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돌고래 Mar 17. 2024

돈이 문제가 아니에요

출산 장려금이 있으면 아이를 낳나요?


바보야, 시스템이 문제라고!


나홀로 쌍둥이 육아가 1년에 들어서고 있다. 

지난 시기를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생후 1년이 아닌가 싶다.

물론 클수록 또 다른 미션이 나타나겠지만,

출산 직후엔 일단 나의 몸이 정말 온전치 않고 

호르몬 영향으로 멘탈 또한 굉장히 약해진 상태라 

주위의 관심과 지지가 없다면 이 시기를 버텨내는게 상당히 힘들다.


남편은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새벽 수유를 매일 하긴 무리가 있었던지라

퇴근 후 잠들기 전까지 시간과 주말에 주로 육아를 함께 했다. 


이 시기에 우리는 정말 미친듯이, 말 그대로 미.친.듯.이 싸웠다.

나는 나대로 몸도 아프고 수면 부족에 한계데 다다른 상태였고

남편은 남편대로 새벽같이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버거웠다.


나는 남편에게 무한한 이해와 기대를 바랬다. 

물론 그도 힘들고 피곤하겠지만

아홉달 동안 애 둘을 뱃속에 품고 출산하고 뼈 마디마디가 시린 나보다 

힘들겠어, 하는 생각이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참 많이 든다.

나는 둘을 한번에 키워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먹이고 입히는데 돈이 꽤 든다.

따라서 출산 장려금을 많이 준다는 것은 어찌 보면 꽤 솔깃한 제안이다.


하지만 내가 짧게 경험해보건데,

육아는 '내가 죽어야만 끝나는 일'이다.

일시적인 장려금이 이 기나긴 퀘스트를 이끌어가는 충분한 동력이 될 수는 없다. 


먼저, 육아휴직 후 복직한 내가 계속 사회의 일원으로 일할 수 있도록

사회구성원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내가 주위에 누누히 얘기하는 것 중 하나가,

 1. 육아휴직은 무조건 눈치보지 않고 1-2년은 쓰게 해주어야 한다

 2. 남자 육아휴직을 의무화 해야 한다

    - 육아의 질은 남편의 참여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연히 아 힘들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보다 직접 겪어봐야 얼마나 힘든지 조금이라도 알지 않을까. 유리멘탈처럼 나약해질대로 유약해진 와이프의 멘탈을 부여잡아주는 것도 남편의 몫이기에, 그러기 위해선 남편 또한 업무 스트레스가 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육아와 가사는 여자의 몫? 이런 고리타분한 생각 좀 버리자.

 하루종일 말도 안통하는 아기와 씨름한 엄마가 퇴근한 남편의 밥을 차려주는 것. 우리 부모님 세대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 가족은, 부모 자식간 관계를 제외하곤 모두 수평하다고 생각한다. 밥상 다 차려야 먹으러 나오지 말고, 먼저 나서서 냉장고에서 반찬도 꺼내보고 밥도 지어보자. 회사에서는 능동적으로 일하면서 왜 집에만 오면 수동적으로 되는건지...



지금 당장 5천, 1억 준다고 해서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까?

아이를 낳았을때 여자 '혼자' 키워야 하고 '감당'해야 한다는 보편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 


애들 재우고 집안일 하고 자려고 누웠는데 무심코 켠 네이버 기사에서

출산장려금 기사를 보고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져 휘리릭 브런치에 남겨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왜 워킹대디는 없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