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퇴소하기 전까진 쌍둥이 육아가 얼마나 고된 일인지 사실 크게 체감되지 않았다.
물론 힘들긴 하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조리원에서 나온 이후 4주간은 정부도우미가 낮에 함께 쌍둥이를 돌봐주었다.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도우미가 도와주고 퇴근하면
5시부터 남편이 오기전까지 혼자서 둘을 보았는데 이 시간이 정말 '마의 시간'이었다.
목도 못 가누는 신생아 둘이 동시에 울어대면 둘을 한번에 안을 수 없었던
나는 정말 말 그대로 '멘붕' 이었다.
부랴부랴 아기띠로 하나를 안은채, 다른 아기를 손으로 따로 안고 달래보았지만
아기들도 자세가 불편한지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그제서야 각자 한명씩 전담하여 먹이고 재우며
밤 12시까지 수유는 남편이 함께 했고 새벽에는 또 혼자 둘을 보았다.
시터를 구해보려고 시도는 했지만,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고
또 성격 상 낯선 사람과 하루 종일 있다는 것도 부담이 되어
일단 혼자서 해보자 싶었다.
쌍둥이라고 해서 같은 시간에 먹고 자고 깨는게 아니기 때문에
수유텀이랑 상관없이 나는 늘 밤을 샜다.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먹놀잠' 패턴에서
아가들이 잘 때 나도 자면 되겠지 했지만, 한명이 잘자면 꼭 다른 한명이 깨서
낮에 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수유텀이 일정치 않은 시기라 한 명을 먹일때 다른 아기가 깰까봐 조마조마했고
동시에 둘이 같이 배고프다고 울어 함께 먹여야 할때면
빠르게 분유를 두개 타고, 역방쿠에 수유시트를 놓고 아가들을 한명씩 조심히 눕힌 다음
양손으로 젖병 하나씩 잡고 수유를 했다.
그렇게 순서대로 트름 시키고 기저귀를 갈고 재우는 반복적인 일들을 하며
'이건 끝이 없는거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들자 갑자기 막막함이 밀려왔고 이 모든 상황이 버겁게 느껴지기만 했다.
나는 엄마니까,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이지만
사실 나도 처음 겪는 일들이라 모든게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더군다나 몸도 예전같지 않은 상황에 이 아무것도 모르는 작고 소중한 생명체 둘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나에겐 정신적으로 큰 부담이었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남편도 업무가 많았고 새벽 일찍 출근을 해야 하니 잠을 아예 안잘 수는 없었기에
남편은 새벽에 잠을 자고 내가 둘을 케어하기로 했다.
왠만큼 힘든 순간이 아니면 나는 남편을 부르지 않았는데, 정말 도저히 감당이 안될 떈
한번씩 남편도 뛰쳐나와 같이 아기들을 달래곤 했다.
4주간의 정부 도우미가 끝난 후엔 낮에 종일 혼자서 둘을 보고,
또 새벽에도 밤새 봐야 하는 날들을 매일같이 반복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많이 무너졌다.
그러다보니 더 예민해졌고 남편에게도 작은 것에 쉽게 화를 냈고 감정이 격해지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이 어떻게 밤과 새벽에 육아를 나누어 진행할지
출산 전에 미리 깊게 논의하지 않았던 게 조금 후회가 된다.
미리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이야기하고 시뮬레이션을 했다면 서로가 조금 덜 힘들고,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하루에 수십번, 수백번은 더 던졌던 것 같다.
아기들이 밤수를 끊었던 100일 쯤 나는 '아 이제 조금 살 것 같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까지 잘 버텨온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5개월이 지난 지금도 사실 매일이 고비다 하하.)
엄마라서, 엄마니까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해야하는 것이지만
이 당연함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매일 매일 내 자신과 고군분투하며 이뤄내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오늘 하루도 스스로와 싸우고,
아가들과 씨름한 모든 엄마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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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하면서 뇌까지 같이 낳았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그때의 기억이 흐릿해진다.
더 잊어버리기 전에 열심히 기록해두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