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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작가 윤정인 Aug 08. 2019

시칠리아 여행 에세이 탈고 후기




늘 그랬다. 책을 계약하고 나면, 원고가 저절로 써질 것처럼 자신감이 넘친다.

대부분의 원고 초안은 잡아놨으니 거기에 살을 붙이고 문장만 예쁘게 다듬으면 끝일 거라고.

더군다나 여행 에세이는 여행 경험과 감정만 풀어놓기만 하면 되니, 확실히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도 각 잡고 쓰려고 하면 늘 말썽이 일어난다.

생각보다 쓸만한 글감이 마땅치 않은 경우,

잡아놓은 초안 중 많은 부분이 글 한편으로 만들기에 부족한 경우,

예상보다 글을 쓰는데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이번 원고는 처음에는 쓰기 쉬웠다.

초안이 술술 나왔다. 그런데 쓰면 쓸수록 어려웠다.

문장은 갈수록 엉성한 것처럼 보였고, 두서없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처음 2개월이면 될 거라 생각했던 원고가 3개월, 4개월.. 점점 미뤄졌다.


사실 글을 쓰다 보면 끝은 없다. 내 글이 완벽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결국 끝을 내는 순간은 글이 눈에 완전히 익어버려서 단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또는 이제 그만 쓰고 싶을 때뿐이다. 그걸 끊어내는 타이밍을 찾는 것도, 후에 미흡한 글을 보면서 부끄러워하는 것도 저자의 몫이다.

어찌 됐건 나도 끊어냈다. 다 털어내고 나니 후련하면서도 미숙한 단어와 문장이 곳곳에 숨어있을 생각을 하니 염려된다.


한 지역을 주제로 책을 쓰는 건 처음이다. 사실 쉽지 않았다.

(지역이라고 해도 시칠리아는 작은 '나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책으로 뽑아낼 만큼 주제가 풍성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별로 글감을 삼기에는 재미가 없다.

내가 활동적인 여행자는 아니어서 특이한 에피소드가 많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냥 내가 쓸 수 있는 걸 썼다.

가장 잘하는 '나만의 시선으로 본 시칠리아'에 대해서 썼다.

조용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내가 그곳에서 무엇을 듣고 보고 경험했는지 소소한 일상에 대해 썼다.


이 책이 무사히 나온다면 시칠리아가 단지 이탈리아 여행의 곁가지가 아니란 걸, 내가 무한한 매력을 느꼈던 것처럼, 시칠리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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