 계획하고 있기는 하다. 테슬라에 현재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한국의 엘지화학, 중국의 CATL, 일본의 파나소닉 공교롭게 한중일의 배터리 대표 3대장과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테슬라도 아직 자체적으로 배터리 생산은 못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각설하고 비야디의 한은 훌륭한 디자인과 스펙을 바탕으로 2020년 7월 출시 당시 6월부터 예약 판매를 실시하였는데 한 달 만에 17,000대를 사전 계약을 올리면 화려하게 데뷔하였다. 같은 해 9월에도 비야디 한은 약 5,600대가량 판매되면서 상당히 기대를 모았고, 11월에도 1만 대 이상 팔리면서 10월에 이어 월간 판매량 신기록을 세웠고 처음으로 테슬라의 경쟁자인 모델 3을 추월하여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2021년 3월까지 월 판매 대수가 네 차례에 걸쳐 1만 대를 돌파하여 총 누적 판매 대수 68,000여 대를 기록했다.


2021년 3월까지 비야디 BYD 한(汉, HAN)의 월별 판매량과 누적 판매량


지난 2020년 9월,


BYD의 방문 요청을 받고 선전 본사에 방문하여

BYD의 회사 소개를 받고 여러 차종 구경

한(汉) 모델을 시승해본 적이 있는데 내외관 디자인 및 가속 능력 등이 상당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디디추싱으로 차량 호출을 하면 비야디 한이 와서 몇 번 도로주행도 같이 한 적이 있는데, 매번 쾌적한 느낌이었다.


비야디 본사 방문시 방문객증, 그리고 비와이디에서 방문을 환영한다네. 글씨체가 정직하게 후지다.
BYD 본사 전시장에 있던 흰색 BYD 汉 모델



|'BYD 汉'이 의미하는 것|


비야디 한은 비단 전기차 경쟁상대인 테슬라 모델 3만 때려잡으러 나온 차량이 아니라, 모든 내연기관 차량을 다 눕혀버리기 위해서 나왔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일단 지금까지의 대부분의 전기차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스펙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등의 인센티브 등의 정부 정책에 힘입어 팔려나간 측면이 크다.


과거의 전기차의 일반적인 사례로 따지면

- 보통 200Km 내외의 길지 않은 완충 후 최대 주행거리,

- 주행거리를 늘리고자 대용량 배터리를 쓸 경우 좁아지는 실내공간,

- 고용량 배터리를 쓸 경우 가중되는 공차 중량과 무거워진 차체로 인해 손해 보는 출력(가속력, 마력 등)

- 마지막으로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


이런저런 단점들이 전기차의 보급을 더디게 만들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마지막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불편함 말고는 결국은 모두 전기차의 차량용 배터리로 촉발된 문제가 대부분이다.


즉, 배터리가

물리적으로 크고, 비효율적이고, 무겁기 때문에

실내공간, 최대 주행거리, 출력에서

내연기관차의 스펙을 따라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가속력만큼은 엔진이 아닌 모터를 사용한 전기차가 거의 항상 앞서 있었음)


그런데 비야디는 놀랍게도

- 600Km 이상의 최대 주행거리

- 2920mm의 축거(휠베이스, 앞뒷바퀴 거리)

- 3.9초의 제로백

- 163~363kW의 최고 출력

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현재 수 십 년간 내연기관 패밀리 세단(D세그먼트)에서 북미 베스트셀러인 도요타 캠리(Toyota Camry)와 혼다 어코드(Honda Accord), 그리고 유럽에서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폭스바겐 파사트(Pasat)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600km의 최대 주행거리는 거의 1주일에 한 번만 충전하면 되는 수준으로 이미 상식 이상의 연비를 보여주는 것이며, 전기차가 원래 내연기관차보다 가속력이 뛰어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전통의 강자들보다 가속이 2배 이상 빠르고, 출력 역시 2배 이상 크다.


@이코노미조선


이는 단적으로 비야디가

- 배터리 셀, 배터리 팩을 비롯해서 모터와 인버터 등에 대한 하드웨어적 제조 능력뿐 아니라

-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Battey Management System)의 소프트웨어 능력

- 그리고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인버터 모듈 등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IGBT) 능력까지

다 갖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배터리: 삼원계? 리튬인산철?|


중국 배터리 1위 기업인 CATL(宁德时代, 닝더스다이)와 LG에너지솔루션, SK 이노베이션 등 한국계 배터리 제조사들이 삼원계 배터리(三元锂电池, 니켈·코발트·망간으로 구성 NCM Lithium Battery)를 주로 사용하는 데에 비해, (단, 최근에 CATL도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개발해서 테슬라에 납품했다고도 한다)


비야디는 리튬인산철 배터리(LFB, Lithium Iron Phosphate)를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장점은 삼원계에 비해서 열과 충격에 의한 폭발에 대한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비야디 한(比亚迪 汉)에는 바로 이 리튬인산철로 만들어진 블레이드(다오피엔, 刀片) 배터리가 탑재되어있다.


지난해 비야디 본사 방문 및 업무 협의 후에 비야디 본사의 전시관을 둘러보기 전에 비야디 홍보 영상을 보여주는 데 그중에서 중점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비야디 배터리에 대한 엄격한 안정성 테스트였다.


삼원계 리튬 배터리는 네일 테스트(Nail Penetration Test, 배터리에 못 박기 실험)를 진행할 시 전부 다 표면온도 섭씨 500도씨를 넘기면서 발화 및 폭발해버리고 말았지만, 비야디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섭씨 30~60도씨를 유지하는 영상이었다. (최근 연이어 화제가 됐던 테슬라 전기차의 폭발 사고는 대부분 테슬라에 주력으로 납품되는 CATL, LG 등의 삼원계 리튬 배터리에서 비롯됐다)


다만 안정성에서 크게 앞서 있는 반면 비야디의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 및 배터리 수명이 짧다고 알려져 있다.

 

비야디 홍보관 입구에 위치하고 있던 대형 디스플레이
비야디에서 중점적으로 홍보하던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안정성 테스트 (비야디의 자랑질 영상)


세간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성능에 대한 다소 박한 평가와는 달리,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달고 나온 비야디 한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테슬라에 박혀 있는 CATL, LG의 삼원계 배터리에 대해서 뒤지지 않는, 오히려 약간 좀 낫다고 평가할 수도 있을 정도의 스펙을 보여주었다.


위에서 이미 강조한 최대 주행거리라던지, 충전 시간이라던지 이런 부분은 테슬라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비야디의 배터리 혁신|


먼저 전기차 배터리의 기본 상식부터 챙겨보자. 스마트폰과 달리 무거운 차체를 굴려야 하는 전기차에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스마트폰 배터리는 배터리 셀이 하나라고 치면, 전기차 배터리 셀은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전기차 배터리는 셀(Cell), 모듈(Module), 팩(Pack)으로 이뤄져 있다.


배터리 셀을 기본단위로 생각하고 이를 여러 개씩 묶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모듈이랑 팩이라는 형태로 전기차에 실리게 된다. 간단하게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서 모듈이 되고, 모듈을 여러 개 묶으면 팩이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터리 셀-모듈-팩 구성 예시, @삼성SDI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많은 배터리 전문 제조기업에서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배터리 셀의 양극재나 전해질를 어떤 물질로 넣을지, 또한 이 물질들은 어떤 비율로 넣어서 셀 자체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고민해왔다.


그런데 비야디는 이런 정직한 기초 연구(?)에 기반한 배터리 성능 향상보다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대적으로 안정된 리튬인산철 배터리 셀을 어떻게 묶어서 성능을 향상시킬지에 대한 고민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비야디가 내놓은 혁신 방안은 배터리 셀-모듈-팩으로 가는 3단계 과정 중에서 그냥 과감하게 모듈을 없애버리고 셀을 묶어서 바로 배터리 셀-팩으로 2단계 과정으로 단계를 축소한 것이었다.


과거에는 삼원계는 발화 및 폭발에 대한 안정성이 크게 뛰어나지 못해서 셀을 모듈로 한 번 묶음으로서 방화벽을 설치한 셈인데, 리튬인산철은 이미 그 자체로 안정성이 뛰어나다보니 아예 방화벽 역할을 해주는 모듈을 없애버리고, 그 대신 셀을 칼날처럼 길게 만들어서 조금 더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배터리 셀들을 모아서 바로 배터리 패키징을 해버린 것이다.


즉, 모듈화에 필요한 단계와 모듈 관련 부품을 생략해버리니

1) 공간 확보

2) 무게 감축

3) 원가 감소

무려 3마리의 토끼를 한 방에 때려잡은 것이다.


모듈이 없어지고 배터리 셀이 길쭉하게 촘촘히 연결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 일석삼조 달성 @비야디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 부피가 줄고

배터리 무게가 줄고

배터리 원가가 줄었으니


비야디 한의 스펙이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다.


게다가 비야디는 자동차에서 타이어 말고는 전부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수직계열화가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는 기업이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바와 같이 전기차의 핵심은 하드웨어적인 배터리 외에도 배터리 관리시스템 같은 소프트웨어와 모터 및 인버터의 모듈에 들어가는 전력반도체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때문에 화웨이가 맛탱이가 가는 것을 보고 중국이 반도체에는 영 능력도 없고 기술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기준으로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이 다 무능력한 것은 아니다.


다음 편에선 비야디 전기차를 지탱하고 있는 그들의 반도체 설계 및 제조 능력에 대해 ARABOZA.


---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은 검색창에

'진격의 비야디'

찾아보시고 발간된 서적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https://m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46866994618?cat_id=50010480&frm=MBOKMOD&query=진격의+비야디&NaPm=ct%3Dlv3ifos0%7Cci%3D962b640701968f10c963fb175529636fdc1799a5%7Ctr%3Dboknx%7Csn%3D95694%7Chk%3D1b29eb47cb1abda1358053534a6762710fd00c38




매거진의 이전글 4. 비야디(BYD) 현재 주력군, 자동차 산업 진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