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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May 15. 2017

몰타, 그곳에서의 기억

몰타 여행, 프롤로그

애초에 몰타에 갈 계획은 없었다.

어학연수로 많이 찾는 나라, 지중해에 있는 나라 중 유럽 사람에게 꽤 인기 있는 관광지라는 정도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고, 언제가 한 번쯤 가보면 좋겠다고 점찍어 둔 정도였다.


시칠리아에 가기로 했을 때, 바로 아래 있는 몰타가 눈에 들어왔다.

지중해의 보석,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라는 홍보 문구를 본 후였다. 

아무래도 앞으로 몰타를 따로 갈 기회는 없을 테지.

날짜를 5~6일 정도 떼서 몰타에 들르기로 했다.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몰타, 참 작은 나라다. 

제주도의 1/6 정도 된다고 하는데, 유럽 연합에 속하는 나라 중 가장 작다.

나라가 크더라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알 것 같은 곳이 있는가 하면

작더라도 오래 머물며 하나하나 음미하고 싶은 나라가 있는데,

몰타가 그랬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도시임에도 차분하고 아늑했다.

어디든 바다가 있었고, 아무 곳에 대고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되는 곳이다. 

비현실적인 낙원 같은 곳으로 여겨지는 것은 날씨 때문인 것도 같다.

3월 말 몰타는 봄이 막 오기 시작할 때쯤의 추위와 따뜻함이 번갈아 온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속에 많은 문명이 오갔던 몰타의 역사 도시 안에 머물고 있으면,

현실과 동떨어진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


5일 동안 몰타에 있었다.

이 정도 일정이면 몰타의 주요 관광 도시를 훑어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잃어버리고 온 것처럼 몰타의 여운이 계속해서 남아있다.





:: 몰타의 옛 수도, 임디나와 라바트




몰타에서의 첫날, 가장 먼저 찾은 도시는 라바트(Rabat)였다.

라바트는 몰타의 옛 수도 임디나 외곽에 있는 도시로 주로 서민들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소박했지만, 아름다운 발코니 덕분에 의외로 풍경이 아름다웠던 도시로 기억한다.









임디나(Mdina)는 몰타의 옛 수도였다..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 이 도시는 신분이 높은 귀족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지금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적들의 침임에 대비해 끝이 보이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골목길을 헤맸고, 배스천 광장(Bastion Square)에서 고즈넉한 몰타의 풍경을 오랫동안 감상하기도 했다.






:: 마샤슬록과 블루그라토





작은 어촌 마을, 마샤슬록(Marsaxlokk).

색색의 나룻배가 바다 위에 떠 있는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마켓이 열리는 일요일이면, 조용했던 어촌 마을은 상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데

조금 정신없긴 하지만, 심심하진 않았다.

햇볕이 따가웠던 날, 이곳에 몇 시간 동안 머물렀다.









푸른 동굴이라는 뜻을 가진 블루 그로토(Blue grotto)는 해안 절벽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천연 동굴을 일컫는다. 

보트 투어로 바다의 여러 동굴을 봤는데, 청명했던 에메랄드 물빛은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이 여유롭게 바다를 바라보던 곳, 인상적이었다.  








:: 끝없이 걷고 싶은 도시, 발레타






현 몰타의 수도인 발레타(Valletta)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과거의 모습이 잘 보존된 요새 도시다.

발레타에서 해봐야 할 일 중 하나는 메인 스트리트를 벗어나면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 내리막 길을 정처 없이 걷는 것.

골목 곳곳 숨은 작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시선을 끌고, 골목 끝에 다다르면 푸른 지중해가 기다렸다는 듯 눈 앞에 펼쳐진다.






발레타의 어퍼 바라카 가든(Upper Baraka Garden)에 오르면, 쓰리시티즈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발레타를 거닐다 보면 어느새 어둑해진다.

발레타의 밤은 낮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썰렁했지만, 야경은 어느 유럽 도시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 아름다운 섬, 고조 






고조(Gozo)에 가는 날에는 비가 왔다.

아쉽게도 푸르디푸르다는 고조의 바다는 보지 못했지만,

비가 내리는 고조도 매력적이었다. 

흙빛의 건물과 푸른 다이빙 홀, 비와 바다가 어우러진 마을이 기억난다.





:: 몰타의 보석, 쓰리시티즈



쓰리씨티즈(Three Cities)의 빅토리오사(Vittoriosa)에 가는 길.

발레타에서 수상 택시 격인 전통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넜다.

그 시간은 짧지만, 놓칠 수 없는 경험이다.









빅토리오사는 조용한 도시다. 발레타보다 한적했고, 골목길은 미로 같았다.

개인적으로 발레타보다 더 애정이 갔던 도시.  








성 안젤로 요새(Fort St. Angelo)는 몰타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이곳에서 보는 몰타의 풍경은 장관이다.






:: 몰타의 음식



토끼 고기 요리, 페넥(Fenek).

몰타 전통 요리로, 토끼 고기를 튀긴 후 레드와인에 졸여서 만든다.

닭고기 같기도 하고, 장조림 같기도 한 익숙한 맛이어서 거부감은 없었다.

하지만 경험차 한번 먹어보는 것으로만 만족.





파스티찌(Pastizzi)

리코타 치즈나 고기, 완두콩 등을 넣고 구운 빵이다.

몰타인들이 자주 먹는 만큼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로 바삭하고 고소하다.






발레타에는 이태리보다 맛있는 젤라또를 파는 가게가 있다.

시칠리아에서의 젤라또도 맛으로는 말할 것 없었지만, 몰타에서 먹었던 이 젤라또가 최고였다.





몰타에서 일부러 먹어봤던 전통 요리는 페넥 외에는 거의 없다.

여행 중 출출하면, 눈에 보이는 식당에 들어가 파스타 같은 익숙한 요리를 주문하고는 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음식은 입에 잘 맞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하니 몰타에서만 접할 수 있는 음식을 더 먹어볼 걸. 조금 후회가 남는다.





몰타에서 5일 동안의 여행,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풀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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