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아이를 키우며 회사 일 또는 기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실 쌍둥이를 출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없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며 혼자 쌍둥이를 키우다 보니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불편해졌다.
사실 남자는 아이가 있으나 없으나 사회적인 위치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물론 개인차가 있다)
퇴근 후 휴식을 하던 여유로운 저녁시간이나 주말 약속을 눈치보며 나가야 한다는 점을
제외하곤 평소 하던대로 회사 일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틈틈히 스마트폰으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육아를 온전히 담당하는 사람은 그런 틈새 여유는 꿈꿀 수도 없다.
아이를 키우기 전까진 하나의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내 자신의 인성을 테스트하는 일인지 몰랐다.
매일 매일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고 반성하고 부족한 내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하루종일 엉덩이 붙일 새도 없이 바쁘게, 그리고 편하게 밥 한숟갈 먹을 시간도 없이 보냈건만
어찌 된 일인지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렇게 허무할 수가 없다.
난 오늘 뭘 한거지? 복직하면 내 경력은 이어질 수 있을까? 다 잊어버린건 아닐까?
이런 불안감이 항상 있다.
어느 날 둘이 번갈아 강성울음을 한시간 가량 시전한 후 잠든 밤,
쇼파에 지쳐 누워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워킹대디라는 말은 없어?'
처음부터 그렇게 하기로 약속된 것인지
사회적 합의가 암묵적으로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것인지
아이를 키우는 건 온전히 엄마의 몫- 이라는 사회 전반적인 생각이
꽤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아마도 우리 세대의 부모님들이 그런 삶을 살았기 때문에
은연중에 남자와 여자의 머릿속엔 이런 이미지가 심어져 있는 것 같다.
엄마는 보통 일을 하지 않고 육아와 가사를 하며
아빠는 경제력을 담당하는 사람이라 육아와 가사엔 참여하지 않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육아와 가사도 분명 노동이다.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와 비슷하다. 어떻게 살림을 꾸릴 것인지, 식재료를 어떻게 사야할지
철마다 옷장에 옷을 어떻게 꺼내고 정리할지, 집안의 대소사는 언제 어떻게 챙길지 등등
어느 하나도 그냥 하는 것이 없다. 모두 다 '기획' 이 필요한 엄연한 노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있는 엄마들을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는 사실에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 발달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 시기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심을 갖는 남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더라도 (결정은 보통 엄마들이 할테니까)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정도의 성의만 보이더라도 여자는 큰 감동을 할텐데,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는 것 같다.
둘이 같이 일하더라도 아이가 아프면 워킹맘인 엄마가 가야하고 일하며 애기를 케어하고 집안에 소소하게 필요한 것까지 (양가 대소사까지) 챙겨야 하는 것도 엄마다.(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건 개인차가 있다. 내가 아는 지인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더 섬세하게 잘 챙긴다.)
엄마도 똑같이 회사 생활을 하는데 왜 엄마만 '워킹맘'인가?
앞으론 '워킹대디'라고도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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